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촌 한옥마을에 위치한 지우헌은 고즈넉한 정취를 가진 한옥이다. 특별한 행사가 있을 때만 소수에게 공개하던 이곳이 최근 공예와 예술, 차 한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멤버십 공간 겸 갤러리로 탈바꿈했다.
갤러리 지우헌에서 열린 김선형, 황형신 2인전 〈멈추어 보다〉.
‘전통은 지키되 현재를 사는 한옥’ 지우헌知尤軒은 2016년 서울시 우수 한옥으로 선정될 정도로 안온하면서 품격을 간직한 곳이다. 경사를 이용해 지상에 살림채 ‘휴중당’, 지하에는 아래채를 둔 구조인데 채광이 좋아 지하 공간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개방적인 느낌을 준다. 〈행복이 가득한 집〉이 주관하는 ‘행복작당’ 행사 기간에나 간신히 엿볼 수 있던 이곳이 최근 대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지난 3월 리뉴얼을 마치고 멤버십 공간 겸 갤러리로 탈바꿈한 것. 아래채의 대청마루였던 외부 공간은 실내 카페 라운지로 바꾸고 마루 바닥과 벽면을 한지로 마감했던 방을 모던한 화이트 큐브 공간으로 변신시켰다. 한옥의 나무 대문에서 영감을 받은 카페 중앙의 긴 테이블과 바 등은 길종상가의 솜씨. 특히 공간 중앙을 차지하는 테이블이 중앙 대들보를 감싸고 있는 형태로 자연스럽게 풍경 속으로 스며들어 눈길을 끈다. 카페에서는 다양한 공예가들의 잔 중에서 취향에 따라 자유롭게 선택해 차를 즐길 수 있다. 화가 김선형과 가구 디자이너 황형신은 밀도 있는 작품으로 갤러리 지우헌의 새로운 시작을 기념했다.
갤러리 지우헌 1층에 위치한 살림채.
지난 3월 30일부터 4월 20일까지 이곳에서 열린 2인전 〈멈추어 보다〉에서 김선형은 자연의 풍경을 푸른색으로 표현한 ‘가든 블루’ 연작을 선보여 봄기운을 물씬 느끼게 했다. 황형신은 〈행복이 가득한 집〉 3월호에서 선정한 ‘한국을 대표하는 가구 디자이너’ 중 한 명으로 ‘레이어드Layered’ 연작을 한 차원 더 발전시켰다. 그는 기존 작품과 형태적으로 유사하지만 별도로 도금 처리한 철판에 착색 작업으로 표면을 검게 마감하는 식으로 소재를 변주한 신작을 선보였다. 자연과 생명을 소재로 삼는 김선형과 도시와 건물을 묵직한 오브제로 표현하는 황형신의 작품은 이질적이면서도 갤러리 지우헌이라는 공간에서 한데 어우러져 멋진 조화를 이끌어냈다. 이 전시 이후로 하지훈, 권원덕, 정명택, 박종선, 최병훈 등 한국을 대표하는 가구 디자이너의 릴레이 전시가 11월까지 열릴 예정. 다음 주자는 4월 27일부터 5월 18일까지 열리는, 가구 디자이너 서정화의 〈Structure for Use(사용을 위한 구조)〉전이다. 디자인하우스 멤버십 회원을 비롯해 누구든지 네이버 예약 시스템을 이용해 사전 예약 후 방문할 수 있다.
카페 라운지에서는 디자인하우스에서 발행한 잡지와 단행본을 만날 수 있다. 곳곳에 길종상가와 프리츠 한센 가구 등이 배치되었다.
지우헌
주소 서울시 종로구 북촌로11라길 13
관람 시간 화~토요일 10:30~18:00(일·월 공휴일 휴관)
가구 디자인 길종상가(대표 박길종), bellroad.1px.kr
조경 오이타(대표 최문정), oit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