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지속 가능한 디자인 라운지’에서 선보인 리스타일 컬렉션.
지속 가능성을 테마로 한 디자이너 6팀의 작품을 함께 전시했다.
지난해 9월 유엔 총회 개회 연설에서 업사이클링 소재로 만든 의상을 입고 등장한 BTS는 미래 세대가 로스트 제너레이션이 아닌 웰컴 제너레이션으로 환영받아야 한다며 지속 가능 발전 목표(SDG)를 지지하는 목소리를 냈다. 제조업과 화석연료 의존율이 높은 우리나라는 2018년 기준 OECD 회원국 중 온실가스 배출량 5위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2020년 10월 ‘2050 탄소 중립 목표’를 선언하고 이듬해 8월에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을 국회에서 통과시켰다. 다가오는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 목표는 2018년 대비 40%로 줄이는 것이다. 국내 기업과 스타트업, 디자이너도 지속 가능성이 비즈니스의 미래라는 판단 아래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모색하고 있다.
올해 SDF에서도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읽을 수 있었다. ‘지속 가능한 디자인’이라는 주제 아래 디자이너와 브랜드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지구를 지키는 디자인을 제안했다. 패션 아이템이 된 방화복과 청바지, 스마트하게 환경 문제를 어글리 패션과 빈티지 트렌드로 연결시킨 민트 컬렉션 등이 눈에 띄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관람객의 관심을 끈 전시는 현대자동차의 ‘지속 가능한 디자인 라운지’였다. 현대자동차는 2019년부터 자동차와 패션을 접목한 업사이클링 프로젝트 ‘리스타일Re:Style’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번 ‘지속 가능한 디자인 라운지’에서는 2021년 컬렉션을 선보여 화제가 되었다. 편집매장 분더샵, 레클레어와 파트너십을 통해 아이오닉5의 친환경 소재와 자동차 폐기물로 감각적이면서 실용적인 재킷과 후드, 바지 등을 제작했다. 또 지속 가능한 디자인에 앞장서는 디자이너로 강영민, 김하늘, 로우리트 콜렉티브, 박민정, 박형호, 이우재를 초대해 전시장을 채웠다. 이는 지속 가능한 디자인이 결코 단일 기업이나 브랜드의 노력만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며 디자인계의 연대를 통해 완성된다는 사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한편 스튜디오 프래그먼트가 종이 박스를 구조적으로 쌓아 올려 완성한 부스 디자인도 인상적이었다. 보통 전시 부스를 시공·철거할 때 불가피하게 폐기물이 발생하는데 이를 최소화해 콘텐츠뿐 아니라 전시 방식에서도 지속 가능성이라는 콘셉트를 전달한 것이다. 친환경 차 개발, 폐기물 재활용 등 친환경 자원의 선순환에 앞장서는 현대자동차의 비전을 전달하는 이번 전시는 ‘인류를 위한 진보(Progress for Humanity)’라는 브랜드의 방향을 여실히 보여줬다.
트래쉬 버스터즈의 카페 라운지.
버스팅 스코어는 SDF 기간 중 얼마나 일회용품을 줄였는지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참여형 장치다.
포토존으로 꾸민 트래쉬 버스터즈 파사드.
SDF 카페 라운지를 기획·운영한 스타트업 ‘트래쉬 버스터즈’도 화제였다. 다회 용기 렌털 서비스를 제공하는 트래쉬 버스터즈는 이곳을 단순한 식음료 공간이 아닌 환경 운동 실천의 장으로 탈바꿈시켰다. 강압적이거나 죄책감을 느끼게 하기보다 재미와 참여를 추구하는 이들의 영리한 커뮤니케이션 방식은 관람객들에게 통했다. 이를테면 아메리카노를 주문할 때 다회용 컵을 사용하면 1잔당 4500원, 일회용 컵을 사용하면 환경부담금을 부담시킨 2만 5000원을 가격으로 책정했는데 ‘일회용 컵 사용 금지’라는 일방적인 메시지 전달보다 훨씬 효과적이었다. 행사장에서 줄인 일회용품 개수를 보여주는 ‘버스팅 스코어busting score’도 흥미로웠다. 음료를 수령할 때 주문한 수량만큼 버튼을 누르면 실시간으로 전광판 숫자가 올라간다. 이로 인해 스스로 환경 보호에 일조했다는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다. 실제로 행사가 열린 5일간 무려 3342개의 일회용품을 줄였다고. 한편 카페 라운지에 비치된 재생 플라스틱으로 만든 의자와 테이블은 WYL과의 협업으로 완성했다. 그 외에도 ‘잡았다! 쓰레기’라는 콘셉트로 제작한 대형 인스털레이션 ‘트래쉬 버스터즈 파사드’, 페트병 재생 원단 크로스백과 캠페인 문구를 인쇄한 각종 굿즈 등으로 볼거리를 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