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자리〉, 우란문화재단 우란1경
술 이야기를 담은 공예 작품으로 우리 일상을 돌아보는 흥미로운 전시. 참여 작가 다섯 명과 음식 문헌 연구자 고영이 문헌 속 술 문화와 현시점의 술 이야기를 나누며 시작한 연구 전시 프로젝트로, ‘은밀하고 친밀한 연대 의식이 자리하는 곳, 술자리’에 대한 탐구를 작품화했다. 박선민·박혜인·유진경·이혜미·최수진 작가가 나무, 흙, 유리 등으로 표현한 우리의 술 이야기다. 조선 시대 여성이 전수했다고 알려진 ‘과하주’ 한잔을 음미하며 전시를 즐기는 흥미로운 기획도 더했다. 2023년 2월 8월까지 우란문화재단에서. 문의 070-4244-3670
배상하, ‘수녀 수산나’, Gelatin silver print, 57×40.3cm, 1962
©김재경
뮤지엄한미 삼청 개관전 〈한국사진사 인사이드 아웃, 1929~1982〉, 뮤지엄한미 삼청
2003년 개관해 한국을 대표하는 사진 전문 미술관으로 자리매김한 한미사진미술관이 삼청동에서 뮤지엄한미로 새롭게 태어났다. 민현식 건축가가 설계한 새 미술관은 ‘물의 정원’을 중심으로 세 개의 동이 3차원으로 교직해 관람객이 순환하는 구조다. 랜드 아트, 장소 특정적 미술, 개념 미술, 뉴미디어 영상까지 전시 대상을 확장한 뮤지엄한미는 신축 개관전으로 우리 사진 역사를 새롭게 되짚는 〈한국사진사 인사이드 아웃, 1929~1982〉를 개최한다. 전시 제목처럼 50여 년 한국 사진제도의 안팎을 샅샅이 뒤집어 살펴보는 역사전. 당대의 사진 조건과 사진가의 미학적 성향을 담지하는 의미를 담아 작품을 빈티지 프린트 형태로 전시한다. 정해창, 임응식, 배상하, 홍순태, 육명심, 이해선 등 눈부신 거장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2023년 4월 16일까지 뮤지엄한미 삼청. 문의 02-733-1315
박민준 〈X〉, 갤러리현대
고전 회화를 연상시키는 회화적 필법으로 그린 광대, 서커스 단원 등 캐릭터. 그 익숙하고도 낯선 풍경 앞에서 삶의 비의를 감지한다면 엄청난 감상력이다. 직접 집필한 소설과 대사를 미술 작품으로 변주하는 박민준 작가의 열 번째 개인전 〈X〉. 천재 곡예사인 형 라포와 평범한 동생 라푸의 이야기를 담은 ‘라포르 서커스’, 삶과 죽음·남녀·음양·시작과 끝처럼 세계의 대칭성을 숫자에 비유한 ‘두 개의 깃발’, 16~18세기 이탈리아 즉흥극에서 영감받은 ‘콤메디아 델라르테’ 등 회화 및 조각 30여 점을 선보인다.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사유적 시간이 될 것이다. 2023년 2월 5일까지 갤러리현대에서. 문의 02-2287-3500
파브리스 이베르 〈계곡〉,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
수학, 신경 과학, 비즈니스, 역사, 천체물리학, 사랑, 몸, 생물종의 진화까지 모든 존재의 영역을 예술로 포섭하는 파브리스 이베르Fabrice Hyber. 1990년대부터 나무 씨앗 30만 개를 정교한 기술로 파종해 그 풍경을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승화시킨 것에서 그의 예술은 시되었다. 숲에 씨앗을 뿌리듯 생각과 이미지를 씨앗 삼아 펼친 회화, 조형물이 그 예술의 종착지라 하겠다. 그 사이사이 문장을 적고, 그 문장에 따른 이미지를 그리고, 시를 쓰고, 색을 칠하는 모든 ‘축적’ 과정이 더해진다. 이번 전시를 위해 파브리스 이베르는 현대미술재단 중앙 전시장을 ‘학교’처럼 창조해, 관람객이 신작 15점을 포함한 60여 점의 작품을 교실을 탐색하듯 감상할 수 있게 구성했다. 문을 열거나 창문 너머를 바라보고, 책상 앞에 앉아 칠판 대신 캔버스를 응시하는 경험도 가능하다. “배움과 실험, 피난처이기도 한 ‘계곡’은 매트릭스이자 작업의 원천이 되었다”는 그의 방대한 예술 세계가 궁금하다면 파리로 향할 것. 2023년 4월 30일까지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에서. www.fondationcarti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