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을 나답게’라는 슬로건으로 사용자가 커스터마이징하는 콘셉트를 선보인 삼성 비스포크가 2019년, 아티스트와의 협업과 신진 작가 발굴을 목적으로 ‘#BESPOKE랑데뷰 공모전’을 개최했다. 대상을 차지한 조경민의 ‘플로팅 링스Floating Rings’는 마블링 기법으로 둥근 패턴을 층층이 쌓아 입체적인 레이어가 돋보인다. 작품 디자인이 그대로 반영된 플로팅 링스 비스포크 패널은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단 30세트 출시한다.
조경민 2019년 ‘스튜디오 민꼬’를 오픈하고 마블링 클래스와 전시, 제품 협업 등을 전개하고 있다. 갤러리 시즌드 아이Seasoned Eye 제품 전시를 비롯해 설화수 플래그십 스토어 마블링 미디어 설치 협업, 한지문화산업센터 한지 마블링 워크숍 등을 진행했다. mincco_marbling
비스포크 디자인 공모전에 참가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
마블링은 유럽에서 건너온 기법으로, 국내에는 아직 생소한 분야다. 대부분 책을 감싸는 종이를 만드는 ‘페이퍼 마블링’으로만 알려져 있지만 본래 제품 표면에 패턴을 입히는 수전사 기법과 동일한 기법으로, 다양한 재질과 형태에 적용할 수 있다. 물 위에 만들어지는 이 신비로운 패턴을 현대적이고 상업적으로 적용할 방법을 고민하던 차에 이 공모전에 관해 알게 됐다. 가전제품을 캔버스 삼아 작업하면 어떤 작품이 나올지 궁금해 참가를 결심했다.
작품 특유의 동심원 디자인은 비스포크 냉장고의 프리미엄 이미지와 잘 어울린다. ‘플로팅 링스’는 어디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작품인가?
물 위에 자유롭게 물감을 뿌리며 패턴을 만드는 마블링 방식에서 더 나아가 물감을 한곳에 집중해 떨어뜨려 수백 개의 동심원을 쌓는 방식으로 제작했다. 평소 특정 주제를 정해 작업하기보다 작업 과정을 통해 전달할 수 있는 메시지에 집중한다. 이번 작품 역시 비슷했다. ‘가전을 나답게’라는 열린 주제로 ‘나는 어떤 주방과 디자인을 원할까?’라고 자문해봤다. 내가 그리는 주방은 모던하고 고급스러우면서도 편안함이 느껴지는 공간이다.
‘우연’의 결과를 중시하는 마블링 작업을 양산 제품으로 구현하는 일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공모전 출품 당시에는 수상 욕심 없이 가벼운 마음이었다.(웃음) 하지만 막상 양산화에 돌입하려니 풀어야 할 숙제가 많았다. 특히 실제 냉장고 사이즈로 디지털화해 인쇄하는 과정이 어려웠는데 작품을 가능한 한 큰 스케일로 재작업해야 했다. 마블링 특성상 같은 작업물이 나올 수 없기에 최대한 스케일을 키워 비슷한 결과물을 뽑아내는 과정이 꽤나 힘들었다. 또 원작에서 사용한 메탈릭한 물감의 질감, 라인의 디테일을 비슷하게 구현하기 위한 인쇄 방식과 페인트를 찾는 데도 시간이 걸렸다. 지금의 결과물은 삼성전자 가전디자인팀이 함께 애써준 결과다.
양산된 제품은 볼 때마다 깊이감과 입체감이 다르게 느껴질 만큼 레이어의 디테일이 놀랍다.
수백 개의 동심원 혹은 레이어를 쌓는 과정은 굉장히 정적이면서도 반복적이다. 이 과정이 일종의 명상과 같다고 생각했고, 마음이 차분해지는 평온함을 제품에도 담고 싶었다. 마블링으로 만들어진 동심원의 반복적인 라인이 공간에 정적인 느낌과 안정감을 주고 비스포크의 직사각형 패널과 강하게 대비되면서 인공과 자연의 느낌이 어우러지도록 했다.
작가로서 비스포크 냉장고의 예술적 가치를 정의한다면?
삼성전자는 비스포크를 통해 다양한 아티스트, 브랜드와 협업하며 작품과 제품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비스포크가 전개하는 다양한 예술적 시도는 작가 입장에서도 매우 상징적이다. 작품과 제품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고, 이를 구매하는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에도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이번 에디션은 한정판인 만큼 소장 가치도 높다. 작가 입장에서 소비자가 이 작품을 어떻게 즐기기를 바라는지?
작품을 비스포크 냉장고로 확장시키며 ‘생명력이 느껴지는 모던한 실내 공간’을 연출하고자 했다. 나무의 나이테나 물의 파동을 연상시키는 선의 형태는 의도가 아닌 물과 물감, 작업한 시기의 온도와 습도가 작용해 만들어낸 결과다. 이 시각적 요소가 유기적인 질서와 평안함으로 느껴졌으면 좋겠다. 갤러리의 작품이 아니라 생활 공간에 자리하는 가전으로, 작품이 담고 있는 메시지가 더 가깝게 느껴졌으면 한다.
마블링 작업을 지속하면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앞으로 보여주고 싶은 작가 개인의 가치나 철학이 있다면?
지금까지는 마블링 작업의 성격을 활용한 공예적 작품에 집중했다. 하지만 비스포크를 비롯해 최근 진행한 여러 프로젝트를 통해 마블링 작업의 생산적인 측면을 고민하게 됐다. 앞으로는 공간을 이루는 소품을 넘어, 공간 자체를 구성하는 새로운 작업을 선보이고자 한다. 이를 위해 디지털 기술과 인쇄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예정이고, 원단이나 타일, 콘트리트 같은 공업적 소재와의 접목도 실험 중이다.
제품명 Floating Rings BESPOKE 패널
출시일 2022년 1월 출시 예정
판매 가격 (4도어 세트 기준) 60만원 (3도어 세트 기준) 60만원
* 냉장고 별도 구매
인물 사진 박순애(스튜디오 수달) 의상 협찬 코스(블라우스, 팬츠), 골든듀(이어링, 네크리스), 세레지오 로시(슈즈) 헤어·메이크업 주시연(누에베) 장소 협조 코사이어티 서울숲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