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우 웨이브Know-Wave가 한국 론칭 2년 만에 스튜디오를 오픈했다. 커피를 마시고, 디제잉을 즐기며, 전시를 관람하고, 라디오 방송을 하기도 한다. 노우 웨이브 서울을 이끌고 있는 김승환 디렉터와의 대화.
김승환 일본의 스니커즈 편집숍 ‘아트모스’를 서울에 론칭해 5년간 디렉터로 브랜드를 이끌었다. 현재는 노우 웨이브 서울의 공간과 콘텐츠 전반을 디렉팅하며, 노우 웨이브 라디오의 진행을 맡고 있다.
2012년 슈프림의 디렉터였던 에런 본다로프Aaron Bondaroff가 뉴욕에서 설립한 커뮤니티 플랫폼 ‘노우 웨이브’. 음악, 패션, 라디오, 출판, 전시 등 다양한 형태를 통해 사람들을 모으고 그들을 이어주는 레이블이다. 스트리트 신에서 굵직한 입지를 다진 에런의 새로운 프로젝트는 버질 아블로 등 유명 아티스트들과 서브컬처 팬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퍼져나갔다. 라디오 로 시작한 레이블은 모란 갤러리Moran Gallery를 설립하고 패션 브랜드를 론칭하기에 이르렀다.
2020년 2월 노우 웨이브가 한국에 상륙했다. 모든 활동이 멈췄던 코로나 19 유행의 초반, 컨템퍼러리 의류 브랜드 ‘앤더슨벨’의 김도훈 공동 디렉터가 관심 있게 지켜보던 노우 웨이브의 문을 두드린 것이 시작이었다. 홈페이지를 통해 의류를 판매하고, 댄서·아티스트 등 현재 가장 뜨겁게 주목받는 인물과 촬영한 라디오 방송을 업로드하며 점차 영역을 넓혀오던 노우 웨이브 서울. 마침내 지난 4월, 경리단길에 '다목적 커뮤니티 공간'을 지향하는 오프라인 공간을 오픈했다. 1층에서는 의류를 판매하고 음악을 즐기며 라디오 방송을 진행하고, 2층은 카페와 바로 운영 중이다. 노우 웨이브 서울을 이끄는 디렉터 김승환을 만났다.
노우웨이브
주소 용산구 회나무로12길 8
웹사이트 know-wave.net
노우 웨이브 서울 론칭 후, 2년 만에 공간을 열었다.
커뮤니티의 중심을 확실하게 구축하기 위해 오프라인 플랫폼이 필요했다. 6개월을 찾다가 겨우 경리단길의 이 곳을 발견했다. 옥상에서 남산이 훤히 보이는데, 라디오 촬영하기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둥부터 완전히 새로 짓느라 공사도 8개월 남짓 걸렸다. 앞으로 이곳에서 서브컬처를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낼 예정이다.
공간에서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접근성보다는 브랜드를 사랑하는 이들이 모여 소통하기에 좋은 공간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 처음 온 사람들은 ‘여기가 뭐 하는 곳이야?’라는 궁금증을 유발하는 곳이어도 좋겠다고 생각했고.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점은 ‘모임’과 ‘라디오’다. 모든 가구에 바퀴가 달려 있어 공간을 기능에 맞게 가변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테이블이 의자가 되기도 하고, 작품이나 제품을 올리는 받침대가 되기도 한다. 1층 창문은 전부 폴딩 도어로 제작했다. 모두 개방해 파티를 열 수도 있고, 공개 라디오를 진행할 수도 있다.
공간이 생긴 뒤 브랜드에 변화가 있었나?
이벤트를 개최하면서 공간을 찾는 이들이 늘었고 매출도 크게 올랐다. 커뮤니티 플랫폼으로서 정체성도 단단히 잡혀가는 것을 느낀다. 행사를 본 다른 브랜드로부터 러브 콜을 받는 것도 재밌는 변화 중 하나다. 제품 기획이나 전시 기획, 협업 요청 등 노우 웨이브가 생각보다 더 다양한 갈래로 뻗어나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체감하고 있다.
노우 웨이브가 기획하는 행사는 어떻게 다른가?
뻔한 것을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재미있게 풀어내는 것이다. 특히 희귀 식물 숍 ‘릴팜’과 함께 했던 팝업이 기억에 남는다. 파주 농장에도 여러 차례 방문하고 희귀식물과 관련한 논문도 찾아보는 등 사전 준비를 정말 꼼꼼히 했다. 시간대마다 다른 분위기를 연출했는데, 중간에 1시간가량 새소리만 틀고, 보태니컬 향의 인센스도 피워 동남아의 식물원에 온 듯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아티스트 소금과 함께한 세션에서는 농부들이 비닐하우스에서 틀었던 클래식 음악을 듣는 음감회를 열기도 했다.
2021년 9월부터 라디오 업로드를 시작해 총 9편을 공개했다.
로킹 댄서 브라더 빈, <비슬라> 매거진 대표, 음악 프로듀서 아프로 등 다양한 분야의 인물들이 등장했는데 게스트 선정 기준이 있나? 재밌는 작업을 꾸준히 하고 있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아티스트들을 조명하려 한다. 한편으로는 주류 문화를 이끌어가고 있는 이들이 궁금하기도 하다. 새로운 이동 수단인 전동 킥보드 서비스나 서울 핫한 동네들을 꽉 잡고 있는 ‘인생네컷’은 어떤 이들이 운영하고 있을까 호기심이 생긴다. 우리의 시선에서 그들을 조명하면 재미있는 콘텐츠가 나올 것 같다. 사실 공유 킥보드 서비스 ‘스윙’은 이미 하반기 게스트 라인업에 있다.
10년 가까이 한국의 서브컬처 업계에서 활동해왔다. 최근 한국 언더그라운드 신의 모습은 어떠한가?
예전의 한국 언더그라운드 문화는 일본의 것을 모방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는 오히려 스스로 문화를 만들고 일본에 전파하는 경우가 더 많다. 요즘 20대 초반의 젊은 사람들을 보면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을 거리낌 없이 표현하고 자신의 것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느껴진다. 브랜드를 신경 쓰기보다는 자신의 개성과 스타일을 추구한다. 보는 이들도 예전보다 편견 없이 각자의 취향을 받아들이고 즐기는 문화가 형성된 것 같다.
노우 웨이브의 최종 지향점이 궁금하다.
큰 파급력을 가진 플랫폼이 되고 싶다. 우리 브랜드를 좋아하거나 우리와 함께하는 사람들이 주목받을 수 있을 정도로. 그런 영향력을 지니게 된다면 아직 알려지지 않은 보석같은 이들을 발굴해 조명하며 긍정적인 커뮤니티 문화를 이뤄갈 수 있지 않을까?
Photo: 노경
Photo: 노경
© 로컬 스티치
FIGURE AND GROUND
세로수길의 한 코너, 붉은 벽돌의 웅장한 건물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피겨앤그라운드’는 카페와 편집숍, 그리고 공유 오피스가 모여 있는 총 7층 규모의 복합 문화 공간으로 지난해 문을 열었다. 와이즈 건축사사무소의 전숙희 소장이 지은 지 30년이 넘은 건물을 리모델링했으며, 2021년 서울특별시 건축상 우수상을 수상하며 화제를 모았다. 가장 시선을 끄는 요소는 건물의 중심부, 기존 엘리베이터 승강로로 쓰이던 공간을 개조한 원형 실린더다. 지하에서도 옥상의 자연광을 즐길 수 있고 각층의 이야기가 전층을 관통하는 실린더를 통해 서로 연결될 수 있도록 했다.
저층부인 지하 1층부터 지상 2층은 카페와 편집숍을 위한 상업 공간으로 사용되며, 지상 3층부터 6층은 코워킹 스페이스인 ‘로컬스티치 신사점’이 입점해 있다. 스페셜티 커피브랜드 ‘컨플릭트 스토어’와 미드센추리 모던 빈티지 가구 및 오브제를 선보이는 브랜드 ‘컬렉트’가 운영하는 ‘센트레 바이 컬렉트’는 1층에서 만날 수 있다. 6층에 당도하면 또 다른 F&B 공간이 등장한다. 로컬스티치가 운영하는 브랜드인 ‘플레이리스트 플레이트’다. 순환제 예약 레스토랑을 표방하는 이곳에서는 전국 곳곳의 흥미로운 디저트 숍이나 셰프의 팝업 행사를 진행한다. 각 층에서 다채로운 팝업 행사가 이뤄지는 피겨앤그라운드는 언제든 방문해도 새로운 콘텐츠를 누릴 수 있는 변화무쌍한 공간이다. 주소 강남구 논현로153길 53
LOOP STATION IKSEON
익선동 한옥거리, 전통 기와 주택이 줄줄이 이어지는 골목 끝에 현대적인 건물 ‘루프스테이션 익선’이 자리한다. ‘라이프스타일 디벨로퍼’를 표방하는 부동산 개발 및 분양, 콘텐츠 운영 회사인 ‘네오밸류’가 만든 도시 문화 공간이다. 탁 트인 2층 규모의 루프스테이션 익선은 연면적 681㎡의 메인 건물 ‘스페이스 A’와 176㎡의 ‘스페이스 B’로 이뤄져 있다. 두 동 모두 널찍한 루프톱을 갖췄는데 익선동 일대의 한옥 지붕을 조망할 수 있는 유일한 야외 공간이다.
사람과 지역, 온·오프라인의 무한한 연결이 이뤄지는 플랫폼이라는 뜻의 루프스테이션 익선에서는 다양한 브랜드의 체험형 전시와 이벤트가 진행된다. 지난 5월에는 오픈과 동시에 현대자동차가 주관한 <팰리세이드 하우스> 전시가 이뤄졌다. 오프닝 파티에서 MZ세대의 뜨거운 관심을 얻고 있는 블루칩 작가 노보와 에디강이 라이브 퍼포먼스로 그린 페인팅이 여전히 건물 유리창을 채우고 있다. 패션쇼에서 착안해, 작품을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런웨이 위의 옷을 보듯 관람할 수 있는 전시 <써킷 서울 #2 Omnipresent>를 8월 24일부터 5일간, 루프스테이션 익선 전관에서 개최한다. 김영광, 황다영 등 젊은 작가 23팀이 참여한 전시는 스페이스 A에서, ‘블러’·‘오호스’ 등 4곳의 패션 디자이너 브랜드와 작가가 협업한 작품을 전시 및 판매하는 숍은 스페이스 B에서 만날 수 있다. 주소 종로구 익선동 137-6 1층 전화번호 070-8806-58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