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각몽-5가지 색’
“예술은 우리를 연대하게 만들고 어려운 시기를 이겨내도록 하는 강력한 삶의 방식이다.” ‘2020 서울라이트: DDP LIGHT ON’에 참여한 미디어 아티스트 콰욜라Quayola의 말이다. DDP 건물 전면부에 영상을 투사해 다양한 콘텐츠를 보여주는 서울라이트는 당시 콰욜라가 밝힌 소회처럼 시민들에게 희망을 전하는 문화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2019년 12월 글로벌 디자인 영상 콘텐츠이자 미디어 파사드 축제로 서울라이트가 첫선을 보일 때 100만 명이 넘는 시민이 관람하며 서울의 새로운 명물로 떠올랐다. 이듬해에는 온라인으로 작품을 송출해 감성적 디자인과 함께 특별한 위로를 건넸다. 2021년 3월 아름다운 꽃과 새 생명이 움트는 자연을 담은 작품 ‘희망의 빛’으로 그 메시지를 이어나가던 DDP는 2021년 12월 중순 선보이는 서울라이트로 시민들에게 문화 향유의 시간과 일상의 생동감을 선사하고 동대문 주변 상권에 삶의 활력을 심어주고자 한다. 시민들이 만나볼 수 있는 작품은 두 가지, 박제성 작가의 ‘자각몽-5가지 색’과 우광진 디자이너의 ‘빛의 숲’이다.
DDP 외벽 220m를 따라 이어지는 미디어 파사드 작품 ‘자각몽-5가지 색’은 2021년 메인 콘텐츠 작품으로 기술과 몸, 메타버스와 생명, 인공지능과 진화 등을 화두로 철학적 담론을 제시하고자 한다. 레드, 블루, 블랙, 화이트, 퍼플의 다섯 가지 색과 온도, 빛, 시간 등을 주제로 다양한 미디어 기법을 선보일 예정이다. 박제성 작가는 이를 미디어 아트가 아닌 메타바이오 아트로 규정한다. 이번 작품은 메타버스와 인공지능의 연결성 안에서 생명의 생물학적 개념과 가치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자각몽이란 꿈이라는 것을 인식한 상태에서 펼쳐지는 꿈, 즉 나의 주체성이 중심이 되는 초현실을 의미하는데 작가는 이를 기술이 이끄는 새로운 세계에서도 여전히 인류가 주체성을 지키는 상태에 빗대어 표현한다. 메타버스란 자각몽처럼 우리의 여러 경험을 조합하고 재구성한 꿈의 공간이며 동시에 우리의 의지가 반영된 시공간이다. 이번 작품에서는 새로운 시공간을 창조할 수 있는 기술력과 함께 철학적 담론을 맞이하게 되는데 그 핵심에는 ‘생명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찰이 있다. “인공지능, 로봇, 서울, DDP를 생물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박제성은 팬데믹 상황에서 우리가 발견한 확장된 생명력과 새로운 시공간의 의미에 대해 질문하며 전 세계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희망의 메시지를 던진다.
한편 DDP 어울림광장의 미래로 하부에서 건물 뒤편 8거리 슬로프에는 우광진 디자이너의 작품 ‘빛의 숲’이 구축될 예정이다. 공간을 기반으로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작업을 해온 그는 이번 작품이 시민들과 상호작용하는 빛의 공간이자 축제가 되기를 기대한다. 민들레나 야자수 혹은 불꽃놀이를 연상시키는 이 작품은 색상과 조도에 따라 유려하게 흐르는 빛의 호흡을 보여준다. 하단부에는 실제 식물을 식재해 사시사철 변화하는 풍경이 자연스레 스며들게 할 예정. 또 작품의 주요 지점에 사운드 센서를 설치해 상대방을 향해 박수를 치거나 희망의 메시지를 말할 때 이를 감지한 빛의 숲이 저절로 움직이게 할 계획이다.
‘자각몽-5가지 색’과 ‘빛의 숲’은 서울 한복판의 규모 있는 건축물에 구현된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끌지만 외형만이 전부는 아니다. 한 도시에서 삶을 이어나가는 사람들이 한데 모여 작품을 즐기는 풍경 그 자체가 또 하나의 흥미로운 감상이 될 것이며 건축물까지 하나의 유기체로 인식되는 풍부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ddp.or.kr
‘빛의 숲’
박제성
서울대학교 교수
미디어 아티스트
“‘자각몽-5가지 색’은 기술의 진보를 위해 합의되어야 하는 최소한의 가치에 대해 묻는다. 팬데믹으로 경험하게 된 두 가지 깨달음이 있다. 인류가 이미 물리적 공간의 한계를 극복할 기술을 축적해왔다는 사실과 여전히 극복할 수 없는 생물학적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 대비되는 두 개념을 연결해 다차원적 삶을 맞이하는 인류에게 ‘생명력이란 무엇이고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지고자 한다.”
우광진
경부오피스 대표
“함께 기쁨을 나누는 시간이 너무나 부족했다. ‘빛의 숲’이라는 경험의 장으로 인해 사람들이 다시 만나 즐거움을 공유하기를 바란다. 숲의 동선은 의도적으로 굽이지게 만들었다. 늘 빠르게만 이동하던 우리에게 걷기의 재미와 여유가 무엇인지 넌지시 알려줄 것이다. 이동하는 동안 마주하게 될 곳곳에 위치한 가구는 시민들이 담소를 나누는 벤치이자 버스킹 무대 혹은 플리마켓 디스플레이로 활용될 것이다. 격려의 박수와 덕담을 나누는 빛의 축제로 도심의 다양한 이벤트를 수용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