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 디자인랩이 20여 년간 진행한 100개의 디자인 프로젝트를 총망라한 아카이빙 북 〈DESIGN without WORDS vol.3〉를 공개했다.
〈DESIGN without WORDS vol.3〉 표지와 책에서 소개한 각종 디자인 프로젝트.
(왼쪽부터) 2013년에 출간한 〈DESIGN without WORDS vol.1〉, 2015년에 출간한 〈DESIGN without WORDS vol.2〉, 올해 출간한 〈DESIGN without WORDS vol.3〉.
금융업의 지평을 넓히고 매번 남다른 디자인을 선보인 현대카드가 〈DESIGN without WORDS vol.3〉를 출간했다. 정태영 부회장의 주도하에 2002년부터 올해까지 20여 년간 선보인 디자인 프로젝트 100개를 책 한 권에 엮었다. 무려 740페이지에 달하는 이 방대한 디자인 보고는 아이덴티티Identity, 카드Card, 브랜드 오브젝트Brand Object, 컬래버레이션Collaboration, 컬처Culture, 브랜드 스페이스Brand Space 그리고 리전 브랜딩Region Branding까지 총 일곱 챕터로 구성했으며,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 다빈치모텔, 가파도 등 화제가 됐던 다양한 프로젝트들을 수록했다. 자료만큼이나 전체적인 연출과 구성 방식도 흥미롭다. 책 도입부에는 “때론 한 장의 사진이 구체적인 설명보다 더 많은 것을 이야기합니다”라는 문장이 적혀 있는데, 이처럼 텍스트는 최대한 배제하고 이미지 위주로 내지를 구성했다. 그럼에도 맥락을 이해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결과물이 나오기까지 프로세스에 주목한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각 프로젝트의 진행 과정에서 나온 디자인 시안과 렌더링 이미지도 함께 실었는데 특히 벽 한 면을 각종 스케치와 레퍼런스 이미지로 빼곡히 채운 사진들이 인상적이다. 이런 구성 덕분에 독자들은 눈부신 결과 뒤에 숨겨진 완벽을 향한 디자이너들의 고민을 느낄 수 있으며 아이디어가 진화하는 과정도 생생히 추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2003년 개발한 서체 유앤아이Youandi와 2021년 리뉴얼한 유앤아이 뉴Youandi New를 아이덴티티 챕터에 선보여 서체가 브랜딩 전략에 따라 진화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도록 했다. 카드 챕터에서는 그동안 출시한 420여 개의 카드를 비롯해 일부 카드 플레이트의 디자인 과정과 미공개 컷을 공개했다. 브랜드 오브젝트 챕터에는 마이디MyD, 아워 툴즈Our Tools 등 현대카드의 디자인 DNA를 반영한 제품을 목업 등 여러 이미지와 함께 소개했다.
〈DESIGN without WORDS vol.3〉 표지와 책에서 소개한 각종 디자인 프로젝트.
컬처 챕터에는 2019년 다양한 분야에서 영향력 있는 연사들을 초청해 강연과 공연을 진행한 문화 프로젝트로 주목받은 다빈치모텔의 아이덴티티 디자인 스케치를 게재했다. 다양한 공간 디자인 프로젝트를 아카이빙한 브랜드 스페이스 챕터에는 프리미엄 회원을 위한 골프 트레이닝 공간 ‘아이언 앤 우드Iron & Wood’처럼 평소 방문하기 어려운 곳들을 소개해 눈길을 끌었고, 리전 브랜딩에는 논리적인 디자인 프로세스를 활용한 지역 재생 사례들을 정리, 기록했다. 제주 버스 정류장, 봉평장 등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킨 프로젝트의 작지만 중요한 디테일을 만날 수 있다. 그중 1913 송정역 시장에서는 앞치마, 스티커, 와펜 등의 길이와 높이까지 적혀 있어 ‘아카이브’라고 부르기에 손색이 없다. 디자인의 역할을 의심했던 이들이 태반이던 과거부터 ‘디자인’이라는 단어가 인플레이션 현상을 겪고 있는 현재에 이르기까지 남다른 노선을 걸어온 현대카드이기에 극강의 디테일을 보여주는 이 책은 ‘현대카드 스타일’을 선망하는 디자이너 지망생에게 교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카이브archive’의 어원은 라틴어 아르키붐archivum이며 아르키붐은 시초, 시작을 뜻하는 단어 아르케arche에서 유래했다. 〈DESIGN without WORDS vol.3〉는 한 시대의 디자인을 매듭짓는 기록만이 아니라, 새로운 챕터를 써 내려갈 현대카드의 매니페스토이자 지침서이기도 하다. hyundaicar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