〈MSCHF: NOTHING IS SACRED〉 전시 포스터.
세상을 향해 끊임없이 물음표를 던지는 아티스트 콜렉티브 미스치프(MSCHF)가 글로벌 첫 전시로 한국을 찾았다. 이번 전시는 대림미술관과 미스치프가 함께 기획한 전 세계 최초의 미술관 전시로 인터랙티브 게임, 오브제, 회화, 퍼포먼스 등 다양한 분야의 작품 100여 점을 선보인다. ‘장난짓’이라는 그들의 이름처럼 유쾌한 작품을 선보이는 미스치프는 익숙한 일상 속 상식을 뛰어넘는 아이디어를 더해 사회적 현상을 꼬집어내고, 관객의 참여를 통해 예술적 비전을 실현시킨다.
미스치프의 전시를 알리는 대형 포스터가 걸린 대림미술관 전경.
미스치프는 2019년 가브리엘 웨일리(Gabriel Whaley), 케빈 위즈너(Kevin Wiesner), 루카스 벤텔(Lukas Bentel), 스테픈 테트롤트(Stephen Tetreault)가 설립한 아티스트 콜렉티브로 미국 뉴욕의 브루 클린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다. 스스로를 ‘무엇’이다 정의 내리지 않고, 다양한 범주의 작품을 홈페이지에 2주마다 '드롭(Drop)' 하는 방식으로 선보이고 있는 이들은 4년 밖에 되지 않은 시간이 무색할 정도로 매 작품마다 화제와 논란을 일으키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첫 번째 섹션으로 선보인 미스치프의 핵심 가치를 담은 아카이브용 매거진의 디지털 버전.
블랙 유머를 가미한 게임 형태의 작품을 선보이는 두 번째 〈MULTIPLAYER〉 섹션.
회고전 형태로 보이는 이번 전시는 총 5개의 섹션으로 나누어진다. 첫 번째 〈ARCHIVE〉 섹션에서는 미스치프가 한정판으로 발표한 작품과 메시지를 담은 8권의 아카이브용 형태 매거진을 디지털 버전으로 공개한다. 두 번째 〈MULTIPLAYER〉 섹션에서는 마치 오락실을 연상케 하는 게임 형태의 작품들로 구성된다. 한시도 멈추지 않고 손가락만 움직이는 게임 ‘핑거 온 더 앱(Finger on the App)’, 하나의 계좌로 연결된 체크카드를 두고 벌이는 게임 ‘카드 V 카드(Card V Card)’ 등 일반적인 게임 소재와는 다른 이슈들을 다루며, 참여와 경쟁을 유발하는 게임 속 플레이어가 되어보는 색다른 경험을 제공한다.
어린이 글씨체로 편지를 써주는 로봇 ‘어린이 십자군(Children’s Crusade)’ 프로젝트.
만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대형 크기의 ‘빅 레드 부츠(Big Red Boot)’, 2023.
현대 사회의 비합리적인 구조를 비판하는 세 번째 〈FRAUD FOR ALL, FRAUD FOR ONE〉 섹션은 ‘모두를 위한 사기 또는 하나를 위한 사기’라는 뜻의 섹션명처럼 개인과 집단 간의 관계를 드러낸다. 특히 미국의 의료 부채 시스템을 생각해 보게 하는 프로젝트 ‘의료비 청구서 회화(Medical Bill Art)’는 약 1억 원의 금액이 명시된 청구서를 대형 유화로 판매하여 동일한 금액의 수익금으로 청구서 주인의 부채를 갚아준다. 과연 이러한 짓궂은 장난이 공익을 가져다준다는 명분을 정당화시킬 수 있는지 많은 생각을 들게 한다.
네 번째 〈FOR EVERYTHING ELSE, THERE’S MASTERCARD〉 섹션은 명품 브랜드, 식품, 도서 등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선보인 작품들을 통해 상업성과 희소성의 이중적 특성을 들여다본다. 블러(Blur) 효과를 넣은 돈뭉치 피규어, 현미경으로 보아야 하는 마이크로 루이비통 가방 등 공개 후 단 몇 분 만에 매진되는 현상을 담아 현대인의 물질적 소유와 소비 심리에 대해 되돌아보게 만든다.
신성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메시지를 담은 다섯 번째 〈NOTHING IS SACRED〉 섹션.
나이키 에어솔에 성수를 넣은 ‘예수 신발(Jesus Shoes)’, 2019.
마지막 〈NOTHING IS SACRED〉 섹션에서는 ‘우리에게 논란은 오히려 각 작품에 담긴 메시지를 단단하게 만들고 더 많은 관심을 받게 하는 수단일 뿐’이라고 밝힌 미스치프의 궁극적인 메시지를 찾아볼 수 있다. 무분별한 브랜드 콜라보레이션 현상에 대한 반론으로 성수를 담은 ‘예수 신발(Jesus Shoes)’, 실제 사람 피를 한 방울 넣어 만든 ‘사탄 신발(Satan Shoes)’ 등을 선보인 바 있으며 이는 실제로 나이키와 법정 분쟁에 휘말리기도 했다.
또한, 세계적인 아티스트 데미안 허스트, 앤디 워홀 등의 작품을 복제해 더 큰 수익을 내는 등 예술계 '리셀(resell)' 시장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던지기도 한다. 이처럼 미스치프는 예술, 종교, 기술 등 보편화된 사회 분야의 의식과 편견을 타파하며 도발적인 시비를 거는 작업을 통해 이 세상에 건드리지 못할 성역, 신성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Museum of Forgeries, 2021.
이번 전시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대림미술관의 첫 전시이기에 더욱 눈길을 끌었다. 개관을 준비하던 대림미술관은 대림만의 색깔을 가진 전시를 위해 고민하다 즉각적이고, 재치 있게 대중문화를 건드리는 미스치프를 발견했다. 대림문화재단 이여운 전시 디렉터는 “’세상에 예술로 건들지 못하는 신성한 것은 없다’라는 남다른 시각을 가진 그들이 일상을 예술로 연결하고자 하는 대림의 시선과 맞닿아 있다고 생각했다”라며 이번 전시를 기획한 이유를 밝혔다.
신성할수록 건드려야 새로운 변화를 모색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힌 미스치프. 장난기 가득한 작품 속에서 풍자적 시선으로 세상을 무대로 실험하는 이들의 행보에 더욱 주목할 수밖에 없다. 전시는 2023년 11월 10일부터 2024년 3월 31일까지 진행된다. 장르를 가리지 않고 경계를 무너트리는 미스치프의 유쾌한 반란이 궁금하다면 직접 전시를 관람하길 추천한다. 전시 내 모든 작품에 대한 해설이 담긴 오디오 가이드와 이번 전시 기념 한정판 굿즈도 있으니 놓치지 말 것.
자료 제공 대림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