튼튼한 내구성 대비 빠르게 변하는 패션 트렌드로 인해 쉬이 버려지는 것이 아쉽기만 한 아이템, 청바지. 산업 디자이너들이 버려진 청바지에 새로운 생명력을 부여하기 위해 소매를 걷어붙였다.
THE FLUFF STACKS
데님 브랜드 지스타G-Star는 그간 여러 뮤지션, 아티스트와의 협업을 통해 환경문제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표현해왔다. 지난 8월에는 네덜란드의 산업 디자이너 레니 스퇴프Lenny St pp와 손을 잡고 데님 폐기물로 만든 사이드 테이블과 스툴, 램프 등으로 구성된 ‘플러프 스택’ 컬렉션을 선보였다. 레니 스퇴프는 처마를 만드는 기법으로 화병, 그릇을 제작하거나 충전·단열재를 혼합해 아트워크를 만드는 등 기존의 공정이나 물건을 비틀어 그만이 지닌 가치를 재조명하는 작업을 이어왔다. 이번 협업에서는 데님 폐기물 조각과 옥수수 전분, 물을 섞은 뒤 금형에 넣어 압축하는 방식으로 오브제들을 완성했는데, 디자이너는 작품을 통해 대중에게 데님이 지닌 강한 내구성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lennystopp.nl
THE SHIFT
덴마크 텍스타일 브랜드 크바드라트Kvadrat는 데님, 병원 침대시트 등 폐기된 섬유를 가공해 솔리드 텍스타일 보드 소재를 개발했다. 이후 여러 디자이너에게 소재를 활용해 가구, 오브제를 만들어줄 것을 요청했고 영국을 대표하는 젊은 산업 디자이너 벤저민 휴버트Benjamin Hubert의 레이어Layer 스튜디오에서 선반 시스템 ‘시프트’를 탄생시켰다. 벤저민 휴버트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6개월간 10개가량의 프로토타입을 만들 만큼 작업에 몰두했다. 그는 볼트와 너트 등의 하드웨어를 사용하지 않고도 간편하게 설치가 가능하며,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선반을 구성할 수 있는 시스템을 고안했다. 선반을 사용하지 않을 때는 보드의 액세서리를 분리해 흡음 패널로도 사용할 수 있으며, 견고한 매무새와 인테리어 효과는 덤이다. layerdesign.com
PLANQ
연간 발생하는 패션 폐기물 1억5000만 톤. 유럽 매립지에서 한 해 발견되는 청바지는 약 6억4000만 벌이며, 약 7억5000만 미터의 데님이 팔리지도 못한 채 버려진다. 청바지 한 벌을 만드는 데에 필요한 물이 7000리터인데, 이는 한 사람이 6년간 필요로 하는 물의 양과 같다고. 네덜란드의 쌍둥이 형제 안톤 & 데니스 테이우Anton & Dennis Teeuw는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섬유 폐기물을 리사이클링해 만든 베니어합판으로 지속 가능한 가구를 제작하는 브랜드 ‘플랑크Planq’를 설립했다. 플랑크는 의자와 테이블, 캐비닛 등 다양한 제품을 출시했으며, 가구 판매 이외에도 전시 참여를 통해 사람들에게 패션 폐기물의 심각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플랑크의 의자 하나는 12벌의 청바지를 재활용해 1만6275L의 물을 절약하는 효과를 지닌다. planqproducts.com
STELAPOP
글로벌 패션 브랜드의 청바지를 하청받아 제조하는 기업 사이텍스Saitex. 단순히 제작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첨단 기술과 프로세스를 통해 제조 공정에서 환경에 끼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자 노력 중이다. 사이텍스는 공정에서 발생하는 섬유 폐기물을 업사이클링해 만든 패널로 제품을 개발, 판매하는 브랜드 ‘스텔라팝’을 론칭했다. 이들의 리서치에 따르면 10kg의 청바지 폐기물로 테이블 하나를 만들 수 있으며, 40kg이면 침실 하나를 채울 만큼의 가구를 만들 수 있다. 폐기물로 만든 패널이 목재를 대체해 청바지에서 가구까지 순환하는 소비재 구조를 안착시키는 것이 이들의 목표. 옷걸이, 컵받침, 수납 상자, 가구 등 다양한 리빙 오브제에 소재의 접목을 시도하고 있다. stelapop.com
BAHIA DENIM
뉴질랜드 디자이너 소피 롤리Sophie Rowley는 워싱 데님을 활용해 세상에 하나뿐인 사이드 테이블을 만들었다. 그는 표준화된 워싱 공정을 탈피해 천연 대리석 무늬처럼 우연에 의해 탄생한, 유일무이한 음영, 색상, 질감을 만들어냈다. 제작에 앞서 여러 암석의 패턴을 연구했으며, 테이블의 이름 역시 브라질의 파란 대리석 아줄 바히아Azul Bahia에서 착안해 지었다고. 테이블은 청바지를 생산하고 남은 폐기 원단을 워싱 가공한 뒤 겹겹이 쌓아 합판 형태로 만든 다음 다양한 모양으로 조각해 완성했다. 디자이너는 이번 작업을 통해 “작업자의 가공 방식과 적용 방법에 따라 달라지는 재료의 가치를 몸소 증명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sophierowle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