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이수지 작가가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을 수상했다. 〈성냥팔이 소녀〉 〈눈의 여왕〉 등을 쓴 전 세계적인 동화 작가 안데르센을 기리기 위해 만든 상인 만큼 아동문학계에서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는다. 이번 수상은 한국인으로 최초일 뿐 아니라 38년 만에 아시아 지역 작가가 수상한 것으로 의미가 더욱 남다르다. 특정 작품이 아닌 작가에게 수상하는 것으로, 창작한 모든 작품과 앞으로의 가능성에 보내는 찬사다. 작가는 이번 수상뿐 아니라 〈토끼들의 복수〉가 ‘스위스의 가장 아름다운 책’으로 선정된 바 있고,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테이트 모던의 아티스트 북 컬렉션에 소장되며 그림이라는 만국 공통어를 꾸준히 전 세계에 알려왔다. 이수지 작가의 책 〈여름이 온다〉 〈그늘을 산 총각〉 〈강이〉 〈선〉 등은 이미지와 이미지의 배치를 통해 독자를 끌어당긴다. 열린 결말이라거나 추상적인 그림으로 상상력을 자극하는 식이 아니다. 특정한 상황에 대한 묘사가 명료한 편으로, 작가의 그림은 구체적이되 그림 사이사이의 빈 서사를 독자의 몫으로 남겨둔다. 국내의 아동문학과 그림책이 소수의 독자들에게 지지를 받아온 가운데, 이번 이수지 작가의 수상이 장르 자체에 대한 대중적 관심을 증폭시킬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