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릿의 에디터 셜리(왼)와 볼피. 두 사람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선후배 사이로 만났다.
글릿은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요?
‘음악을 글로 잇다’는 뜻의 글릿은 음악을 ‘읽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공하는 콘텐츠 플랫폼이에요. ‘여성’ ‘클래식’ ‘이야기’로 글릿의 정체성을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희는 20대 여성 두 명으로 구성한 팀이고, 클래식 음악계의 문제를 수면 위에 드러내기 위한 목소리를 담아 이야기를 전하고 있거든요. 매주 금요일 오전 10시에 클래식 음악 한 곡과 그에 관련한 이야기를 구독자의 메일로 보내는 구독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고, 최근에는 클래식 음악 취향을 찾게 도와주는 <하루 클래식 공부>를 출판했습니다. (글릿의 뉴스레터가 궁금하다면? www.glit.pw)
클래식계의 이면에는 어떤 문제가 숨어 있나요?
예로부터 클래식 음악은 백인 귀족 남성의 전유물로 인식해왔어요. 역사 속의 악보를 자료 삼아 연구하는 과정에서 여성과 유색인종은 자연스레 클래식과 먼 존재로 인식되며 소외되었죠. 클래식이 수백 년 역사를 지녔고, 순수예술이라는 이유로 이러한 문제가 허용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저희는 음악가이자, 한국에 사는 20대 여성, 그리고 이야기꾼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있어요. 여성 작곡가의 작품을 꾸준히 소개하고, ‘글릿 젠더 사전’을 만들어 성차별적 어휘를 사용하지 않으려고 해요. 문제의식을 가진다면 사소한 노력이라도 클래식계의 보수주의를 깨는 데 보탬이 될 거라 믿습니다.
글릿의 뉴스레터. 한 달에 한 번은 여성 음악가를 소개하고, 실내악과 오페라 등 악기나 형식에 변화를 주며 주제를 선정한다. 또한 음악과 연관된 흥미로운 이야기를 함께 소개한다.
<하루 클래식 공부>를 소개해주세요.
클래식계에 서양 남성 음악가가 주류인 상황에서, 동양의 20대 여성인 저희는 클래식 음악을 어떻게 전달하면 좋을지 고민했어요. 이 책은 작품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고자 클래식 음악과 그에 관한 저희의 이야기를 함께 소개합니다.
우리에게 취향에 맞는 클래식 한 곡쯤 가지고 있자고 제안하고 있어요.
음악은 창작하는 과정에서 작곡가와 연주자의 경험을 담아요. 그 경험이 수용자의 귀에 닿으면 또 다른 경험을 만들어내겠죠. 지금 우리 일상에는 수많은 감정이 존재해 그냥 흘려보내는 경우도 많잖아요. 즐길 수 있는 음악의 폭이 넓어져 색다른 경험이 더해지면, 가슴 벅차오르는 진한 감정을 다시 느낄 수 있을 거예요.
봄에 어울리는 클래식 음악 한 곡을 추천해준다면요?
<하루 클래식 공부> 중 3월 22일 자의 곡 ‘스파르타쿠스와 프리기아의 아다지오Adagio of Spartacus and Phrygia’요. 지금은 새로운 계절을 느끼는 여유조차 사치스럽고 불필요한 것으로 여기는 것 같아요. 매일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하는 검투사 스파르타쿠스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이 곡을 들으며 각박한 현실을 사는 우리에게도 어김없이 봄이 찾아왔음을 말해주고 싶어요.
봄에 어울리는 클래식 음악, 들어보세요!
2022년 실내악 축제의 프로그램을 참고한 글릿의 플레이리스트. 상큼한 실내악 선율과 함께 새로운 계절을 반가이 맞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