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지역 생산자의 좋은 상품을 발굴해 소비자와 이어주는 로컬히어로. 이달에는 경상북도 영주에서 2대째 한과를 만드는 권오영 대표를 찾았다.
코나아이 로컬히어로와 함께 선보인 ‘권오영의 디저트한과’ 3종 세트. 오란다와 유과, 사과강정으로 구성했다.
우리 전통 과자의 흥망성쇠가 담긴 한과. 조선 시대만 해도 한과는 일반 백성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음식이 아니었다. 유과의 주재료가 찹쌀인 데다 단맛을 내기 위해 더하는 조청의 주재료 역시 쌀이다. 이 외에도 엿기름을 만들기 위해 사용하는 보리, 과자를 튀길 때 사용하는 기름, 고명으로 올리는 견과류 등이 필요한데, 입에 풀칠하기 바쁘던 흉작기에 나라에서 술만큼이나 과자를 사치품으로 규제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토록 귀한 대접을 받던 한과가 먼 훗날 명절 차례상 위에서나 겨우 존재감을 드러내는 퇴물이 되어버릴 줄 누가 알았으랴.
한과를 누가 먹어?
‘선비촌한과’ 권오영 대표는 경상북도 영주에서 2대째 한과를 만든다. 그가 어머니의 대를 잇겠다는 선언을 했을 때 주변에선 하나같이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요즘 시대에 누가 한과를 먹느냐는 소리를 많이 들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저도 한과에 대해 잘 몰랐기 때문에 더 용감했던 것 같아요. 당시 저희 어머니가 가마솥에 불을 때서 전통 방식으로 유과를 만드셨는데, 기계의 힘을 빌리면 손쉽게 만들 수 있을 줄 알았거든요.” 2013년에 공장을 세우고 2년간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온도와 습도에 영향을 받는 공정이 많다 보니 일정한 맛과 식감을 내기 위해서는 계절과 날씨에 따라 미세한 조정이 필요했던 것.
유과를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깨끗이 씻은 찹쌀을 물에 최소 2주 이상 담가 발효시키고, 곱게 분쇄한 뒤, 술과 콩물을 넣어 반죽해 쪄낸다. 익은 반죽은 탄력이 생기도록 펀칭 공정을 거쳐 원하는 모양으로 성형, 절단한 뒤 건조 과정을 거친다. 여기까지가 반대기를 만드는 1차 과정. 잘 말린 반대기는 110℃ 기름에서 1차, 170℃에서 2차로 튀기면 통통하게 부풀어 오르는데, 여기에 조청을 묻히고 고명을 입혀야 비로소 유과가 완성되는 것이다.
영주 선비촌한과를 2대째 이끌고 있는 권오영(왼쪽) 대표와 이혜정 실장.
“한과 드세요? 물어보면 다들 안 먹는대요. 제사만 지내고 맛없어서 안 먹는 거죠. 그런 인식을 깨고 싶었어요. 디저트처럼 누구나 1년 내내 즐기는 신선한 한과를 만들고 싶었달까요.”
온고지신 한과
권오영 대표는 한과의 맛에서는 절대 타협하지 않는 사람이다. 일단 직접 쌀농사를 짓고, 반대기와 조청을 모두 손수 만드는 한과업체가 많지 않다. 이 외에도 통상적으로 반대기를 만들 때 막걸리를 넣어 찹쌀 발효 시간을 단축하는 방법을 사용하지만, 그는 미세한 식감의 차이를 위해 물과 미생물이 만들어내는 자연 발효 방식을 고집한다. 그래야만 베어 물 때 “사박사박” 소리가 나는 유과가 만들어진단다. “우리나라 대기업이 쉽게 손을 못 대는 식품이 바로 한과예요. 만들기도 까다롭거니와 유통 중에 산패되면서 맛이 변하는 경우가 잦거든요. 명절 지내고 나서 주변분들에게 ‘한과 드세요?’ 물어보면 다들 안 먹는대요. 제사만 지내고 맛없어서 안 먹는 거죠. 그런 인식을 깨고 싶었어요. 디저트처럼 누구나 1년 내내 즐기는 신선한 한과를 만들고 싶었달까요.”
찹쌀을 발효하고 분쇄, 성형, 건조 과정을 거쳐 완성하는 반대기. 유과의 맛과 품질을 결정짓는 핵심이다.
기름에 튀긴 반대기에 조청을 묻히는 모습. 빠른 속도와 정확도가 요구된다.
쉴 새 없이 회전하는 고명 기계. 유과 완성의 마지막 공정이다.
그의 한과가 더욱 특별한 이유는 과거에만 머물러 있지 않기 때문이다. 자주 먹어도 질리지 않는 은은한 단맛을 위해 영주 사과를 사용해 사과 조청을 개발하고, 건강을 위해 밀가루 대신 쌀가루를 넣은 오란다를 선보인 것. 특히 사과강정은 과자처럼 집어 먹을 수 있는 한 입 크기의 사이즈 덕에 우유를 부어 시리얼처럼 즐기기 좋다는 후기가 줄을 잇는다. 젊은 세대를 공략하기 위해 패키지 디자인뿐 아니라 개별 포장에도 세심하게 신경 썼다. “첨가물 없이 건강한 재료로 만드는데, 단지 기름에 튀긴다는 것 때문에 한과가 몸에 좋지 않다는 오명을 쓰고 있어요. 잘 만든 반대기는 검사를 하면 산가 측정이 안 될 만큼 기름을 거의 흡수하지 않는데 말이에요.”
한과의 일상화와 명맥을 유지해나가기 위해 권 대표가 선택한 또 하나의 방법은 바로 ‘체험’이다. 영주 시내에 있는 병설 유치원생과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전통 한과 체험학습을 진행하는 것. 유아교육을 전공한 동서 이혜정 씨의 주도하에 조청과 고명을 직접 묻혀본 아이들은 우리 한과를 대하는 모습과 마음가짐이 눈에 띄게 달라진다고. “지금 아이들이 한과를 먹지 않으면 한과의 미래는 없다고 생각해요. 저는 한과의 명맥이 끊기지 않게, 아이들도 즐겨먹는 건강한 과자로 자리매김할 때까지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코나아이 로컬히어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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