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특정 국가의 신진 디자이너를 소개하는 메종 & 오브제가 올해 주목한 국가는 일본이다. 특히 올해는 ‘라이징 탤런트 어워즈 크래프트’가 신설되어 주목을 받고 있다. 세계가 주목하는 일본 공예의 면면을 들여다볼 기회다.
‘PVC Handblowing Project’ © Kodai
KODAI IWAMOTO
온전함 속의 결점은 이와모토 고다이에게 좋은 소재가 된다. 그는 결점을 발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에 아름다운 형태와 기능을 부여해 새로운 공예품을 만들어낸다. 작가가 주요 작업인 ‘PVC 핸드블로잉’ 프로젝트에서 주목한 것은 현대의 대량생산 재료인 PVC 파이프다. 배관에 사용하는 파이프에 고결하고 전통적인 유리공예 기술을 결합해 화병 시리즈를 탄생시켰다. 우아한 화병이 알고 보면 저렴한 PVC 파이프로 만든 것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 과연 화병은 그 가치를 유지할 수 있을까? 작가는 일련의 프로젝트를 통해 이러한 의문을 던진다. 도쿄에서 활동하는 작가는 밀라노 가구박람회 등 해외 유수의 전시회에 다수 참가한 바 있다.
‘Suki’ © Baku Sakashita
BAKU SAKASHITA
의사 경력을 포기하고 공예 디자이너가 된 사카시타 바쿠. 그는 낚시 미끼를 만들기 위해 발사 나무를 조각했던 어린 시절부터 수공예에 대한 애정을 품었다. 스테인리스스틸 와이어로 형태를 디자인하고 얇은 반투명 종이를 결합한 조명 컬렉션 ‘수키’가 대표작이다. 일본어 ‘수키透き’는 ‘손으로 종이를 뜨는 일’, ‘투명’, ‘정제된 취향’, ‘빈 공간’ 등의 다양한 의미를 지닌 다의어로, 그의 작품을 가장 잘 설명하는 단어다. 종이와 LED 광원 사이 빈 공간을 통해 빛이 걸러지며 주변 벽과 바닥에 기하학적인 그림자를 드리운다. 전통적인 종이공예 기법으로 정교하게 완성한 조명 그림자에 작가의 감각과 개성이 비친다.
‘Lapland(Snip Snap Project)’ photo: Lawrence Randall ©Yuri Himuro
YURI HIMURO
섬유 디자이너 히무로 유리의 디자인은 편안하지만 통통 튀고 흥미진진하다. 작가는 섬유와 사용자 사이의 즐거운 상호작용을 이끌어낼 수 있는 작품을 선보인다. 이중 층위의 원단을 활용한 ‘스닙 스냅’ 프로젝트는 가장 위층의 실을 가위로 가로지르면 아래층의 이미지가 등장하며 새로운 이야기가 전개되는 창의적인 작품 시리즈다. 이 프로젝트는 밀라노의 수제 우븐 러그 브랜드 씨씨 타피스와 협업해 ‘컬티베이트’ 컬렉션을 출시하는 데까지 이어졌다. 작가는 히무로 디자인 스튜디오를 설립해 작가만의 독특한 오리지널 텍스타일 개발은 물론 상업 디자인 프로젝트를 전개 중이다.
photo: Masayuki Hayashi © Misawa Design Institute
HARUKA MISAWA
종이가 춤을 춘다면? 종이에게 생명력을 부여한 ‘도시doshi-움직이는 종이’ 프로젝트는 소재에 대한 하루카 미사와의 애정 어린 시선과 엉뚱한 상상력으로부터 출발했다. 작가는 종이에 입힌 금속 입자에 자기장을 일으켜 움직임을 만들어냈다. 그래픽 디자이너 출신인 작가는 넨도, 일본 디자인 센터에서 일한 뒤 2014년 미사와 디자인 연구소를 설립했다. “일본의 전통문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쇼지障子(종이 병풍)와 종이접기에 둘러싸여 자랐습니다. 종이접기의 섬세한 면모를 탐구하고 싶다는 욕망이 그때부터 시작되었죠.” 종이에 대한 애착의 뿌리가 얕지 않다는 점이 작가의 말에서 여실히 느껴진다.
‘Rust Harvest|Shelf’ photo: Gottingham © Studio Yumakano
YUMA KANO
가노 유마는 모두가 기피하는 자연적인 소재에 새로운 가치를 선사하는 작가다. 가령 기계에 결함을 일으키고 미관을 해치는 녹슨 소재에서 아름답고 흥미로운 무늬를 발견한다. ‘러스트 하비스트’ 프로젝트에서 작가는 빛, 빗물, 흙 등 자연 요소로 금속판에 녹을 발생시킨 후 그 녹을 들어내 투명한 아크릴 수지에 새롭게 입혔다. 작가의 손을 거친 녹이 놀랍게도 개성 있는 액션 페인팅 작품처럼 보인다. 이러한 아크릴 조각은 일정한 간격으로 배치함으로써 타일 같은 ‘그리드’ 혹은 ‘선반’ 등의 기능을 갖춘 일상적 가구로 재탄생된다.
‘Skin Tote’ photo: Ronald Smits © Satomi Minoshima
SATOMI MINOSHIMA
미노시마 사토미는 피부를 다른 관점으로 관찰한다. 피부의 색은 인간을 외부 환경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결정되지만 결국 사회·문화적 맥락으로까지 확장된다. 작가는 피부의 아름다움과 다양성을 전파하기 위해 ‘스킨 토트’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물건을 담는 토트백에 인간의 본질을 담은 피부를 비유했다. 가방의 색은 내용물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메시지가 울림을 전한다. 네덜란드 아인트호번에서 활동 중인 작가는 소재, 색상, 역사 등에 대한 탐구를 그래픽적 아이디어와 물질적 재료를 결합하여 표현한다.
‘Circulation’ photo: Haruhi Okuyama ©Toru Kurokawa
TORU KUROKAWA
프랑스공예협회가 선정한 라이즈 탤런트 크래프트 어워즈의 첫번째 수상자는 구로가와 도루다. 작가는 지난 몇 년간 수학적 구조를 모티프로 한 작업에 몰두해왔다. 작가는 세계가 수학적인 법칙을 바탕으로 성립되었다고 보고, 이를 통해 자연을 더 잘 이해하고자 한다. 이번에 전시한 작품 역시 뫼비우스 띠처럼 안과 밖을 구별하기 어려운 실루엣의 조각이다. 점토를 사용해 수공예로 형태를 잡은 다음 전통적인 오름가마에서 구워내는데 매우 높은 온도의 소성 과정에서 발생하는 연기를 이용해 그만의 독특한 금속 탄소 마감을 완성했다. 율동감이 느껴지는 형상과 그을린 듯한 표면에서 신비로운 기운이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