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디오 다주로에서 선보인 조명 ‘템플 시리즈’.
‘지속 가능한 쇼핑백’에 화분, 잡지, 와인병 등을 담아 곳곳에 전시한 DSLSM 부스.
2021년에 브랜드 탄생 100주년을 맞이한 알레시의 전시 부스.
스웨덴의 패브릭 브랜드 크바드라트와 협업한 제품을 선보인 누하스 부스.
메타버스, AR·VR 등으로 비물성화가 대세가 되고 있지만, 0과 1이 아닌 원자의 세계에 사는 우리에게 물성의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다. SDF의 제품 디자인 부스는 다채로운 제품의 세계를 보여줬다. 이번 페스티벌에서는 기업의 정체성이 담긴 굿즈와 감각적인 체험을 통해 소비자에게 가까이 다가가려 한 브랜드들이 주목받았다. 그중 오뚜기는 공식 브랜드 굿즈 ‘오뚜기 팔레트’ 시리즈를 최초 공개해 많은 주목을 받았다. 트레이, 키링, 티셔츠 등에서는 식품업체를 넘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도약하려는 오뚜기의 야심이 느껴졌다. 넥슨, 카카오, 어메이징브루어리 등과의 컬래버레이션으로 탄생한 제품도 함께 선보였는데, 특유의 삼원색 키 컬러는 다양한 협업에서도 확고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유지하게 만드는 원동력이었다. 패브릭 브랜드 크바드라트와 협업한 누하스도 휴식이라는 브랜드의 본질에 집중한 모습이었다.
누하스는 안마 의자 에디션 8종 체험 부스를 열었는데 중앙에 위치한 물 표면 영상을 체험자들이 볼 수 있도록 안마 의자를 원형으로 배치해 마치 연못을 바라보며 ‘멍때리는 것’과 같은 효과를 유도했다. 한편 이번 SDF에서는 동시대성을 반영한 디자인도 눈길을 끌었다. DSLSM은 다회용 쇼핑백 ‘지속 가능한 쇼핑백’을 선보였다. 흥미로운 것은 디스플레이 방식이었다. 화분, 스니커즈, 매거진 등 다양한 물건을 쇼핑백에 담아 매달았는데, 환경을 고려해 만들었으며 신축성과 내구성도 뛰어난 제품임을 효과적으로 전달했다. 한국-네덜란드 수교 60주년을 기념해 더치 디자인 위크와 SDF가 협력해 진행한 〈Living and Working from Home〉전은 팬데믹 이후 집에서 삶을 영위하는 방법을 새롭게 제시했다. 국내 스튜디오 페시는 네덜란드의 스튜디오 제로엔 반 벨루와 함께 사무 공간과 일상 공간에서 모두 사용할 수 있는 가구와 조명을 디자인했고, 또 김현정 디자이너는 크림 온 크롬과 함께 재택근무하는 부모를 위한 커튼과 방음 패널을 선보였다.
브랜드 협업 굿즈와 자체 제작 굿즈를 판매한 오뚜기 부스.
‘Living and Working from Home’ 중 황다영×스튜디오 콘투의 ‘감각의 성역’(위)과 스튜디오 페시×스튜디오 제로엔 반 벨루의 ‘틸트-스위치-플립’.
스파게티 암체어와 네모 조명.
플랫폼엘은 〈언패러사이트〉전과 〈스펙트럼〉전을 통해 활발히 활동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했는데 이 중 언패러사이트〉전에서도 코로나19의 흔적을 엿볼 수 있었다. ‘팬데믹 상황에 생긴 관계의 공황을 공생의 가치로 치유한다’는 기획하에 선보인 이 전시에서 윤라희, 문상현, 랩크리트 등 10팀의 공예가와 디자이너들은 자신만의 관점으로 주제를 재해석했다. 특히 박길종과 맛깔손은 가상의 브랜드 쇼룸 ‘플랫 홈’을 통해 자연과 인공, 실내와 실외가 교차하는 공간 디자인으로 코로나 시대의 주거 환경을 위트 있게 비틀었다. 이처럼 변화와 트렌드를 영리하게 반영한 이들도 있는 반면, 시간에 관계없이 사랑받는 거장 디자이너와 브랜드의 전시도 있었다. 〈세계 디자이너 [ )전〉에서는 르코르뷔지에, 잔도메니코 벨로니, 카림 라시드가 디자인한 제품을 소개했는데, 르코르뷔지에의 네모Nemo 조명은 핑크색 부스와 대조적인 색감과 간결한 디자인이 돋보였다. 잔도메니코 벨루니의 스파게티 암체어는 파란색으로 가득 찬 전시 공간에서 크롬색을 뽐내며 시선을 사로잡았다. 2021년 브랜드 탄생 100주년을 맞은 알레시는 오래도록 사랑받은 스테디셀러 제품들을 선보였다. 부스 중앙에는 거대한 쥬시 살리프가 이목을 집중시키며 포토존 역할을 했다. 세기를 넘어 사랑받는 안나G 와인 오프너, 프루스트 화병 등은 예술과 디자인의 경계를 넘나드는 알레시의 위상을 보여주었다.
이 밖에도 가구·공간 디자인 스튜디오 다주로는 사원의 요소인 등, 문, 탑에서 영감을 받은 조명 ‘템플 시리즈’를 선보여 여러 부스 사이에서 돋보였다. 제품 안팎을 블랙으로 통일한 이 시리즈는 하얀 부스 안에 있는 그 자체로 동양의 어느 사원을 연상시켰는데, 신성한 오브제처럼 엄숙함마저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