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장 한구석에 고이 보관해온 나의 지난 물건이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보물이 될 수 있다. 물건이 지닌 본연의 쓰임을 다하길 바라는 서스테이너블 패션 플랫폼 어플릭시APPLIXY가 탄생한 이유다.
구동현 10여 년간 패션업계에서 활동하며 누구보다 많은 옷을 보고 만지고 구입했고 쌓여가는 옷들의 다음을 위해 직접 행동하기로 결심했다. 이를 계기로 완벽한 관리와 큐레이팅을 제공하는 서스테이너블 패션 플랫폼 어플릭시를 탄생시켰다.
우리는 더 이상 새것에만 열광하지 않는다. 친환경 시대에 걸맞은 의식 있는 소비가 주목받고 지속 가능한 패션을 향한 관심도 계속되는 요즘이다. 10여 년 동안 패션 스타일리스트로 활동 중인 구동현은 무수하게 쌓여가는 옷을 지켜보며 소장하고 있지만 서서히 관심에서 멀어지는 패션 아이템의 가치에 대해 고민했다. 팬데믹 시대 이전에는 지인들과 오프라인 플리마켓을 열어 물건을 나누기도 했지만 그 또한 크게 도움이 되지 못했고 지속적이지도, 효율적이지도 않다는 사실에 아쉬움만 느껴야 했다. 주변에 이런 고민을 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았다. 이러한 경험이 지금의 어플릭시를 론칭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구동현은 현재 스타일리스트이자 어플릭시 대표로 활동 중이다. 어플릭시는 잠시 잠깐 빛을 잃은 물건이 온전한 쓰임을 다하길 바라는 서스테이너블 패션 플랫폼이다. 다시금 세상에서 빛날 수 있게 새로운 쓰임을 찾아주고 일상에서 한 번쯤 고민해야 할 지속 가능한 패션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한다.
어플릭시의 이름 마지막에 놓인 XY는 성염색체를 의미한다. 남자와 여자, 성별을 통합할 수 있는 단어를 찾기 위해 성염색체를 떠올렸고 오랜 시간 고민한 끝에 ‘적용하다’, ‘시도하다’라는 뜻의 ‘APPLY’와 ‘XY’를 합친 ‘어플릭시’로 이름을 지었다. 공식 온라인 사이트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어플릭시는 고객의 상품을 위탁받아 판매한다. 구동현 대표의 지인뿐 아니라 동종 업계에서 활동 중인 패션 에디터, 스타일리스트, 아티스트, 디자이너 같은 패션 전문가들이 대부분이다. 물론 누구라도 어플릭시에 물건 판매를 의뢰할 수 있다. 어플릭시의 카카오 채널이나 인스타그램을 통해 체계적으로 상담을 받거나 전문적인 큐레이팅을 위한 셀렉션을 거쳐 명품 감정사를 통해 정품 여부를 검수받은 다음 가격과 세탁, 촬영을 포함한 세부 요소를 협의하고 판매하는 방식이다. 어플릭시는 판매하는 물건을 ‘트레저treasure’라고 명명한다. 모든 물건은 누군가가 고심해서 만든 하나의 작품이라 여기며 넘쳐나는 시대, 흐려지고 탁해진 물건의 의미를 소중히 하려는 마음을 표현한 것이다. 구입한 시기가 오래되었거나 쓰이지 않는 것이라도 충분히 가치 있다는 확신이 보태졌다.
2020년 5월 론칭한 어플릭시는 스타일리스트로 활동 중인 구동현과 전문 감정사, 에디터, 포토그래퍼, 디자이너 등을 포함한 패션 전문가들이 함께 운영한다. 모든 제품은 정교하게 검수한 뒤 런드리 고에서 세탁하며 최소한의 친환경 패키지에 담아 전한다.
어플릭시는 지난 한 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입지를 다졌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을 시작으로 더현대 서울, 갤러리아백화점명품관에서의 팝업 스토어를 성공적으로 추진했고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세컨드 핸드 아이템’이라는 새로운 이슈로 크게 주목받았다. 특히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 팝업 스토어 당시 공개한 자체 제작 업사이클링 컬렉션이 큰 인기를 끌었는데 직접 서울 곳곳에서 빈티지 의류를 다시 디자인해 가치를 높인 ‘슈퍼’, ‘포지션’ 컬렉션이 바로 그것이다. 어플릭시는 확고한 브랜드 가치관 아래 움직인다. 불필요한 버려짐을 줄이는 것, 여기에는 물건을 새롭게 바꾸는 일도 포함되기에 무언가를 온전히 새로 제작하는 것보다 다시금 생명을 불어넣는 일련의 작업을 통해 가치를 높이는 업사이클링에 집중하고 있다.
올해 어플릭시에서 준비한 첫 번째 프로젝트는 ‘닥스×어플릭시’로, 협업해 팝업 스토어를 오픈한다. 120여 년의 헤리티지를 간직한 닥스를 좀 더 친근하게 표현하려 했고 흔히 떠올리는 틀에 박힌 이미지 대신 새로운 세대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다양한 작업을 시도했다. WAVY 크리에이티브팀 그래픽 디자이너로 활동 중인 혼노, 아티스트 아프로와 아트워크를 진행했고 닥스 고유의 로고와 패턴을 ‘힙’하게 다시 풀어내는 다양한 변형이 이어졌다. 어플릭시를 통해 재해석된 닥스의 컬렉션을 소개하는 팝업 스토어는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LF 편집매장 라움에서 2월 말부터 열릴 예정이다.
론칭 2여 년 만에 많은 것을 일궈낸 구동현 대표는 어플릭시가 단순히 누군가의 것이던 물건을 판매하는 온라인 사이트가 아닌 본연의 쓰임을 다하길 돕는 플랫폼으로 활약하길 바란다. 이를 위해 완벽한 관리와 정품 인증에 공들이고 환경친화적인 소재의 활용, 물건의 희소가치를 높이는 디자인 작업 등에 주목한다. 바람직한 세컨드 핸드 문화 정착에 힘을 보태겠다는 어플릭시, 이런 곳이 하나둘 늘어난다면 우리의 내일은 오늘보다 나아질 게 분명하다.
세컨드 핸드 마켓은 빠른 속도로 성장 중이다. 다음 세대와 환경, 불필요한 버려짐을 의식한 가치 있는 소비가 이어지며 이로운 선순환을 이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