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기치 못한 사건들로 채워진 2020년이 어느덧 중반을 지나, 가을의 문턱에 다가서며 프리폴 컬렉션이 찾아왔다. 세상에 활력을 더할 밝은 색상과 기분 전환을 위한 낭만적 디테일로 가득하다.
Lemon Yellow
2009년을 강타했던 눈부신 레몬 색상이 약 10년의 주기를 두고 다시 돌아왔다. 포인트로 활용하기보다는, 주요 아이템에 전체적으로 과감하게 적용해 시선을 사로잡는다. 3.1 필립 림의 재킷은 공개된 이후 많은 이가 눈독 들인 활용도 높은 아이템 중 하나. 구찌와 MSGM 등은 레몬 색상의 팬츠로 매혹적인 슈트 착장을 완성했다. 언뜻 시도하기 어려워 보이는 색상이지만, 실제로는 무거운 옐로 톤보다 피부에 잘 어울리고 다른 색상과의 조합도 용이하다.
Delft Blue
팬톤에서 2020년 대표 색으로 선정한 ‘클래식 블루’와는 살짝 다르다. 16세기 네덜란드 도예가들의 델프트Delft 도자기를 연상시키는 조금은 밝은 톤의 블루 색상이 프리폴 시즌의 주요 트렌드로 떠올랐다. 대표적인 브랜드는 발렌티노다. 이 선명한 색상을 염색과 브로케이드 등에 활용하고 ‘블루그레이스’ 컬렉션이라고 이름 붙였다. 펜디의 하늘거리는 드레스나 페라가모의 스웨이드 착장 등에서도 색감에서 비롯되는 우아한 힘을 느낄 수 있다.
Tie Dye
2019년부터 이어진 타이다이의 활약도 계속된다. 섬유를 군데군데 묶고 그 위로 염색 용액을 침투시켜 문양을 만드는 기법으로 일명 ‘홀치기염색’이라 불린다. 2000년대 초반에 유행했다가 다시 돌아온 이래, 오늘날의 레트로 무드와 더불어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가장 돋보이는 건 디올의 컬렉션. 면과 네이비블루 색상을 조합해 젊은 감성을 살렸다. 반면, 샤넬과 프로엔자 스쿨러는 부드러운 패브릭에 온화한 색감을 적용해 우아한 분위기를 강조했다.
Fringe
프린지 장식은 특유의 낭만적인 분위기 때문에 봄가을에 특히 잘 어울린다. 활용되는 방식은 크게 2가지다. 1920년대 플래퍼flapper를 연상시키는 고혹적인 드레스 혹은 보헤미안 스타일의 재킷. 보테가 베네타와 스텔라 맥카트니의 방식은 전자에 가깝다. 착용자가 움직일 때마다 섬세한 프린지 장식이 흔들리며 율동감 있는 분위기를 자아낸다. 후자의 방식을 택한 마이클 코어스는 프린지 장식의 재킷과 벨트 등으로 강인하고 활동적인 여성상을 연출했다.
Quilting
퀼팅은 멋스러울 뿐 아니라 방한 효과가 뛰어나 F/W 의상에 자주 활용되곤 한다. 펜디는 광택 있는 천을 퀼팅 처리해 우아한 매력을 강조했다. 버버리의 승마 재킷도 클래식한 멋을 발산한다. 가죽과 퀼팅의 대담한 결합 역시 눈길을 끈다. 페라가모는 퀼팅으로 활동성을 더한 블랙 가죽 재킷을 선보였고, 보테가 베네타는 고유의 인트레치아토 기법을 바탕으로 오버사이즈 코트를 완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