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동감 넘치는 색상, 장난스럽고 낭만적인 그림을 기반으로 지노리 1735를 비롯해 리빙·패션·뷰티·인테리어 등 다양한 분야의 브랜드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는 아티스트 루크 에드워드 홀. 지노리를 국내에 소개하는 크리에이티브랩의 리빙 편집숍 카인드스페이스의 공간 오픈을 기념하며 한국을 찾은 그를 <행복>이 만났다.
아티스트 루크 에드워드 홀은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예술가이자 디자이너이며 칼럼니스트다. 영국 센트럴 세인트 마틴에서 패션 디자인을 전공한 후 인테리어디자인 분야에서의 경력을 시작으로 예술 및 디자인, 인테리어디자인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지노리 1735를 비롯해 버버리, 딥티크, 루벨리, V&A, 파리 호텔 레 되 가르Lex Deux Gares 등과 협업하며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전세계에 알렸다. 최근 브랜드 샤토 올랜도Chateau Orlando를 론칭했고, 올해 새로운 책을 출간하며 런던과 뉴욕에서 전시회를 열 예정이다.
1735년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시작한 지노리Ginori 1735는 유구한 세월 동안 유서 깊은 헤리티지를 이어오며 예술 작품과 같은 정교한 포슬린 컬렉션을 선보여왔다. 2013년 구찌가 인수하면서 아름다운 프린트가 어우러진 플레이트부터 글라스웨어, 홈 프레이그런스와 조각품까지 더욱 폭넓고 감각적인 컬렉션을 출시하고 있다.
특히 영국의 떠오르는 아티스트이자 디자이너인 루크 에드워드 홀이 참여한 컬렉션 ‘일 비아지오 디 네투노’, 홈 프레이그런스 컬렉션 ‘프로푸미 루키노’는 생동감 넘치는 색과 경쾌한 유희로 가득한 그림으로 더욱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지노리 1735를 국내에 전개하는 크리에이티브랩이 카인드스페이스 오프라인 매장을 오픈하며 지노리 1735와 매혹적인 컬렉션을 함께 만든 루크 에드워드 홀을 초대했다. 세계 곳곳을 여행하듯 누비며 자유로운 작업 세계를 펼치는 그에게 영감의 원천을 물었다.
카인드스페이스에 전시한 지노리 1735의 일 비아지오 디 네투노 Il Viaggio di Nettuno.
일 비아지오 디 네투노 컬렉션 화병과 루크 에드워드 홀의 핸드 페인팅.
당신은 고전과 판타지, 특히 그리스 로마 신화의 열렬한 팬이라 알고 있다. 지노리 1735의 일 비아지오 디 네투노도 그리스 로마 신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프린트가 특징인데, 신화의 어떤 점에서 영감을 받는지 궁금하다.
고전적 내러티브로 스토리텔링을 하는 작업을 선호한다. 어릴 때 고전 신화에 매료됐는데, 그리스 로마 신화는 마법으로 가득 차 있고 비장한 캐릭터가 등장하는 환상적 이야기였다. 신화에는 모든 것이 담겨 있다. 사랑부터 복수, 모험, 죽음 등. 지금도 내 작업의 모티프로 많은 영감을 받는다. 지노리 1735는 새로운 컬렉션을 기획하면서 바다를 주제로 원했는데, 신화를 끌어와 바다에 대한 이야기를 펼치는 것으로 구현했다. 네투노 컬렉션은 로마 신화에 나오는 바다의 신 ‘넵튠Neptune’을 모티프로 그의 바다 여행 그리고 그가 만나게 되는 여러 캐릭터 이야기다. 종종 영국의 신화에서도 영감을 받곤 하는데, 마법적 요소 때문이다. 특히 관심 있는 영국 민속 캐릭터는 ‘그린 맨’인데, 나뭇잎이나 가지로 뒤덮인 얼굴을 하고 있다. 영국의 많은 건축물에서이 조각을 볼 수 있다. 지금 입고 있는 샤토 올랜도 컬렉션 옷도 그것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했다.
지노리 1735 프로푸미 루키노는 전 세계를 여행하며 영감을 받은 코츠 월즈, 마라케시, 라자스탄, 빅서, 베네치아 등 다섯 곳 도시를 모티프로 탄생했다. 당신에게 어떤 장소들인가?
여행을 통해 영감을 받곤 하는데, 이 다섯 도시는 향으로 표현할 수 있는 곳이다. 코츠월즈는 현재 사는 곳이고, 베네치아는 자주 방문한다. 빅서 등 나머지는 한 번만 가봤지만 바로 사랑에 빠진 곳들이다. 특히 라자스탄은 건축 양식, 색채, 사람들, 음식 모든 것이 압도적이었다.
다섯 곳의 도시를 모티프로 작업한 지노리 1735의 프로푸미 루키노 Profumi Luchino 컬렉션.
카인드스페이스에서 핸드 페인팅 라이브 퍼포먼스를 선보인 루크.
물건에 담긴 고유한 이야기를 수집하듯 오래된 물건을 수 집한다고 알고 있다. 최근에는 어떤 물건에 관심을 갖고 모으나?
나는 많은 물건에 둘러싸여 살고 있다. 새것과 오래된 것이 뒤섞이는 것도 좋아하지만, 사실 집을 채운 물건의 95%는 오래된 것들이다. 여행지에서 사 모은 희귀한 책이나 잡지, 도자기들…. 쓰레기 같은 것도 특정한 순간을 떠올리며 모아놓는 편이다. 그래서 스튜디오는 수집품이 가득 쌓인 동굴 같다. 수집하고 싶은 대상이 바뀌곤 하지만, 18세기 이탈리아 바로크·로코코 양식의 가구나 오브제, 특정 예술가의 드로잉과 페인팅에 빠져 있다.
가장 영감을 받은 예술가는 누구인가?
세실 비턴Cecil Beaton이라는 패션 사진가를 가장 좋아하는데, 주로 1930년대부터 1950년대 활동하며 당대 스타를 카메라에 담았다. 무대 및 의상 디자이너, 하우스 데커레이션, 작가, 일러스트레이터 등 다방면으로 놀라운 활동을 한 인물이다.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책도 쓰고, 스크랩북도 제작해 표지와 내지에 그림도 그렸다. 많은 다른 일을 하는 나와 활동하는 방식에서 비슷한 점도 있는 것 같아 특히 그에게 영감을 받곤 한다.
요제프 프랑크가 창립한 스웨덴의 하이엔드 리빙 브랜드 스벤스크트 텐Svenskt Tenn과 협업해 쿠션, 전등갓, 트레이, 가방 등에 패턴 디자인을 선보였다.
파리 호텔 등 인테리어디자인에서도 두각을 드러냈는데, 건축이나 공간을 볼 때 어떤 점을 눈여겨보는가?
오래된 건물을 좋아해 종종 그런 곳을 찾아다닌다. 특히 건물이 자리한 주변 환경과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는 곳에 끌린다. 영국의 교외에 머무를 때는 역사적 가옥을 둘러보며 여행하고, 베네치아에서는 전통 고딕 양식의 건축물을 보곤 한다. 또 이질적인 것이 혼합돼 새로운 감각을 자아내는 건물에도 관심이 많다. 도쿄에서 오래된 집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여러 양식이 뒤섞인 일본식 아르데코 하우스였다. 마침 내일 서울 북촌한옥마을을 관광하며 한국의 오래된 집을 볼 수 있어 정말 기대된다. 기회가 된다면 한국의 시골도 다녀오고 싶다. 최근에는 올해 두바이에 문을 연 레스토랑 조젯Josette의 인테리어디자인 작업을 진행했다. 1920년대 파리를 주제로 다양한 색을 마음껏 활용한 즐거운 작업이었다. 음식과 여행을 좋아해서 레스토랑이나 호텔은 흥미로운 프로젝트인데, 마치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주는 공간을 만들고자 한다.
베네치아의 유서 깊은 직물 브랜드 루벨리Rubelli와 협업한 ‘리턴 투 아르카디아Return to Arcadia’ 컬렉션. 영국 시골 정원에서 영감을 받은 패턴과 색을 쿠션 등 패브릭 제품에 담았다.
패션과 인테리어의 경계를 허무는 것을 목표로 젠더리스 컬렉션을 선보이는 샤토 올랜도.
<파이낸셜타임스> 인테리어 섹션에서 정기적으로 칼럼을 쓰는 칼럼니스트로서 활동도 인상적이다. 한동안 미니멀리즘이 강세였다가 이제 맥시멀리즘 시대가 돌아왔는데, 맥시멀리스트인 칼럼니스트로서 <행복> 독자에게 팁을 준다면?
항상 강조하는 것은 집을 꾸미거나 설계할 때 자신의 본능을 믿고 마음에 드는 것을 선택하라는 거다. 사람의 개성이 드러나는 인테리어가 가장 매력적이라 생각
한다. 설령 사고 싶은 물건을 마땅히 둘 자리가 없더라도 그 문제는 나중에 생각하면 된다. 우리 집도 넓지 않은데 가득 채워져 있어 새로운 물건을 들일 때마다 공간을 재정비하곤 한다.
인테리어디자인을 비롯해 브랜딩 작업을 디렉팅한 파리 호텔 레 되 가르. photographer by Benoit Linero.
지난해 패션과 홈 컬렉션을 선보이는 샤토 올랜도를 론 칭했는데, 브랜드에서 당신이 진행하는 ‘CHIT-CHAT-EAU’라는 인터뷰 프로젝트도 흥미롭더라. 셰프, 뮤지션, 디자이너 등 여러 분야의 인물에게 관심을 갖고 질문하는 것을 보면서 다채로운 영감의 근원은 ‘호기심’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당신이 인터뷰이에게 한 공통 질문을 되묻는다. 가장 좋아하는 소설과 음악, 꽃, 색깔은?
소설은 도나 타트Donna Tartt의 <시크릿 히스토리The Secret History>, 음악은 늘 틀어놓고 다양한 장르를 듣곤 하는데, 소프트 셀Soft Cell의 ‘Say Hello, Wave Goodbye’는 매일 듣는 곡이다. 꽃은 집에서 튤립을 키우는데, 종류와 색상이 다양해 좋아하고, 튤립이 필 때가 1년 중 가장 좋아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가장 좋아하는 색은 초록색.
취재 협조 카인드스페이스 by 크리에이티브랩(02-517-70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