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빠르게 돌아가는 홍콩에서, 몇 년간 주요 화두로 언급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도시 재생이다. 역사·문화적으로 가치 있는 건물을 리모델링해 생활을 풍요롭게 하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재탄생시키는 시도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빅토리아 교도소가 있던 자리. 당시 죄수들의 생활을 담은 미디어 아트를 전시 중이다.

트렌디한 상점과 레스토랑, 갤러리 등으로 채워져 있다.

JC 컨템퍼러리의 상징인 나선형 계단. ‘Mind Your Step’이라는 작품명을 갖고 있다.

알루미늄 격자로 외관을 완성한 JC 컨템퍼러리.
TAI KWUN
우리말로 ‘큰 집’이라는 뜻의 ‘타이퀀’. 2018년 개장과 동시에 센트럴 최고의 명소로 떠오른 이곳은 옛 홍콩 중앙경찰서와 빅토리아 교도소, 법원 등이 있던 자리에 세워진 약 1만3500m2 규모의 복합 문화 공간이다. 홍콩 정부의 주도로 2008년 재개발에 착수, 10년간 약 5000억 원을 들여 조성했다. 내부는 총 18개 건물과 2개의 광장으로 이루어져 하나의 커다란 마을 형태를 이룬다. 경찰서로 쓰이던 빨간 벽돌 건물과 하얀 석조 건물은 1860년대에 지은 것. 170여 년이 지났지만 당시 스타일을 온전히 보존하고 있다. 뒤편의 감옥 건물도 옛날 형태 그대로다. 당시 죄수들의 생활 모습을 사진과 미디어 아트로 재현해놓았다. 죄수들이 산책하던 광장 뒤편으로는 2개의 신축 건물이 눈에 띈다. 현대미술관인 ‘JC 컨템퍼러리’와 야외 공연장이 있는 ‘JC큐브’로, 두 건물 모두 스위스 건축가 헤르초크 & 드 뫼롱이 설계했다. 현재 JC 컨펨퍼러리에서는 LGBTQ+ 성 소수자에 대한 메시지를 담은 <미스 메이커스Myth Makers> 전시를 진행 중이다.
주소 35 Aberdeen Street, Central
운영 시간 오전 8시~오후 11시
웹사이트 taikwun.hk
인스타그램 @taikwun.hk

아트 공방, 편집숍 등 다양한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다.

공장이었을 때의 외관을 그대로 보존한 JCCAC.
JOCKEY CLUB CREATIVE ARTS CENTRE
2008년, 홍콩 내 대규모 사회 프로젝트로 완성된 ‘JCCAC’. 1977년 완공된 이 건물은 본래 아파트형 공업단지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공장들이 빠져나가며 빈 공간이 되자, 홍콩 정부와 자키클럽(홍콩 경마 기수 클럽)의 후원으로 2008년 예술 작품을 전시하고 비교적 저렴한 임대료로 공간을 제공하며 예술가들의 작품 활동을 후원하는 장소로 재탄생했다. 과거에 인쇄소와 플라스틱 제조업체들이 자리 잡았던 9층 규모의 건물은 오늘날 홍콩 예술가들의 집합소이자 아트 공간으로 변모했다. 건물 내부에는 예술가들의 아틀리에, 갤러리, 디자인 사무실 등을 만나볼 수 있다. 지금은 가장 트렌디한 아트 작품, 공방, 편집숍 등을 만날 수 있는 현대적인 공간이지만, 건물 외관 곳곳에서는 과거의 흔적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1970년대 느낌의 콘크리트, 건물 밖에서 발견할 수 있는 파이프 등 옛 공장의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것. 그야말로 과거와 현재의 완벽한 공존을 실현하고 있는 곳이다.
주소 30 Pak Tin Street, Shek Kip Mei, Kowloon
운영 시간 오전 10시~오후 10시
웹사이트 jccac.org.hk
인스타그램 @jccac_artsvillage

1951년부터 경찰 관사로 사용했던 건물을 디자이너들의 창작 지원 센터로 탈바꿈했다.

건물 2개를 잇는 통로 위는 도심 속 휴식을 위한 루프톱 정원으로 꾸몄다.

한국 작가 이태호의 그림이 그려진 계단.
PMQ
타이퀀에서 도보로 약 5분 거리에는 ‘PMQ’가 위치한다. ‘Police Married Quarter’의 약자를 딴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한때 경찰 관사였던 건물을 리모델링한 공간이다. 원래는 1889년 홍콩 최초의 서양식 교육기관이던 빅토리아 칼리지가 이전해 자리 잡았던 곳인데, 건물을 새로 지은 뒤1951~2000년까지 경찰들의 숙소로 사용하다가 2009년 재생 사업을 거쳐 지금과 같은 디자이너들의 창작 지원 센터로 재탄생했다. 지하 층에는 과거 건축의 흔적을 그대로 보존해 전시 중이다. 건물은 2개 동으로 이루어져 있다. 나란히 선 하얀 건물 사이를 커다란 통로가 연결하고 있으며, 통로 위는 루프톱 정원으로 꾸몄다. 분주하게 돌아가는 홍콩 도심에서, 초록 식물을 볼 수 있는 한 줌의 휴식 같은 공간이다. 건물 안에는 100여 개의 작은 공방과 디자인 숍이 자리 잡고 있으며, 참신하고 다채로운 작품 판매와 전시, 워크숍 등이 끊임없이 이루어진다. 곳곳에 위치한 벽화나 조형물을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건물 뒤편 계단에서는 한국 작가 이태호의 작품도 발견할 수 있다.
주소 35 Aberdeen Street, Central
운영 시간 오전 7시~오후 11시
웹사이트 pmq.org.hk
인스타그램 @pmqhkdesign

빅토리아 시대의 건축 양식을 살린 고풍스러운 건물 외관이 돋보인다.

건물과 함께 리노베이션을 거친 옛 구룡 소방서.
1881 HERITAGE
고풍스러우면서도 현대적인 분위기의 외관과 야경으로 관광객은 물론 홍콩 현지인에게도 인기인 ‘1881 헤리티지’. 침사추이의 수많은 관광지 중에서도 연일 붐비는 이곳은 1880년대부터 1996년까지 홍콩 해양 경찰 본부였다. 무려 40년간의 공사를 거쳐 완공된 이 건축물은 영국 빅토리아 시대의 건축양식을 살린 고풍스러운 석조 건물로, 계절마다 바뀌는 중앙 조형물 등 눈을 즐겁게 하는 요소로 가득 차 있다. 자그마치 120년의 역사를 간직한 ‘1881 헤리티지’의 내부는 현재 럭셔리 브랜드 숍, 파인다이닝, 호텔, 건물의 역사를 담은 전시관인 헤리티지 홀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티파니, IWC, 롤렉스 등 럭셔리 워치 & 주얼리 브랜드는 물론 중국 전통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등도 만날 수 있으며 럭셔리 부티크 호텔 휼렛 하우스Hullett House 역시 건물 내에 자리한다. 쇼핑과 식도락은 물론, 도심 속 여유를 느낄 수 있도록 조성한 외부 야외 휴식 공간 역시 빼놓지 않고 즐겨야 할 요소다.
주소 2A Canton Road, Tsim Sha Tsui, Kowloon
운영 시간 오전 10시~밤 12시
웹사이트 1881heritage.com
인스타그램 @1881_heritage

재활용 콘셉트의 의류 숍, 예술품 숍 등을 다채롭게 만나볼 수 있다.

홍콩 로컬 아티스트와 홍콩 유스 아트 재단의 협력으로 완성된 벽화.

트렌디한 현대적 요소와 과거의 흔적이 공존하는 내부 공간.

섬유 공장이었을 당시의 외관을 보존하고 있다.
THE MILLS
과거 공업지대였던 췬완Tsuen Wan 지역에 위치한 ‘더 밀스’는 원래 1949년 세워진 섬유 공장이었다. 하지만 1990년대 섬유 산업이 저물어가며 2008년이 되어서는 창고로 쓰이다가, 2014년에 이르러 지금의 복합 문화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더 밀스의 건물 외관은 하나의 큰 갤러리 같은데, 홍콩 유스 아트 재단Hong Youth Foundation과 6명의 로컬 아티스트가 협력해 대형 벽화를 완성한 결과다. 작품 앞은 관광객들의 포토 스폿으로도 인기가 높다. 내부엔 여러 개의 카페와 레스토랑이 입점해 있으며, 재활용 콘셉트의 의류나 장식품 등을 판매하고 젊은 예술가들의 작품 전시나 공방 체험 프로그램 등도 운영한다. 더 밀스는 오늘날 현대적 감성을 입고 세련된 모습으로 탈바꿈해 트렌디한 요소들을 물씬 느낄 수 있는 공간이지만, 건물 위를 바라보면 옛 공장을 그대로 보존한 천장을 발견할 수 있다. 옛것을 최대한 보존하고 공간의 용도만 시대의 흐름에 맞춰 탈바꿈시킨 것. 홍콩의 과거와 현재를 만날 수 있는, 헤리티지를 오롯이 느낄 수 있는 건물이다.
주소 45 Pak Tin Par Street, Tsuen Wan
운영 시간 오전 10시~오후 10시
웹사이트 themills.com.h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