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태국 출장길에 오른 디자이너가 더위를 식히러 들어간 약국에서 화려한 색상과 이미지의 패키지 디자인에 매료되었다. 그리고 이를 하나씩 모아 작은 약국을 열었다.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이자 출판사인 ‘소장각’의 노성일 디자이너는 자신의 두 번째 인스타그램에 태국의 약품 패키지 디자인을 아카이빙하고 있다. “약품은 신뢰를 기반으로 판매되고, 위급 시에 대비해 눈에 띄어야 하기 때문에 패키지 디자인이 잘 변하지 않는다. 동남아시아 국가 중에서도 태국은 다른 나라와 달리 근현대에 식민 지배와 전쟁을 겪지 않아 오래된 브랜드가 많고, 이러한 역사적 맥락이 디자인에도 드러나 특색있는 이미지를 보여준다”며 SNS 속 가상의 디자인 약국을 연 계기를 밝혔다. 그간 캄보디아 문자를 연구한 〈크메르 문자 기행〉과 미얀마 달력을 연구한 〈미얀마 8요일력〉을 출간한 노성일은 서구 중심의 디자인에서는 볼 수 없는 다양한 동남아시아의 디자인 유산을 알리고 있다. 이번 @thainy.pharmacy 또한 깊이 있는 연구를 더해 2022년 하반기에는 책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sojangga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