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가 바라본 1인 주거 공간은 어떤 모습일까? 빼빼한 막대 나무로 가구를 만드는 ‘가라지가게’를 시작으로 간결한 삶의 방식을 보여주는 장영철 건축가가 1인 가구를 위한 <빼빼 일인주거>를 선보였다. 수납과 공간 분리를 동시에 할 수 있는 파티션부터 공간이 넓어 보이는 패턴의 비밀까지. 효율적이면서도 색다른 주거 공간을 담아낸 장영철 건축가의 <빼빼 일인주거>를 소개한다.
공간과 사용 목적에 따라 디자인을 다르게 한 빼빼장으로 구성된 ‘빼빼 일인주거’의 거실과 주방 공간.
<빼빼 일인주거> 를 기획하게 된 계기는?
1인 가구의 간결한 삶의 방식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대신 혼자 산다고, 공간이 좁다고 해서 덜어내기만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빼빼 일인주거>는 6평 남짓 공간에 주방, 침실, 화장실, 옷장 등 생활에 필수적인 요소들을 모두 담아냈죠. 또 좁지만 결코 좁게 느끼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의자를 없애고 공간에 여유를 불어넣었어요. 제가 추구하는 ‘여백 있는 삶’이 곳곳에 녹아 있는 주거 공간이랍니다.
모듈 가구인 빼빼장은 필요한 부분에 문을 달아 짐을 보관하거나 구멍이 뚫려있는 합판으로 변경하여 옷장으로 사용이 가능하다.
1인 가구의 공간을 구성하고 있는 아이템을 소개해주세요.
독일 건축가 미스 반 데어 로에(Mies van der Rohe)’의 글라스 하우스와 같이 하나의 공간을 가구로 분리했습니다. 빼빼장으로 전체가 구성되어 있는데 이 빼빼장은 얼핏 보기에는 약해 보이지만 건축적으로 만들어져 튼튼한 내구성과 균형을 갖추고 있어요. 모듈 가구라서 배치할 공간과 용도에 맞게 유연하게 변형이 가능해요. 자주 사용하는 아이템들은 도어가 없는 곳에 두어 쉽게 찾고 구멍이 뚫린 합판은 옷장으로 사용할 수 있고요. 이러한 모듈 가구가 모여 통일된 컬러와 반복적인 패턴으로 공간이 넓어 보이는 인테리어 효과를 만들어내요. 사실 혼자 살면 가구 하나 옮기는 것도 쉽지 않아요. 그래서 이 공간을 누구나 쉽게 들 수 있는 가벼운 빼빼장으로 공간을 구성한 이유이죠.
거실과 침실을 분리하는 파티션 역할의 빼빼장.
여백이 있는 빼빼장 하단은 청소와 관리가 쉽다
1인 가구를 위한 공간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다인 가구이든 1인 가구이든 생활에 필요한 건 동일해요. 편리함과 실용성이죠. 그중 공간을 효율적으로 나눠 쓸 수 있는 다기능성의 가구들이 필요할 것 같더라고요. 이 수납장은 파티션 역할로 공간을 분리해 줄 뿐만 아니라 문을 열면 넉넉한 수납공간이 있어 공간을 깔끔하게 유지해 줘요. 또한 개방형 도어가 아닌 슬라이드형 도어를 활용해 공간을 더 넓게 활용할 수 있어요. 하단을 보면 가구가 지면에서 떨어져 있는데 이런 디테일은 먼지 쌓이는 걸 방지하고 청소하기도 쉬워요.
여러 모듈이 연결되어 패턴을 만들어내는 빼빼장.
1인 가구를 위한 공간 스타일링 팁을 알려주자면?
공간을 넓게 연출하고 싶다면 단순한 디자인의 가구들을 먼저 배치해 보세요. 눈에 많이 띄지 않는 기본 색상의 아이템을 활용하는 것도 좋아요. 여기에 더 포인트를 주고 싶다면 반복된 패턴을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에요. 모듈 가구를 활용해 한 쪽 벽면을 채운다면 선과 면이 일정하게 반복되어 그 자체로 하나의 패턴이 되죠. 패턴은 공간에 균형과 조화를 만들어 내고 사람들의 시선을 집중시키는 효과도 있어요.
장영철 디자이너가 생각하는 주거 공간의 미래와 앞으로의 계획은?
사람들의 생활 방식과 관심사에 따라 건축물도 변화하고 있어요. 집이라는 개념이 과거에는 단순한 생활 공간으로만 여겨졌다면 현재는 문화생활의 일부가 되었죠. 소위 ‘라떼’라 부르는 시절의 다세대 주택은 불특정 다수를 충족 시키기 위한 효율적인 구조와 합리적인 가격에 초점을 맞췄는데요. 2000년대 이후 점차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원룸이 나타나기 시작하며 건축가의 손길을 타기 시작했어요. 같은 1인 가구라도 남과 똑같은 라이프를 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해요. 건축 분야도 사람들이 추구하는 다양한 주거 방식을 고려해야 하죠. 젊은 층의 비율이 높은 1인 가구가 계속 늘어나다 보니 그들을 타깃으로 한 무인 세탁함, 가구 구독 서비스와 같이 차별화된 주거 서비스도 찾아보기 쉬워요. 앞으로 어떤 다양한 서비스가 나올지 기대가 되는데 저희 브랜드도 ‘여백이 있는 삶’이라는 모토를 꾸준히 유지하며 1인 가구의 간결한 생활 방식에 대해 지속적으로 고찰하고 새로운 주거 라이프를 제안할 수 있도록 노력해 볼 생각입니다.
장영철 건축가 와이즈건축사사무소 공동 대표. 홍익대학교 건축과 졸업 후 미국 U.C. Berkeley에서 수학했다. 2011년 대한민국 젊은 건축가 상을 수상했고 <어둠 속의 대화 북촌> 프로젝트로 2015년 서울시 건축상 최우수상과 33회 코리아 디자인 어워드 공간 대상을 거머쥐었다. 2017년 빼빼한 나무 막대로 만들어진 빼빼가구를 판매하는 ‘가라지가게’를 오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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