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이 만든 원격 의료 플랫폼 닥터나우는 집 안에서 진료받고, 집으로 약을 배송받는 시대를 이끄는 중이다. 장지호 대표는 더 많은 사람이 보다 나은 의료 혜택을 받기 위해선 비대면 진료가 수반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장지호 1997년생인 장지호 대표는 2016년 한양대학교 의과대학에 입학 당시부터 비대면 진료의 대중화를 꿈꿔왔다. 3학년이던 2019년 창업에 착수한 뒤 2020년 12월 비대면 진료와 처방약 배달 서비스를 모두 제공하는 원격의료 플랫폼 닥터나우를 선보였다.
“머지않아 현관문 앞에서 장비가 전신을 스캐닝해 건강 상태를 점검해주고, 기기가 기침 소리를 감지해 병명을 알아채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요?” 원격 의료 플랫폼 닥터나우 장지호 대표의 말이다. 못 믿겠다는 듯 의아한 표정을 짓자 그는 해외 헬스테크 기업들이 이미 이런 기술들의 특허 작업에 착수했다고 덧붙인다. 오늘날 넓게는 ‘헬스테크’라 불리는 건강과 관련한 기술의 영역은 한발 먼저 미래로 향하고 있다. 가장 전통적 영역인 진료 분야 또한 팬데믹 이후 전 세계적으로 비대면 진료가 확대됐고, OECD 32개국에서 이뤄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2020년 2월부터 한시적으로 전화 상담 처방 및 대리 처방이 허용됐고, 320만 건 이상의 비대면 진료가 시행됐다.
닥터나우는 국내 비대면 진료 산업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앱을 통해 비대면 진료와 처방 약 배달 서비스를 제공한다. 현재 전국 400여 개에 가까운 병원 및 약국과 제휴를 맺었으며, 이용자들은 내과·가정의학과·피부과·이비인후과 등 15개 진료 과목의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실제 사용해보니 그 과정이 놀라울 만큼 간명했다. 병원이나 의사를 선택하고, 진료 요청서를 작성해 신청하면 10분이 채 지나지 않아 전화나 화상 통화가 연결된다. 의사의 진료가 끝나면 처방전이 진료 내역란에 저장되고, 대면 진료비와 동일한 금액을 결제한다. 이 처방전을 지참해 약국을 방문해도 되고, 제휴 약국에 전송해 약을 원하는 장소로 바로 배송받을 수도 있다. 모든 과정이 1~2시간 안에 물리적 이동의 필요 없이 이뤄진다. 집 안에서 진료를, 약을 처방받는 것이 가능한 구조다. 이런 편리함 덕분에 닥터나우는 누적 이용자 수 90만 건을 돌파했으며 지난 10월 소프트뱅크벤처스를 포함해 여러 투자사들로부터 100억 원 규모의 투자 유치를 받았다.
위치 정보를 기반으로 비대면 진료를 시행하는 병원을 찾을 수 있고, 병원과 의사를 선택한 다음 진료 요청서에 증상을 적은 뒤 진료를 받는다.진료 내역에서 처방전과 진행 과정을 자세히 확인할 수 있다. 직접 병원을 방문한 이용자들의 진료비, 평점 등을 포함한 후기를 가감 없이 볼 수 있는 것도 장점.
닥터나우를 이끄는 장지호 대표는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재학 중 창업에 뛰어들었다. 일찍이 비대면 진료에 대한 확신을 품은 그는 ‘의사의 일을 산업으로 풀기 위해’ 의대에 진학했다. “의대에 진학한 뒤 간단한 증상이라도 저에게 묻는 지인이 굉장히 많았어요. ‘큰 병원에 가보라’는 의료인의 조언만 들어도 심리적 안정을 찾는 경우를 많이 봤죠. 또 의사끼리 서로 증상을 간편하게 물어보기도 하듯 더 많은 사람이 일상에서 더욱 편리하게, 제한 없이 의료 서비스를 받았으면 하는 마음에 창업을 결심했습니다.” 그는 어릴 적부터 매주 봉사 활동을 꾸준히 하고, 의대에 진학한 이후 노숙인 및 해외 의료 봉사를 하면서 사회적 약자를 위한 열린 의료 시스템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
‘한국은 의료도 IT도 잘 발달되어 있는데 더 잘할 수 없을까?’라는 의문에 미국의 ‘텔레닥’, 일본 ‘라인 헬스케어’ 같은 해외 원격 의료 스타트업과 기업 대표들을 만나러 가기도 했고, 하버드와 스탠퍼드 의대 교수들을 찾아가 원격 의료 시스템에 대해 묻기도 했다. 메일로 풀리지 않은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일본에서는 현지 언어를 구사하는 통역을 섭외해 직접 찾아다니기도 했다. 해외의 시스템을 경험하며 확신을 넘어 실현에 다가섰다. 현재 비대면 진료는 의료계에서 고혈압이나 당뇨 같은 만성질환을 모니터링할 때나 병원에 직접 갈 수 없는 상황에서 증상을 막을 수 있는 예방 측면에서 효과적이라는 평을 받는다. 초진이나 중증 질환을 검사할 때 비대면 진료가 유용하다 말하기는 어렵지만, 경증이나 만성질환에는 분명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장지호 대표 역시 대면 진료와 비대면 진료는 함께 수반되어야 하고, 어떻게 하면 더 편리하고 안정된 구조를 만들지가 관건이라고 강조한다. 때문에 내 주변의 병원과 주치의에 대해 더욱 친근하게 느끼고, 의료 서비스 자체에 대한 심리적 두려움이나 거부감, 불편을 줄이는 것이 닥터나우의 주요한 목표 중 하나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0 의료서비스경험 조사’에 따르면 환자가 의료 기관을 방문해 접수 후 대기하는 시간은 평균 17.2분. 대학 병원 등 대형 병원의 경우 얘기가 달라지지만, 닥터나우를 활용하면 내과 기준 평균 8분으로 2배 이상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최근에는 닥터나우가 회장사로서 ‘원격의료산업협의회’를 이끌며 의료계 및 소비자단체와 협력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노하우와 데이터를 관련 15개 업체와 공유하며 안전하게 비대면 진료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목소리를 모으고자 노력 중이다. 경쟁 업체까지 포용하는 그에게 앞으로의 목표를 물었다. “의료는 한 명의 의사로는 결코 달라지지 않습니다. 사회적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훨씬 효용성이 크죠. 현재 컴투스가 자체 개발 중인 올인원 메타버스 플랫폼 ‘컴투버스’에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구현하는 방안도 모색 중입니다. 더 많은 사람이 친숙하게 의료 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개발할 겁니다.”
한국무역협회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원격 의료 시장 규모는 오는 2027년 5595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