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디자인재단이 디자이너 37명의 영상 인터뷰 시리즈를 공개했다. 여명기부터 성장기에 이르기까지 한국 디자인계를 이끈 주역들의 목소리를 담았다.
데이터 사회로 이행할수록 아카이브의 중요성은 날로 커진다. 축적된 시간의 지층을 파악하고 맥락을 이해하는 일이 중요해진 것이다(아카이브의 어원이 그리스어로 ‘통치하다archeîn’라는 의미인 것은 그런 차원에서 의미심장하다). 서울디자인재단이 최근 선보인 영상 ‘디자인 서울 스토리: 인터뷰로 만나는 디자인 100년’이 뜻깊게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총 37편으로 이뤄진 이번 시리즈는 역사적으로 국내에서 디자인이 우리 도시와 산업에 어떤 역할을 하고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6개 항목으로 나눠 묻고 답하는 형식으로 구성됐다. “나는 OOO 디자이너다”라고 한 문장으로 정의하고, 디자이너로서 지켜온 신념과 이를 지키기 위한 일상의 루틴, 자신의 작품 베스트 3를 소개했다. 또한 ‘디자인 서울’에 대한 질문으로 디자인이 시민의 삶을 개선하는 데 어떻게 기여했는지도 자연스럽게 담았다. 최근 대통령 소속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제7기 위원장에 위촉된 서울디자인재단 권영걸 이사장은 특별 인터뷰로 참여했다.
“디자인은 문명을 창조하는 행위로, 우리는 현재의 낡은 문명을 대체할 새 문명의 길을 찾고, 문명의 형식을 결정하는 디자인의 새 원칙을 정립해야 한다.” “신문명 디자인은 오늘의 일그러진 사회 질서를 자연의 질서에 합치시키는 중재仲裁의 디자인이자, 자연에서 멀리 이탈한 인간을 본연의 자리로 귀환시키는 대의大義의 디자인이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윤호섭 국민대학교 명예교수와 이순종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역시 디자인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언급했다. 1960년대 디자인을 처음으로 대학교 교과과정으로 만든 김정자 서울대학교 명예교수의 인터뷰와 1975년 민성전자 휴대용 전자계산기를 디자인한 부수언 서울대학교 명예교수의 인터뷰는 한국 디자인 산업의 태동기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또한 37편의 영상에는 한국의 전통을 디자인에 녹여내고자 하는 시도와 업사이클링 등 지속 가능성에 대한 디자이너들의 솔직한 고민도 담겨 있다. 서울디자인재단 이경돈 대표이사는 “인터뷰로 만나는 디자인 100년을 목표로 소중한 영상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국내외에 인사이트를 제공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seouldesign.or.kr
참여 디자이너
(가나다순) 고영란, 고영준, 권영걸, 김개천, 김명석, 김성천, 김정자, 김주연, 김태호, 김현, 김현중, 나건, 나장수, 류명식, 명계수, 민영백, 박돈서, 박연선, 박영순, 백진경, 부수언, 서기흔, 서애란, 윤호섭, 은병수, 이경미, 이길형, 이숙자, 이순종, 정국현, 정수, 조재경, 차강희, 최시영, 한종률, 홍석일, 홍정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