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꽃가루를 품은 밀원식물의 종류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꿀. 꿀의 다양성을 보존하는 일은 꿀벌의 생태계를 지키는 일이다. 국내 양봉가에서 공수한 6가지의 꿀로 플레이트를 완성했다.
ACACIA HONEY
바클라바 & 미드
옅은 노란색을 띠며 은은하고 깔끔한 단맛을 내는 아카시아꿀. 지중해연안과 중앙아시아 국가의 전통 디저트인 바클라바로 만들면, 과하지 않은 달콤한 맛이 입안을 즐겁게 만든다. 피스타치오, 피칸과 꿀, 설탕, 레몬즙을 넣고 졸인 뒤 버터와 함께 필로 페이스트리를 한 장씩 겹겹이 쌓아 오븐에 굽는다. 꿀이 견과류를 부드럽게 코팅해 고소한 맛이 배가된다.곁들일 음료로 아카시아꿀로 만든 미드를 더했다. 기원 전 7000여년 전부터 인류가 즐긴 술로 알려진 미드는꿀을 발효시켜 만든 술로, 독특한 산미와 캐러멜 향이 조화롭다.
SORBUS TREE HONEY
연어구이를 곁들인 스위프 피 리소토
주로 우리나라 산에서 자라는 팥배나무는 팥처럼 붉은 열매와 배처럼 흰 꽃이 특징인 장미과 나무다. 평균 2~3년에 한 번 채취할 수 있는 팥배나무 꿀은 진한 풍미와 구수한 뒷맛을 남긴다. 소금, 후춧가루, 팥배나무 꿀을 발라 연어를 매리네이드해 부드러운 식감을 살렸다. 연어구이와 함께 스위트 피와 치킨스톡, 파마산 치즈를 재료로 고소한 맛을 살린 리소토를 곁들였다. 완성된 음식에 루콜라와 레몬제스트를 뿌려 산뜻한 향미를 더했다.
얼음 같은 유리 조각을 더한 플레이트는 이태훈 작가.
CHESTNUT HONEY
크랜베리 월넛 오트 브레드
쌉싸름한 풍미와 그윽한 꽃 향, 농밀한 점성이 특징인 밤꿀은 맛이 진해 잼이나 소스로 즐기기 좋다. 따뜻한 물에 꿀을 완전히 녹인 후, 오트밀을 더한 베이킹 반죽에 함께 섞은 다음 호두와 건크랜베리를 넣어 완성했다. 갓 구운 빵을 밤꿀에 곁들여 먹거나, 시나몬 가루를 꿀에 섞어 발라 먹는다.
영롱한 유리 결정을 품은 화병은 김동완 작가의 ‘안개’ 시리즈. 플레이트와 보울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CITRUS HONEY
파스닙 수프 & 토마토 보콘치니 치즈 샐러드
해마다 5~6월경 제주 감귤나무에서 채취하는 감귤꽃 꿀은 싱그럽고 상큼한 단맛을 지녀 과일이나 허브, 샐러드에 잘 어울린다. 섬유질과 비타민이 풍부한 뿌리채소인 파스닙을 구워 타임, 생크림, 치킨스톡을 더한 다음 곱게 갈아 부드러운 식감의 수프를 만들었다. 수프 위에 다진 헤이즐넛을 토핑으로 얹고, 약간의 꿀을 뿌려 풍미를 끌어 올렸다. 토마토와 셜롯, 로즈마리 등을 올리브유, 꿀, 소금과 함께 구워낸 뒤 동그란 보콘치니 치즈와 담아낸 샐러드에는 가벼운 점성의 감귤꽃 꿀을 드레싱으로 활용했다.
마우스 블로잉 기법으로 제작한 유리 베이스는 이태훈 작가.
HONEYDEW HONEY
커민을 곁들인 양갈비 구이
꽃의 수술이 아닌, 여름철 나무와 잎에서 나오는 단액으로 이루어진 감로 꿀. 은은하게 나무 향을 느낄 수 있으며, 단맛이 농밀한 첫인상과 달리 끝맛은 깔끔하게 마무리된다. 천연 감미료인 꿀은 고기의 육질을 윤기 나고 연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올리브유, 커민, 꿀, 소금과 후춧가루를 양갈비에 고르게 바른 뒤 매리네이드하고, 적포도송이, 알감자와 함께 굽는다. 익는 온도에 따라 포도는 먼저 빼둔 다음, 넓은 플레이트에 양갈비를 풍성하게 올리면 파티 푸드로도 손색없다.
WILD CHERRY TREE HONEY
무화과 타르트
포도당 함유량이 높아 결정화 현상이 쉽게 일어나 특유의 식감을 즐기기 좋은 산벚나무 꿀. 화사하고 향긋한 꽃 향이 풍부해 쿠키나 빵에 스프레드처럼 곁들이거나 홍차에 한 스푼 녹여 마시기 좋다. 염소 치즈와 리코타 치즈, 산벚나무 꿀과 소금, 후춧가루를 골고루 섞은 뒤 퍼프 페이스트리에 펴 바른 다음 무화과와 아스파라거스를 올려 오븐에 굽는다. 마지막으로 칠리 플레이크와 꿀을 뿌리면 완성.
FOOD STYLIST 밀리(Studio Millie) COOPERATION 그린비즈(감귤꽃 꿀, greenness.kr), 꿀건달(감로·밤·산벚나무·아카시아·팥배나무 꿀, 914-8900), 김동완 작가(@eastwan_kim), 이태훈 작가(@1200point), 코아베스트브루잉(미드, 0507-1425-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