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보람 씨는 혼자 살기 시작하면서 회사가 아닌 집에서도 기획력을 발휘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콘텐츠는 모르는 사람을 집에 초대해 하나의 주제로 함께 이야기 나누기. 그가 아주 적극적이고 뛰어난 실행력으로 꾸려가는 집과 삶을 소개한다.
거실의 1인용 암체어에 앉아 책을 읽는 강보람 씨. 그가 집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거나 모임을 진행할 때,반려묘 까망이도 늘 함께한다.
어느 날, 부모님이 이사를 갈 예정인데 방이 모자라니 삼 남매 중 한 사람은 집을 나가라고 하셨다. 맏딸 당첨. 평생을 살아온 노원구에서 대출받아 구할 수 있는 금액대의 아파트를 찾아보았다. 몇 안 되는 선택지 중 불암산을 끼고 자리한 지은 지 30여 년 된 복도식 아파트 당첨. 준공 당시 그대로인 집이라 수리가 필요했다. 셀프 리모델링을 고려했지만 공부할수록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는 걸 깨닫고 인테리어업체에 맡기기로 결정했다.
“콘셉트를 정하고, 원하는 인테리어를 정리했어요. 복도에는 등을 두 개 붙여서 미술관처럼 만든다, 화장실 조명은 어떤 제품으로 설치한다 등 엑셀 파일에 자세하게 정리해 여러 회사에서 상담을 받았어요. 다행히 마음 맞는 시공자를 만나 포근하고 앤티크한 멋이 있는 ‘숲속 작은 집’을 완성했습니다.”
나무 무늬에 꽃무늬 유리를 넣은 앤티크한 문. 할머니 집에서 봤을법한 사랑스러운 촌스러움이 묻어 있다.
집 안 곳곳에 놓인 소품은 대부분 중고 거래로 샀다.
침대 옆 선반은 고양이가 올라가기 좋아하는 스폿. 창밖으로 울창한 숲이 보인다.
혼자 사는 집이지만, 주말이면 모르는 사람들이 찾아온다. 본명도 나이도 직업도 공개하지 않아도 되는 그들에게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관심사가 같은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는 것. “채식, 환경문제, 동물권, 인권 등 제가 관심 있는 사회문제에 대해 여러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싶었어요. 이 모임에서는 어렵지 않게 접근할 수 있는 주제부터 조금 더 제 관심사에 깊이 들어갈 수 있는 주제까지 다양한 책과 영화를 함께 보고 이야기 나눠요.” 그가 작년 9월부터 ‘프립’이라는 플랫폼에서 시작한 여러 모임에는 반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약 1백50명이 다녀갔다. “저에게 독립은 단순히 혼자 자유롭게 산다는 의미가 아니에요. 가족들과 함께 살 때는 불가능하던 기회가 새로 주어졌으니까요. 이 집에 살고 제 삶이 아예 바뀌어버렸어요.”
기다란 테이블에 둘러앉은 시간은 강보람 씨뿐 아니라 모두에게 특별한 경험을 남긴다. “사람들의 따뜻한 후기를 읽어보면,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된 것 같아 뿌듯해요. 이 집을 찾아온 사람들이 여유를 되찾고 돌아가 그 좋은 마음을 누군가에게 다시 전해줬으면 합니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보탬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이곳에는 느슨하고도 끈끈한 연대가 채워지고 있다.
거실과 이어지는 주방. 맛있는 채식밥상이 이곳에서 탄생한다.
거실은 식사하는 공간이자 재택근무를 하는 사무실, 주말이면 여러 사람이 모이는 사랑방이 된다.
강보람 씨는 재택근무를 하며 끼니를 ‘설계’하는 재미에도 푹 빠졌다. 채식을 지향해 집에서는 채소 요리를 하고,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아 쓰레기 발생 없는 장을 보려 노력한다. “시장에 가면 일단 포장 안된 게 무엇이 있나 둘러봐요. 만약 오늘 감자가 포장이 안 되어 있으면 감자를 사며 생각하죠. ‘감자로 무얼 만들 수 있지? 카레, 짜글이, 된장찌개….’ 계획을 세워 냉장고 속 재료를 남김없이 먹을 때 기뻐요.” 사랑하는 가족이라도 다른 인격체와 함께 살면 서로의 생각을 맞춰 살아야 하니, 신념을 모두 지키며 생활하기는 어렵기 마련. 강보람 씨는 1인의 생활을 통해 삶을 원하는 대로 기획하고 실천하는 기쁨을 만끽 중이다. (숲속 작은 집에서의 모임: frip.co.kr/hosts/10736)
강보람의 중고 거래 내역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해 중고 제품을 이용하는 강보람 씨. 삶을 이루는 거의 모든 물건을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산다. ‘눈이 보배’라고, 자신에게 꼭 필요하고 집에 잘 어울리는 것을 찾아낸다.
거실의 중심, 책장
책이 많아서 이사할 집에 놓을 책장을 알아봤는데, 예쁜 건 너무 비싸서 좌절하고 있을 때였어요. 당근마켓에서 누군가 이 책장 세 개를 무료 나눔하고 있더라고요. 아버지와 아버지의 탑차, 동생까지 동원해 집으로 싣고 왔죠. 벽 사이즈에 딱 맞고 집에 잘 어울려서 지금까지도 정말 운명적 만남이라 생각하는 제품이에요.
레몬색 이케아 그릇장
인기가 좋은 제품이라 여러 집구경 콘텐츠에서도 보이는 제품이죠. 저는 중고나라에서 저렴하게 샀답니다. 앤티크한 집 전체 인테리어에 어울리는 빈티지 패턴 그릇도 모으고 있는데요, 이 그릇장에 넣어두면 더 예뻐 보이고 마음이 든든해요.
오리와 백조 오브제
욕실은 물을 사용하는 공간이니 바다나 호수처럼 맑은 느낌으로 연출하고 싶었어요. 푸른색과 흰색 타일을 반반씩 사용했죠. 당근마켓에서 이 백조와 오리 오브제를 보았을 때, 우리 집 화장실에 너무 잘 어울리겠다 싶어서 판매자에게 재빨리 메시지를 보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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