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을 사랑하는 BX 디자이너 박종원 씨. 우리가 이 집을 찾은 첫째 이유도 젊은 나이에 고가구로 집을 꾸민 색다름 때문이었다. 그는 직접 디자인한 검은색 생활 한복을 입고 우리를 반갑게 맞았다.
짙은 원목 톤의 가구로 꾸민 거실. 주로 친구들과 모임을 하거나 영화를 보는 휴식 공간으로 사용한다. 탁자 위 악보 거치대는 박종원 씨만의 미적 감각으로 하나의 오브제처럼 연출했다.
이 집의 중심을 잡아주는 이층 탁자. 가격도 비쌀뿐더러 원하는 디자인의 전통 탁자를 찾기가 어려워 구매를 포기할 무렵 우연히 당근마켓에서 발견했다. 사이즈도 벽면과 딱 들어맞아 운명이라 생각한다고.
“저는 가장 아름다운 한국을 디자인합니다.” BX(brand experience) 디자이너 박종원 씨가 스스로를 소개하며 내건 문구다. 디자이너로서 박종원씨 작업의 핵심은 한국의 전통에서 비롯한다. 좋은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먼저 ‘나’를 탐구했고, 그 탐구 결과는 디자인의 방향성을 넘어 그의 집까지 고스란히 이어졌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하고 싶은 디자인은 무엇인지 먼저 명확하게 정립하고 싶었어요. 곰곰이 생각해보니 제가 사극을 아주 좋아하더라고요. 어릴 때부터 정통, 판타지 사극까지 한국 역사 드라마는 다 챙겨 봤거든요. 혼자 경복궁으로 산책을 가는 것도 좋아했고요. 그러한 작은 발견에서 시작해 제 디자인 영역에도 ‘한국 전통’이라는 키워드를 끌어오게 됐죠. 전통 디자인과 관련한 작업을 꾸준히 해오다 보니 자연스레 제가 사는 집도 한국적으로 꾸미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오피스텔에 한옥 느낌을 살리기 위해 원목 고가구와 소품을 하나둘 모아 인테리어했고요.”
박종원 씨의 현재 일터는 BTS, 김연경 등 유명 셀럽의 한복을 제작한 한복 정장 브랜드 리을. 이곳에서 BX 디자이너로 일하기 전, 그는 여권 케이스 디자이너로 처음 대중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박종원 씨의 작업 데스크. 내 작업 공간을 마련했다는 사실만으로 만족스럽지만, 가끔 일어서서 일하고 싶을 때가 있기에 다음엔 높낮이 조절이 되는 의자와 책상을 구매하고자 마음먹었다.
호주 유학을 다녀온 후 와인과 위스키의 매력을 알게 됐다는 박종원 씨. 그의 주류 컬렉션을 복층 계단에 작품처럼 배치했다.
“우리 전통과 관련해서 처음으로 작업한 것은 여권 케이스를 만든 거예요. 그중 ‘세종 여권 케이스’를 만들었을때 7억 펀딩을 달성할 만큼 대중에게 큰 호응을 얻었어요. 한창 여권 디자인이 바뀐다는 말이 나올 때였는데, 제눈엔 그 디자인이 좀 아쉽더라고요. 그래서 직접 디자인을 해보게 된 거죠. ‘국민이 왕이다’라는 슬로건을 중심으로, 왕이 입던 곤룡포에 있는 오조룡을 케이스 중앙에 넣었어요. 세종 여권 케이스가 인기를 끈 이후에 등판 자수 디자이너로 생활 한복 제작에 참여했는데, 이것도 1억 펀딩을 달성했어요. 그땐 주변에선 저를 와디즈Wadiz의 아들로 불렀죠.(웃음)”
이 집에서 박종원 씨가 가장 애정을 느끼는 곳은 다름 아닌 작업 공간. 온종일 일하고 집에 돌아오면 휴식을 취하고 싶을 만도 한데, 그에게 휴식은 개인이 원하는 작업과 공부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시간을 의미한다. 지금도 수많은 사이드 프로젝트를 병행하고 있는 박종원 씨는 요즘 젊은 세대의 라이프스타일 트렌드인 ‘갓생’을 살고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친구에게 선물받은 자개 소반 무선 충전기. 소반 위에 핸드폰을 툭 올려두기만 하면 충전이 된다.
하얀 신발 모양이 도자기와 닮았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나이키 운동화 커스텀. 청화백자를 모티프로 짬짬이 흰 운동화를 커스텀하는 중이다.
“일을 마치고 오후 8시에서 새벽 2시까지 집에서 혼자 작업하는 시간을 가장 좋아해요. 사실 소파나 침대보다도 이 작업 공간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요. 피곤해도 작업을 하는 게 습관이기도 하고요.”
그에게 궁극적으로 꿈꾸는 공간은 한옥이냐고 물었더니, 단번에 아니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놀랍게도 박종원 씨는 미래에 그가 운영할 회사를 궁궐처럼 짓고 싶다고 했다. 집현전처럼 옛 명칭으로 팀을 나누겠다는 귀여운 꿈도 있었다. 혼자 생활하기보다 많은 사람과 한옥을 누리고 싶다는 박종원 씨의 대답에서 전통에 대한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집의 콘셉트를 완성하는 한국적 디테일!
진정으로 무언가를 사랑하는 사람은 작은 물건까지도 애정을 느끼는 것으로 공간을 채우는 법. 박종원 씨 집의 구석구석을 채운 한국적 소품을 찾았다.
갓을 쓴 조명
전통 갓을 쓴 사람의 모습이 연상되어 이 테이블 램프를 주저 없이 집에 들였다. 늦은 밤 가볍게 술을 기울일 때 이 조명 하나만 은은히 켜두면, 그 어느 바보다 고즈넉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에어팟 맥스를 걸어 거치대로 유용하게 사용하기도!
근정전 디자인 테이프
경복궁 모양 패키지에 마음을 뺏겨 구입한 근정전 마스킹 테이프. ‘이건 안 살 수 없잖아!’ 하는 마음으로 바로 구매했다고. 꽃살문, 서까래 등 여섯 가지 문양을 입은 마스킹 테이프를 차곡차곡 쌓아 올려 오브제처럼 두었다.
자연을 닮은 종지
서울번드에서 구입한 고요GOYO의 종지 세트. 한국적 아이템을 자주 검색하다 보니 이젠 알고리즘이 알아서 박종원 씨에게 제품을 추천해준다. 배달 음식을 먹더라도 이 종지에 소스를 담으면 대접받는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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