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DF 역대 영 디자이너의 작품을 한데 모은 전시관.
정박스튜디오(박정언)의 선과 점으로 이루어진 모빌.
팝코니 유니코니Popcorny Unicorny(신하늬)의 조명.
진짜 ‘요즘 애들’에 대해 알고 싶다면 인터넷 신조어 따위를 외우는 대신 차세대 디자이너들의 활동상을 살피길 추천한다. 서울디자인페스티벌은 시작부터 지금까지 줄곧 신진 디자이너를 적극 지원해왔다. 밀라노 디자인 위크의 살로네 사텔리테Salone Satellite, 메종 & 오브제의 라이징 탤런트처럼 차세대 디자이너를 육성하는 일이 디자인 산업의 미래를 밝힌다는 신념 때문이다. 지난 20년간 총 820명의 디자이너를 발굴했고 이들이 국내외 홍보, 해외 프로모션 등을 도왔다. 엄윤나, 이광호, 최중호, 하지훈 등 현재 국내의 손꼽히는 디자이너들 또한 이 프로젝트를 하나의 관문으로 삼았다. 전시장 내에 마련된 ‘SDF 역대 영 디자이너’ 부스에는 SWNA 이석우 대표, 플러스엑스의 공동 창업자 신명섭 고문, WGNB 백종환 대표 등 스타 디자이너들의 과거 작업물도 전시되었다. 한편 2021년의 영 디자이너 프로모션은 월간 〈디자인〉이 선정하고 국내 대표 포털 사이트 네이버의 지원 아래 40명의 신예를 페스티벌에 등장시켰다.
각기 다른 장르의 디자이너들이 모였지만 오브제와 가구 분야가 특히 많았고, 신문지로 만든 종이 펄프를 사용한다거나(박민정) 버려진 플라스틱 뚜껑에 베이킹 프로세스를 접목시키는(박형호) 등 새로운 소재와 기법을 발견하고 환경문제를 가볍게 여기지 않는 디자인 태도가 다수를 차지했다. 전통적인 한국의 미를 새롭게 재해석해 내놓은 디자인 부스도 제법 되었다. 특히 전통적인 하회탈을 사람의 상반신 크기로 키워 조명으로 활용한 디자이너 신하늬의 작품은 관람객의 호평을 받았다. 또 서울을 벗어난 지역을 디자인 활동 근거지로 삼고 있는 영 디자이너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부산에서 비치코밍beachcombing 활동으로 생활 속 오브제를 선보이는 디자이너 최명지나 ‘영 앰배서더’로 선정된 슈퍼포지션 또한 각각 부산과 전주에서 활동한다. 이는 디자인의 미래를 아주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과도 같다. 전 세계가 여전히 궁리하고 있는 지속 가능성, 한국만이 지닌 고유한 미감의 귀환, 서울이 아닌 지역에서 확대되고 있는 로컬 브랜딩 활동까지 디자이너들이 하는 모든 것이 이를 대변한다.
한옥을 모티브로 제작한 의자 ‘한옥Hanok’.
스테인리스로 만든 ‘도자Doza’.
소반 위에 올려놓은 캐비닛과 디지털 자개.
전통 자개를 디지털화한 병풍.
[2021 영 디자이너]
안주경, 최명지, 최소라, 이다겸, 황은담, 한승헌, 황현주&심다림, 황영진, 한혜빈, 김현정, 남지현, 홍정은, 강민정&황현구, 김연석, 구아현, 권영우, 이창희 & 박승재, 이화진, 이혜윤, 이진국, 이종원, 이유진, 임재광, 문승원 & 명재영, 박대성, 박형호, 박민정, 박정언, 서정선 & 김종민, 배서영, 김승혁 & 송도림 & 김대윤, 신하늬, 신서경, 신우철, 신서윤, 육심웅, 정태영, 양지원, 여수경
[영 앰배서더 2021] 슈퍼포지션 서정선 & 김종민
2021년 봄부터 ‘슈퍼포지션Superposition’이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시작한 이 듀오는 결성 전 개인 활동으로 디자인 체력을 단단히 굳힌 프로들이다. 광주에서 꾸준히 상업 공간의 가구를 제작한 서정선은 디자인이 필요해 보이는 공간의 클라이언트를 먼저 찾아가 ‘디자인 처방’까지 내리며 6년간 커리어를 쌓았다. 브랜딩을 담당하는 김종민도 그래픽뿐 아니라 부산의 핫 스폿인 연경재의 외관까지 디자인할 정도로 여러 장르를 오가며 역량을 펼쳐왔다. 각자의 영역을 조화롭게 중첩시키는 이들의 공식적인 첫 행보가 ‘영 앰배서더 선정’이라는 긍정적인 결과를 불러오며 앞으로의 시너지를 더욱 기대하게 만든다.
서정선
슈퍼포지션
김종민
슈퍼포지션
영 디자이너 프로모션에 관심을 가진 계기가 따로 있었나?
서울디자인페스티벌이 신진 디자이너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김종민 같은 경우는 과거 영 디자이너의 학생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 ‘학생 디자이너’ 프로모션 때 선정된 경험도 있고. 단순히 프로모션을 넘어 디자인 신에서 도입부를 지나고 있는 동료 디자이너와 교류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기회라는 점에서 꼭 참여하고 싶었다.
슈퍼포지션이라는 이름에 담긴 뜻이 궁금하다.
본래 물리학에서 2개의 파동이 각각의 고유한 성질을 잃지 않고 합쳐진 것을 뜻한다. 우리가 각자의 아이덴티티를 잃지 않으면서 서로에게 ‘더하기’가 되자는 의지가 담긴 네이밍이다.
제품 디자이너와 그래픽 디자이너가 시너지를 내는 브랜드다. 두 사람의 작업 영역이 명확히 구분되어 있나?
아무래도 그렇다. 현재까지 나온 가구는 서정선이, 그래픽과 브랜딩은 대체로 김종민이 맡았다. 다만 둘 다 브랜딩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오늘날 브랜딩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그 자체로 본질이 된다.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 표현하고자 하는 추상적인 개념을 가구 또는 도구라는 틀에 입히고자 한다.
다구와 도자기를 스테인리스 소재로 만든 것은 좀 낯설게 느껴진다.
디자인은 단어와 함께 서구에서 들어온 일종의 ‘수입’된 개념이다. 그러다 보니 결과물뿐 아니라 재료와 가공법 등 작업 과정도 서양의 양식을 먼저 취할 수밖에 없었다. 이것을 비틀어 서양적인 재료를 한국의 공예적인 과정과 결과물로 표현하려 했다. 스테인리스는 이제 국내에서 흔하게 접하는 소재지만 외국에서 은 수요의 증가로 인해 등장한 일종의 대체 재료다. 이 재료로 한국 고유의 선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 보니 도자기와 다구를 만들게 됐다. 장식적인 요소를 최대한 배제해 우리의 고유한 선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들었다.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 어느 정도인가?
2~3주 정도 걸린다. 외형을 잡아주는 철판을 제작한 후 표면에 은땜을 하고 미러 가공까지 하는데, 각각 다른 세 공장을 거쳐 완성한다.
‘한국적인 것’에 관한 디자이너들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도 높다. 슈퍼포지션은 이 가운데 어떤 점을 차별화하나?
전통적인 것을 재해석하는 작업자가 많아지는 것은 좋은 현상이라 생각한다. 우리가 시도하고 싶은 것은 한국의 공예품 제작 과정을 디지털 방식으로 구현해내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한땀 한땀’ 자개를 수놓는 과정과 마우스로 하는 ‘픽셀 작업’이 결국 크게 다르지 않음을 재치 있게 알리고 싶었다. 이번 서울디자인페스티벌에서 선보인 ‘스퀘어 네이처’가 이런 의도를 앞세워 완성한 라인이다. 완성도 높은 공예품을 대량생산이 가능하도록 끌어오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가까운 시일 내에 또 어떤 작업을 공개하나?
슈퍼포지션의 작업을 선보이는 쇼룸에 작업실을 더한 오프라인 공간을 구상 중이다. 6월에 열리는 부산디자인위크에서는 새로운 라인을 론칭해 발표하려 한다. 우선은 병풍에 주로 사용하던 도상을 아크릴 장롱에 입히는 그래픽 작업을 구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