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캠핑 인구는 어느덧 700만 명에 달하고 캠핑 시장 규모는 5조 원을 넘었다. 2년여 만에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된 지금, 앞으로 더욱 활발해질 아웃도어 활동의 흐름을 4가지 키워드로 정리했다.
Vintage
감성 아이템과 밀리터리에 이은 빈티지 캠핑 유행
캠핑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필요한 장비를 사 모으는 데 있다. 인테리어와 패션 트렌드가 급변하듯, 캠핑 사이트를 꾸미는 데도 트렌드가 존재한다. 2010년대 중반, 면 소재 텐트를 펼쳐놓고 화이트 톤의 하늘하늘한 아이템으로 사이트를 채우는 ‘감성 캠핑’이 트렌드였다면 2010년대 후반에는 거친 분위기를 연출한 밀리터리 캠핑이 인기였다. 캠핑 전문가들이 꼽은 다음 트렌드 주자는 ‘빈티지 캠핑’이다. 빈티지 사이트는 1970년대 보이스카우트 느낌이 나는 삼각형 텐트와 원색의 쨍한 색감, 투박한 장비, 헤리티지를 지닌 브랜드를 특징으로 꼽는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콜맨, 하그로프스, 레드윙, 스탠리 등 헤리티지를 가진 브랜드들이 다시 관심을 끌고 있고, 브랜드들은 레트로풍 색감과 클래식한 디자인을 입힌 제품을 연이어 출시 중이다. 디자인뿐만 아니라 진짜 손때 묻은 빈티지 제품을 구입하는 경우도 늘었다. 캠핑 애호가들은 해외 직구 등을 통해 오랜 세월을 버텨낸 장비를 찾아 구입한 다음 직접 수리하고 기능을 더하며 커스터마이징해 사용한다. 초보 캠퍼들이 점차 활동 경력이 늘면서 자연스럽게 ‘방출’(안 쓰는 아이템을 중고로 되파는 일)을 거듭하는 움직임도 늘고 있으며, 캠핑장을 살펴보면 뛰어난 기능성을 갖춘 현대식 장비와 오랜 세월이 주는 가치가 담긴 빈티지 아이템을 믹스 매치하는 시도도 눈에 띈다. 빈티지 캠핑이 유행하는 것은 대량생산된 제품이나 획일적인 트렌드에서 벗어나 캠핑이라는 활동이 주는 고유의 특성인 ‘집 밖에서의 불편함’을 즐기면서 자기에게 어울리는 스타일을 구축해나가려는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 볼 수 있다. 캠핑 스타일이 늘어난 캠핑 인구만큼 다양해지고 있는 현상인 것이다. 캠핑장에서 간편한 전기 랜턴을 두고 굳이 작은 호롱불에 불을 붙여 침침한 밤을 즐기는 자가 있다면, 요즘 트렌드를 잘 파악한 캠퍼라 보면 되겠다.
Minimal
장비도 인원도 좀 더 적게
아웃도어 활동이 성행하기 시작한 2010년대에는 여러 팀이 함께 무리지어 캠핑하는 ‘떼캠’이나 장비가 없는 지인을 초대해 함께 1박을 하는 ‘접대캠’ 같이 여러 사람이 모이는 캠핑이 인기였다. 팬데믹 이후 5인 이상 집합 금지 등의 조치에 따라 사람들은 불가에 둘러앉아 넘치도록 음식을 나눠 먹던 시절을 뒤로한 채 미니멀 캠핑을 즐기기 시작했다. 자동차 대신 백팩 하나에 가벼운 장비를 챙겨서 하룻밤 자고 오는 백패킹이나 혼자서 캠핑을 즐기는 솔로 캠핑, 불을 피우지 않고 손쉽게 끼니를 해결하는 비화식 캠핑 등이 대표적인 예시다. 특히 캠핑톡, 캠핏 같은 예약 플랫폼이 늘어 캠핑 준비가 간편해지기도 했다. 1인 가구나 솔로 캠퍼를 위해 적은 양만 조리해 먹을 수 있는 밀키트나 콤팩트한 크기의 그릴, 냄비 등 장비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2022년 통계청의 국민 여행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혼자하는 여행 및 아웃도어 활동의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관광 부문 소비액 중 1인 가구의 소비 비중이 14.5%였는데, 이는 전년 대비 약 5.5% 증가한 수치다. 또한 같은 보고서 내 소셜데이터 분석 결과에 따르면 백신접종이 시작된 2021년 2월 이후 1인 활동에 대한 소셜 언급량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이 회자된 키워드로 ‘혼밥’, ‘혼술’, ‘솔캠’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짐을 최대한 줄인 미니멀 캠핑의 묘미는 의식주 환경은 소박해질지언정 그만큼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움직이고 대처할 수 있다는 데 있다. 팬데믹의 기세는 한 풀 꺾였지만 당분간 단체 여행보다는 소규모 캠핑을 선호하는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LNT
Leave No Trace 흔적을 남기지 않는 캠핑
기후변화 등 환경에 대한 의식이 높아진 캠퍼들은 이제 캠핑장에서 스스로 자연을 위한 실천을 행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캠핑의 핵심이 자연과의 공존이라는 사실과 아웃도어 활동을 지속하기 위해서 자연도 건강해야 한다는 걸 깨닫고 있는 것이다. 미국 국립공원 환경단체의 주도로 시작된 운동 중 아웃도어 활동가 사이에서 널리 알려진 LNT(Leave No Trace)라는 것이 있다. 야외 활동에서 사람이 자연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자는 주장으로 다음의 7가지 지침을 따른다. 사전에 계획하고 준비하기, 산행이나 야영은 지정 구역에서 하기, 배설물이나 쓰레기는 정해진 방법으로 처리하기, 모닥불을 최소화하기, 야생 동식물을 존중하기, 마지막으로 타인을 배려하기다.
캠퍼가 제대로 된 매너를 갖추지 못하면 주변의 자연과 지역 주민 모두에게 폐를 끼친다. 캠핑장이 아닌 노지에서 야영하며 불을 피워 땅을 까맣게 태우거나, 늦은 시간까지 소란을 피워 문제를 일으키는 것과 같은 일이 벌어진다. 그러다 보면 금세 그 근방에 야영 금지 팻말이 세워지고 자유로운 캠핑은 갈수록 어려워진다. 비단 캠핑뿐만 아니라 등산, 낚시 등 야외에서 즐기는 레저 스포츠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가치 소비에 민감한 오늘날의 아웃도어 소비자들을 위해 기업 역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일회용품 대신 다회용품 사용량을 늘리고, 의류, 신발, 가방 등도 재생 소재를 활용해 자원 선순환을 유도한다. 조깅을 하며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운동의 연장선으로 자기가 가져간 쓰레기는 다시 가지고 돌아오고 여유가 된다면 다른 사람이 버린 쓰레기까지 챙기는 움직임도 늘어나고 있다. 급증한 캠핑 인구만큼 건강한 아웃도어 문화를 만드는 일이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다.
With&
즐거움엔 끝이 없다, 아웃도어 활동을 더한 캠핑
클라이밍, 라이딩, 카야킹, 요가 등 다채로운 액티비티와 결합한 형태의 캠핑이 뜨고 있다. 방법은 간단하다. 평소 집에서는 즐기지 못했던 대자연 속 활동을 맘껏 즐긴 다음 적당한 사이트에 텐트를 펼쳐서 잠들면 된다. 캠핑의 여유로움와 아웃도어 액티비티의 생동감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각광받는 이유다. 투어링 카약 해치에 장비를 싣고 강을 패들링한 후 캠핑을 하는 카약 캠핑, 자전거 패니어에 짐을 싣고 떠나는 바이크 패킹, 배를 타고 떠나는 섬 캠핑, 오프로드 차량을 이용한 오지 캠핑 등 액티비티와 캠핑의 결합은 얼마든지 다양하게 확장이 가능하다. 베테랑 캠퍼들은 캠핑 경험이 쌓여갈수록 캠핑 그 자체에 만족하기보다 다른 활동을 접목하는 확장 수순을 밟게 되는 것이다.
특히 MZ세대에서 액티비티 캠핑에 대한 높은 선호도를 보이는데, 이는 ‘구경’에서 ‘체험’으로 우선순위가 변했기 때문이다. 호스트 기반의 취미 여가 플랫폼 프립이 자체 진행한 설문 조사에서 MZ세대의 72.4%가 휴가 기간 동안 “액티비티에 참여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프립 이용자를 살펴보면 2021년 3분기(7~9월) 서핑 프로그램에 대한 판매량은 전년 동기간 대비 170% 넘게, 캠핑 프로그램에 대한 판매량은 160% 이상 늘었다. 휴양지 바다에서 주로 즐기던 프리다이빙 역시 약 46% 증가했다. 페스티벌과 결합한 형태의 캠핑 이벤트 역시 2022년 재시동을 걸고 있다. 캠퍼를 위한 페스티벌인 ‘제이디아웃도어 인비테이션’, 라이더들의 잔치 ‘카멜 레이스’가 상반기에 열렸고, 아웃도어 전문 매거진 <고아웃>에서 주최하는 ‘고아웃 캠프’와 같은 행사도 예정되어 있다. 공통된 관심사로 더 다양한 이들을 연결하기 시작한 캠핑 문화는 반복되는 일상의 틀에서 벗어나 넓은 시야와 깊은 경험을 제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