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디자인〉의 클래스 프로젝트 ‘어바웃디’가 지난 3월 케이팝을 주제로 열렸다. DDP 매거진 라이브러리, 스페이스오디티, 그리고 디자이너들이 함께 마련한 자리였다.
지난해 8월부터 매달 진행한 어바웃디를 올해부터 분기별 프로젝트로 진행한다. 독자들이 가장 흥미로워할 주제를 엄선해 좀 더 심도 있고 풍성한 행사로 만들 계획이다. 지난 3월 24일 DDP 디자인 홀과 DDP 매거진 라이브러리에서 열린 ‘어바웃디: 케이팝토피아의 설계자들’은 한층 진화한 클래스 프로젝트의 면모를 보여줬다. 서울디자인재단과 공동 주최한 이 행사는 DDP 매거진 라이브러리의 첫 매거진 토크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었다. 여기에 뮤직 콘텐츠 스타트업 스페이스오디티가 연사 섭외와 콘텐츠 구성에 동참해 힘을 보탰다. 스페이스오디티가 운영하는 케이팝레이더는 월간 〈디자인〉 536호 특집 ‘케이팝 디자인 아나토미’를 공동 기획했는데, 당시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며 국내 주요 대형 서점에서 잡지 부문 판매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대중이 아닌 특정 직군을 주요 독자로 삼는 전문지가 이처럼 큰 반향을 일으킨 것 자체가 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어바웃디 현장. 브이비스튜디오가 진행한 저스틴의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있다.
이번 어바웃디에는 스페이스오디티 김홍기 대표, 허스키폭스 이두희 공동 대표, 디지페디 성원모 대표, 브이비스튜디오 김철휘 대표가 연사로 참여했다. 첫 세션을 맡은 김홍기 대표는 대중음악사와 미디어의 연결 고리에 주목했다. 오늘날 케이팝의 글로벌한 팬덤 이면에는 콘텐츠를 확산시킨 미디어의 진화가 있다는 흥미로운 주장이었다. 특히 그는 케이팝 앨범 언박싱 콘텐츠를 예로 들며 디자인을 비롯한 시각적 결과물이 케이팝 산업의 성장에 주춧돌이 되었다고 분석했다. BTS의 정규 3집 앨범 〈Love Yourself 轉 ‘Tear’〉로 2019년 그래미 어워즈 ‘베스트 리코딩’ 패키지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었던 허스키폭스의 이두희 공동 대표는 한국 대중음악과 브랜딩의 조우 과정을 살폈다. 그는 1970년대 말 산울림부터 1990년대 듀스, 그리고 자신들이 작업한 르세라핌의 앨범 브랜딩까지 각 시대의 이정표가 될 만한 디자인 프로젝트와 케이팝 앨범 브랜딩의 진화를 살폈다.
이번 클래스가 케이팝의 황금빛 미래에만 주목한 것은 아니다. 디지페디 성원모 대표는 케이팝 뮤직비디오 제작 시장이 처한 현실과 위기에 관해 가감 없이 털어놓았다. 뮤직비디오 제작에서 많은 인력이 제작보다 기획에 편중되어 있고 이에 따라 제작 인력의 인건비가 치솟았다는 것, 이를 타파하기 위해 부득이 해외 진출까지 고려하고 있다는 것은 눈부시게 성장하는 시장 속에서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한 그림자와 같았다. 브이비스튜디오 김철휘 대표는 아이브, 블랙핑크, 몬스타엑스 등 자신들의 포트폴리오를 중심으로 발표를 이어갔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들이 중국 아이돌 저스틴의 아트 디렉팅을 맡았다는 것. 이는 디자인 시장에서 앞으로 케이팝의 비즈니스 모델이 수출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증이었다. 200여 명의 청중이 모인 가운데 성공적으로 진행된 어바웃디는 2사분기에 새로운 주제로 돌아올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