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생을 함께하는 친구이자 가족이 된 반려동물. 단순히 식사와 잠자리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취향을 공유하고 함께 행복한 삶을 만들어가고자 하는 사람들 덕분에 사회 전반에 새로운 움직임이 일고 있다.
펫 프렌들리 호텔 가운데 하나인 포시즌스 호텔 서울.
PET=ME=FAMILY
우리나라 각종 민간 및 국가 연구 기관에서 발표한 통계 자료를 종합해 보면 반려동물을 기르는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불과 4년 전인 2019년, 1,000만 가구를 돌파했다며 점점 확대되는 시장에 기대감을 드러냈는데, 어느덧 그 인구수가 1,500만에 육박하고 있다. 이제는 반려동물을 ‘가족’의 일환으로 받아들인 이들이 대부분이고, 이들을 지칭하는 신조어 ‘펫팸족(Pet+Family)’은 물론 ‘나’와 동일시하며 귀하게 여기는 이들을 뜻하는 신조어 ‘펫미족(Pet=Me)’까지 생기면서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걸쳐 다양한 변화가 일었다. 그리고 이는 소비 활동과 밀접하게 연결됐다. 펫팸족이 이끄는 경제도 ‘펫코노미(Pet+Economy)’로 불리며 그 규모가 2027년에는 6조 원 이상으로 확대되리라 전망하고 있다. 이렇게 빠른 시간에 변화가 생긴 데에는 코로나19 팬데믹이 단단히 한몫했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팬데믹으로 인해 대외 활동이 급감하면서 자연스럽게 반려동물을 입양하는 사람이 증가했다. 또 기존에 반려동물을 키우던 사람들 역시 하루 중 함께하는 시간이 긴 만큼, 열과 성을 다해 이 작고 소중한 가족이 하루하루 행복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갔던 것. 나와 반려동물을 동일시하는 펫미족들은 마치 내가 입고 먹고 마시는 것처럼 모든 것을 최고급으로 마련하는 데 열을 올리기도 한다. 이런 현상은 자연스럽게 펫 푸드, 헬스 케어, 기술 개발, 여행 패키지를 넘어 ‘럭셔리’의 영역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동물 친화적인 방식으로 만든 유기농 최고급 펫 푸드와 코스로 나오는 펫 다이닝, 그리고 명품 브랜드 목줄과 의류, 그릇, 유모차, 캐리어 등의 제품은 물론 반려동물 유치원 같은 교육 시설 및 케어 프로그램 등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럭셔리 상품의 인기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티파니에서 선보이는 반려동물 컬렉션.
PET-TECHNOLOGY
반려동물 산업 가운데 가장 두드러지는 향상을 보이는 분야는 바로 테크놀로지 아닐까? 4차 산업혁명과 함께 인공지능, 가상현실, 증강현실 등의 기술 발전이 삶을 더 편리하고 풍요롭게 만드는 데 일조하고 있다. 이는 반려동물 관련 제품에도 적용되는데, 팬데믹이 끝나고 다시 오피스로 발걸음을 옮긴 이들이 홀로 두고 떠난 반려동물을 원격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디바이스가 대표적이다. 일례로 스타트업 회사인 펫페오톡이 론칭한 앱 서비스 ‘도기보기’는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반려동물의 행동을 분석하는 CCTV 앱 서비스를 제공한다. ‘사람은 말로 의사 표현을 할 수 있지만, 반려동물은 행동 언어로 소통한다’는 기본 전제에서 출발한 펫페오톡은 실시간 스트리밍과 소통 기능을 제공하고, 반려동물의 행동 패턴을 분석해 특이점이 있을 때 알림을 주거나 일일 활동량, 짖음량 등을 분석해 리포트로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도 제공 중이다.
반려동물의 건강 상태를 항상 체크할 수 있는 ‘티티케어’.
한편 반려동물 맞춤 기술력이 가장 돋보이는 곳은 헬스 부문이다. 많은 스타트업 회사들이 뛰어들어 다양한 제품과 소프트웨어를 선보이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으로 빠르게 사용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이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에이아이포펫AIForPet이 선보인 ‘티티케어’는 요즘 입소문을 타며 폭넓게 퍼지고 있는 애플리케이션이다. 반려 문화가 바뀌고 시장은 확대되고 있지만, 반려동물 건강관리는 여전히 어려운 문제다. 국내 동물병원에 내원하는 반려견의 33.2%는 알레르기성 피부 질환을 앓고, 17.5%가량은 관절염이 있으며 13.4%는 안구 질환으로 고생한다. 티티케어는 반려인이 쉽고 편하게 반려동물의 건강을 확인할 수 있도록 도우며, 국내 최초로 동물용 의료 기기 소프트웨어 허가도 받았다. 반려동물 환부 의심 부위를 촬영한 사진을 통해 멀티 질환을 동시에 판별할 수 있는 펫테크 독점 기술을 다수 보유하고 있으며, 자체적으로 축적한 데이터만 120만 개, AI 데이터 구축 사업으로 보유한 데이터가 80만 개나 될 만큼 많은 사람이 믿고 이용하고 있다.
수의사와 수의학과 학생들이 함께 만든 ‘샐러드 펫’. 앱 서비스를 통해 반려동물 맞춤 푸드에 대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다.
HEALTY & FANCY DIET FOR PET
반려동물 전용 푸드도 많은 발전을 이룬 분야다. 먼저 시중에서 찾을 수 있는 펫 푸드만 봐도 유기농, 동물 친화적 식품, 반려동물의 다양한 건강 상태에 맞춘 식품 등이 대거 출시됐다. 반려동물 선진국이라 불리는 독일, 영국 등 유럽에서는 반려식에서 프리미엄 식품의 비중이 거의 65%에 달할 정도로 식품의 질을 중요시한다. 우리나라도 현재 초프리미엄 제품군의 소비가 전체 펫 푸드 소비의 30%가 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하림펫푸드나 동원 등과 같은 대기업은 물론 각종 스타트업 회사까지 하이 퀄리티 신제품 개발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이유다. 특히 동원의 경우 ‘뉴트리플랜’이라는 펫 푸드 브랜드를 론칭하고 각양 각색의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강아지 푸드도 있지만, 참치를 주력 상품으로 다루고 있는 만큼 특히 고양이 제품이 두드러지는데, 동원의 식품 연구원과 펫 푸드 연구원이 함께 고민해 개발하고 자체 공장에서 생산하는 제품이라 엄격한 품질관리를 보장한다. 사람이 먹는 것과 100% 동일한 원료로 만든다는 점을 강조하며, 많은 반려인의 관심을 받는 데 성공했다.
펫 푸드 스타트업 기업인 ‘포옹’이 론칭한 요구르트 간식 ‘케피어스’.
동원에서 선보이는 초프리미엄 펫 푸드 제품. 요즘 많은 반려인이 찾는 인기 펫 푸드다.
프리미엄 푸드 브랜드와 종류가 많아지면서 나의 반려동물에게 어떤 것이 맞을지, 반려인들의 고민은 더욱 늘었다. 이러한 고민을 해소하기 위해 스타트업 기업 라이노박스의 영양 관리 애플리케이션 ‘샐러드펫’ 같은 서비스가 등장했다. 라이노박스는 수의사와 수의대생이 합심해 만든 브랜드다. 반려동물은 보호자가 주는 사료와 간식만을 먹고 1년 365일을 보내기 때문에 영양을 특히 더 생각해야 한다. 수의료 서비스가 선진화된 유럽과 미국에서는 수의사 전문의 제도 아래 영양 전문의 제도까지 운영되고 있을 만큼 많은 사람이 그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이러한 제도가 제대로 확립되지 않아 반려인들이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샐러드펫’처럼 수의학적 전문성을 바탕으로 만든 영양케어 서비스는 가뭄의 단비 같은 존재다. 샐러드펫은 국내 사료와 간식의 데이터베이스를 최대로 보유한 만큼’, 성분을 검색하고 맞춤 푸드를 추천 받을 수 있다. 또 비만도와 영양 상태를 분석해 하루 급여량도 계산해주니 금상첨화다.
이렇게 살기 위해 매일 먹는 사료 말고, 반려인과 함께 산책하다가, 혹은 기분 전환으로 가끔 즐길 수 있는 특식을 위한 공간도 예전보다 많아졌다. 특히 강아지를 위한 음료인 일명 ‘멍푸치노’와 디저트·다이닝 메뉴가 마련된 고기공, PEG, 메모아, 스태픽스, 코시나, 패티드, 맘마 등 셀 수 없이 많은 곳이 핫 플레이스로 떠오르는 중이다.
워커힐 호텔앤리조트의 ‘오! 마이 펫’ 패키지.
RELAX TOGETHER
반려동물과 함께 보내는 휴식 시간과 여가 활동 영역도 빼놓을 수 없다. 그동안 휴가철이면 반려동물을 뒤로한 채 여행을 떠났던 이들의 아쉬운 마음을 충족하기 위해 많은 호텔이 펫 프렌들리 정책을 펼치고 있다. 먼저 워커힐 호텔앤리조트는 반려견과 함께 조용한 ‘펫캉스’를 보낼 수 있는 ‘오! 마이 펫’ 패키지를 선보인다. 비스타 워커힐에서 이용할 수 있으며, 펫 콘셉트 룸을 따로 마련해 반려동물을 위한 장난감, 전용 침대와 베개, 식탁, 식기 등을 다양하게 제공한다. 포시즌스 호텔 서울 역시 펫 프렌들리 호텔 가운데 하나로, 베르그 앤릿지의 ‘R-스페이스’ 펫 하우스, 미끄럼 방지 그릇, 배변 패드 등 펫 어메니티를 객실에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비치했다. 룸서비스로 저온 조리한 닭고기, 삶은 당근, 강아지 컵케이크 같은 반려견 식사도 즐길 수 있다.
지난 2022년 한국관광공사는 반려인 2,006명과 비반려인 500명을 상대로 진행한 ‘2022 반려동물 동반 여행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반려인 조사 대상 중 74.4%가 반려견 동반 국내 여행 의향은 있으나 인프라 부족을 장애 요인으로 꼽았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반려동물 동반 가능 숙박 및 식음 시설, 관광지 같은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다. 반려인과 반려동물의 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인식 변화와 제반 시스템 마련에는 좀 더 시간이 걸리는 듯하다.
구찌가 지난 2022년 6월 론칭한 반려동물을 위한 ‘구찌 펫 컬렉션’.
PET WITH LUXURY
럭셔리 패션 브랜드도 펫 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티파니는 자신들의 시그너처 민트 컬러가 담긴 도그 칼라와 도그 리시, 본차이나 볼 등을 출시했고, 구찌 역시 펫 칼라와 리시, 펫 캐리어와 웨이스트 백, 펫 스웨터 등 다양한 펫 컬렉션을 론칭했다. 이 밖에도 에르메스, 펜디, 발렌티노, 베르사체, 몽클레르 등에서 저마다의 브랜드의 개성을 살린 펫 컬렉션을 만날 수 있다. 산타 마리아 노벨라, 이솝 등의 펫 케어 뷰티 제품도 마찬가지다. 우리 아이의 털이 늘 윤기 나고, 피부병 없이 잘 자라기를 바라는 이들의 염원이 럭셔리 제품 소비로 이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반려동물을 위해 하이엔드 브랜드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것을 가리키는 ‘펫셔리(Pet+Luxury)’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우리나라 최고의 광고 회사 중 하나인 이노션은 이를 두고 반려견에 대한 애정 표현이자 대리 만족 욕구를 드러낸다고 분석했다. 결국 반려동물과 함께 좋은 삶을 살고자 하는 경향과 이 모든 것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것이 아닐까. 반려동물 양육 인구가 늘고 시장은 확대되니 함께 공존하는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아직 많이 부족한 정책 개정이나 인프라 구축, 인식 개선 등에 더욱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