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이준혁 씨 삶엔 세 가지 물결이 일었다. 수영 강사로서 물결, 개그맨으로서 물결, 그리고 이번엔 공간 디자이너로서 물결까지. 그는 자신의 마음속에 일렁이는 새로운 물의 파동을 따라 거침없이 입수하길 택했다.
인테리어 감각이 뛰어난 친구 집에 놀러 갔다가 원형 테이블에 모양과 색이 제각기 다른 의자를 조화롭게 배치한 것을 보고 영감을 받았다는 이준혁 씨.
혼자 살아서 가장 즐겁고 만족스러운 점은 아무래도 자유를 얻었다는 것. 눈치 보지 않고 내 공간을 마음대로 꾸밀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다고 말한다.
단언컨대 <행복> 독자라면 팬데믹으로 인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며 홈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아졌다는 이야기를 수도 없이 들었을 테다. 이 집 주인 이준혁 씨는 이 명백한 트렌드의 산증인이자 그로 인해 발굴된 리빙 인플루언서다. 소싯적에 개그맨을 꿈꾸던 그의 ‘본캐’는 인기 수영 강사.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일이 줄어들면서 집을 꾸미기 시작했고, 그 모습을 SNS에 올리며 신흥 리빙 인플루언서로 떠올랐다. 자신의 공간을 가꾸고 공유하는 행동이 그의 운명을 바꿔놓은 것(운명을 바꿨다는 거창한 표현을 써야만 하는 이유는 뒤에서 설명하겠다). 어쨌건 수영 강사인 그가 본격적으로 인테리어에 빠지게 된 내막은 이렇다. 보통 어떤 마음이 들기 시작할 때 ‘싹트다’라는 표현을 쓰는데, 이준혁 씨의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은 말 그대로 ‘씨앗을 틔우며’ 시작됐다.
“코로나19의 특성상 수영 직종은 직격탄을 맞았어요. 의도치 않게 집에만 있다 보니 자존감도 많이 떨어졌죠. 우울감이 지배하던 어느 날, 같이 살던 남동생이 바질 씨앗을 사 와 집에서 키우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이 바질나무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거 있죠? 그때 바질 씨앗이 우울하기만 하던 제 일상에 숨통을 틔워줄 거란 확신이 들었어요. 그래서 동생을 따라 다양한 식물을 키우다가 자연스럽게 플랜테리어로 관심이 확장되었고, 전반적인 인테리어에까지 깊이 빠지게 됐어요.”
다이닝 공간에서 친구들과 둘러앉아 키뮤 스튜디오의 컬러링 북을 색칠하는 것을 좋아한다.
이준혁 씨가 요즘 집에서 가장 사랑하는 데스크 공간. 일하고 싶은 집을 만들기 위해 모니터부터 스피커, 키보드, 마우스까지 테크는 물론 디자인까지 세심히 신경 쓴 데스크테리어다.
평소 “밝다, 긍정적이다”는 말을 듣기에 사는 곳에서도 그 색채가 드러나길 원했다는 이준혁 씨. 싱그러운 식물이 자라는 화분, 바닥을 뒤덮은 블루 카펫과 곳곳에 놓은 알록달록한 가구는 모두 이준혁 씨의 유쾌함을 쏙 빼닮았다. 이 집 인테리어에서 무엇보다 눈에 띄는 건 파란색을 과감하게 사용했다는 것. 나는 그 이유를 수영 강사라는 그의 직업과 연결해 “푸른 바다의 색을 닮은 파란색을 좋아해서 이를 키 컬러로 정하고 인테리어를 시작했나요?”라고 물었지만, 오히려 그 반대였다는 흥미로운 대답이 돌아왔다.
“집에 대한 관심을 키워오며 2년간 홈 스타일링 플랫폼 오늘의집을 매일 들여다봤어요. 마음에 드는 룩과 아이템을 계속 스크랩했는데, 볼 때마다 좋아하는 게 달라졌죠. 그러다 이 집에 입주할 무렵 관심을 가진 것이 블루를 포인트로 한 컬러 인테리어였어요. 파란색을 좋아해서 그에 맞는 스타일링을 찾은 게 아니라, 원하는 스타일링을 찾다 보니 파란색인 거였죠. 인풋을 쌓다 보니 좋아하는 걸 발견한 케이스입니다. 그 이후론 ‘색채는 형태보다 중요하다’고 한 베르너 판톤의 디자인처럼 채도 높은 스타일에 정착했다고 생각했는데, 요즘 들어 그와 반대되는 미니멀한 무인양품MUJI 스타일이 눈에 들어와요. 다음에 집을 꾸민다면 차분한 우드 톤으로 완성하고 싶어요.(웃음) 그런 것처럼 이 집이 지금의 모양을 갖춘 건 아주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답니다.”
생일 선물로 받은 사무엘스몰즈Samuel Smalls의 컬러 멀티탭.
잠들기 전 독서를 할 때 책을 비출 수 있는 플로어 스폿 조명을 찾다가 이케아의 안티포니Antifoni를 구매했다.
스피커를 닮은 독특한 디자인이 눈에 띄는 까비네KABINE의 101 스탠드 스토리지.
이쯤에서 앞서 언급한 ‘운명’ 이야기를 다시 꺼내보려고 한다. 자신의 공간을 가꾸며 살게 된 건 이준혁 씨 삶에 큰 변화를 불러온 것이 분명하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수영 강사의 길을 걸어온 그가 이젠 인테리어 분야로 직종을 바꾸려 하기 때문. 매일 수영 강습을 나가던 그는 올해 4월부터 인테리어디자인 프로그램 툴을 배우는 학원에 등록해 평일에는 공부에만 전념한다. 설계부터 세세한 홈 스타일링까지 아우르는 공간 디자이너가 되는 것이 그의 목표.
이준혁 씨는 취향에 맞게 집을 꾸미기 시작하면서 본래의 밝고 긍정적인 마음을 되찾았고, 정성껏 꾸민 집을 깨끗이 유지하기 위해 자연스레 부지런해졌다고 한다. 그렇게 공간이 주는 명확한 힘을 경험한 그는 이 값진 경험을 다른 사람에게도 전달하기 위해 인테리어라는 새로운 물결로 뛰어들었다. 아직은 숨 쉬는 방법부터 차근차근 익혀가는 중이지만, 언젠가 공간 디자이너계의 4번 레인에 있는 그의 모습을 상상하며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1 네이버 디자인 프레스에 소개된 글을 보고 좋아하게 된 키뮤스튜디오. 브랜드 취지는 물론 포스터의 색감과 디자인까지 마음에 쏙 들어 이곳저곳에 추천하기도 했다.
2 종이 가구 브랜드 툭Tuuk의 FLAT 006. 고광도 골판지로 만든 선반으로,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한 키(샤이니)의 소장품을 보고 구매했다.
3 수영 강사 동료들이 선물해준 아르떼미데의 달루 타볼로 램프.
4 이준혁 씨가 직접 키운 바질 화분.
5 올려두기만 하면 충전이 되는 우주인 애플 워치 거치대.
6 비트라의 S-Tidy 오거나이저.
7 매번 PC방에 갈 돈을 모아 게임기를 장만하는 편이 낫겠다고 판단해 구매한 플레이스테이션 PS4 듀얼쇼크4.
8 노란 스툴 위에 화분을 올려둔 인테리어 룩에서 영감을 받아 구매한 이케아의 맘무트Mammut. 9 토끼 모형에 직접 아크릴물감을 뿌려 완성하는 DIY 오브제, 빌랑 푸어링 래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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