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2021년 12월 22일~12월 26일
장소 코엑스 C홀
주최 디자인하우스 주관 월간 〈디자인〉
미디어 후원 네이버, 디자인프레스, 행복이가득한집, 럭셔리
후원 산업통상자원부, 문화체육관광부, 서울특별시, 한국디자인진흥원, 서울디자인재단,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스무 번째 서울디자인페스티벌이 마침내 열렸다. 팬데믹 시대가 좀처럼 끝나지 않는 와중에도 ‘디자인 페스티벌’이 개최되어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해 페스티벌의 아트 디렉팅을 맡은 일상의실천을 필두로 260개의 브랜드가 5일간 성실히 답했다. 특히 네덜란드와 한국 수교 60주년을 기념해 진행한 더치 디자인 위크와의 협력 프로젝트는 ‘Living and Working from Home’이라는 주제로, 집이라는 공간의 개념과 기능의 확장을 면밀하게 가시화했다. ‘지속 가능성’ 구역을 따로 기획해 시대의 화두를 동시대 브랜드가 소화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부대 행사로 마련한 디자인\ 세미나와 이번에 첫 시도한 비즈 매칭 서비스에서는 실용적인 디자인 지식과 정보를 알리고, 업계의 리더를 통해 현재 국내 문화 자본의 흐름과 이에 디자인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알리는 자리로 꾸렸다. 디자이너가 반드시 알아야 할 지적재산권에 관한 김웅 변리사의 강연을 시작으로 현대자동차의 브랜드 경험을 책임지는 장영 실장, 삼성전자 최중열 부사장, 네이버 디자인설계의 이우람 책임리더에게 플랫폼을 디자인하는 것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며 실무자들의 경험으로 쌓인 노하우를 공유하는 자리가 되었다. 또 월간 〈디자인〉이 한 해를 기록하며 우수한 디자이너와 클라이언트에게 수상하는 코리아 디자인 어워드의 각 부문(커뮤니케이션, 아이덴티티, 프로덕트, 스페이스) 위너에게 프로젝트에 관한 후일담을 들어보는 시간도 마련했다. 총 59개사가 참여한 비즈 매칭 서비스는 디자이너와 브랜드의 만남을 주선해 판매와 유통망 확대라는 실용적인 윈윈 효과를 기대하게 했다. 20주년 기념행사로 치러진 이번 서울디자인페스티벌에는 약 4만 4000명의 관람객이 몰리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seoul.designfestival.co.kr
글 월간 〈디자인〉 편집부 사진 이창화 기자, 이기태 기자
패브릭, 공간, 가구, 실크스크린, 패션 아이템 등 다양한 제품이 전시되었다.
디자인 스튜디오 오이뮤의 우리말 색이름 사전 색이름.
SDF 로고를 새긴 예스아이씨Yeseyesee 재킷.
전시장 입구의 미디어 아트월.
그래픽 디자인은 물론 미디어 아트, 메타버스까지 총출동한 커뮤니케이션 구역은 입구에서부터 관람객의 눈을 사로잡았다. 인류가 절멸한 이후의 미래를 그려낸 일상의실천의 ‘변종의 시대’,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를 활용해 제작한 MCM의 패션 필름,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지운 소은명 작가의 미디어 아트 ‘두 개의 세계’ 등 일곱 가지 3D 영상이 극장 스크린을 방불케 하는 미디어 아트월에서 상영되며 분위기를 압도했다.
20주년을 맞이해 대대적으로 리뉴얼한 서울디자인페스티벌의 아이덴티티는 디자이너들이 각종 아이템에 적용해 소장욕구를 자극하기도 했다. 페스티벌을 하나의 브랜드로 변신시킨 이번 ‘SDF×아티스트 컬래버레이션’ 프로젝트는 일상의실천이 개발한 무엇이든 담을 수 있으며 언제나 열려 있는 로고 시스템의 취지를 효과적으로 드러냈다. 살바도르 달리의 그림을 연상시키는 디자이너 용세라의 시계, 디자인과 사진을 하나의 맥락으로 형성하는 밀리언로지즈의 사이드 테이블, 기능과 형태의 연결로 SDF 아이덴티티를 표현한 제로랩의 정리함 시리즈 등 스타 디자이너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서울디자인페스티벌 20주년을 기념했다. 관람객들의 동선이 이어진 이 부스의 뒷면은 참여 공간으로 활용해 디자인과 관련한 개인적 선언을 포스트잇으로 기록하도록 유도했다. 서울디자인페스티벌을 주관하는 월간 〈디자인〉의 부스 또한 매력적이면서도 낯선 공간으로 연출했다. ‘대체 불가능할지도 모르는 세계로의 초대’라는 이름으로 마련한 이 프로젝트는 2021년 디자인 신에서 가장 의견이 분분하고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메타버스’가 주제였다.
멈춘 듯 보이지만 계속 운동하는 생명을 표현한 용세라의 ‘Microscopy’.
로컬 라이프 플랫폼 ‘탐방’ 부스.
메타버스 ‘히든 오더’의 일부를 현장에 구현한 월간 〈디자인〉. (부스 디자인 PaTI 중간공간제작소)
SDF 현장 부스에 설치한 구조물을 히든 오더 내에도 똑같이 구현했다.
문화예술 메타버스 플랫폼 ‘히든 오더’로 이동하는 포털을 자처한 이곳은 원형의 구조물을 따라 움직이는 2대의 스크린으로 메타버스와 현실 세계를 연결하는 창을 은유했다. 부스 내 콘텐츠는 모두 메타버스로 ‘숨긴 듯’ 전시했는데, 이는 제약이 덜한 디지털 공간에서도 서울디자인페스티벌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한 의도였다. 페스티벌 기간 내내 히든 오더의 월간 〈디자인〉 구역에서 열린 한국타이포그라피학회의 전시 〈노래하는 말, 노래하는 글〉은 케이팝 가사로 만든 타이포그래피 포스터를 사용자가 타고 놀 수 있는 자율 주행 양탄자로 제공함으로써 작품을 게임처럼 즐기며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밖에도 국내의 숨은 명소를 추천해주며 로컬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브랜드와 잡지 등을 소개하는 로컬 라이프 플랫폼 ‘탐방’ 부스, 87MM의 브랜드 서체 ‘일상체’를 활용해 제작한 스웨트셔츠와 에코백, 브랜드 민주화를 꿈꾸는 더워터멜론의 온라인 브랜드 개발 플랫폼 ‘아보카도’도 눈길을 끌었다. 저울로는 잴 수 없는 추상적 개념을 다양한 디지털 도구와 그래픽으로 표현해낸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존은 행사장을 방문한 디자이너들에게 만족스러운 시각적 영감을 제공했다.
글 박슬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