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10월 30일~2022년 1월 9일
장소 MPX 갤러리(여의도 IFC몰 L3층)
주관 MPX 갤러리
주최 코드 매니지먼트
기획 제작 CoCo Inc. 코드앤어소시에이츠
기획 협력 미니어처 라이프 Co., LTD.
타나카 타츠야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브로콜리를 거대한 모형으로 만들어 전시 공간 중앙에 배치했다.
맥주 거품과 겨울 풍경을 연결시킨 ‘It Has Cold Beer’.
수첩의 파란 아크릴 표지를 이용해 수영장을 표현한 ‘Poolside’.
오선지 공책과 음표 모형으로 표현한 ‘Dig up the Song’.
미니어처와 이를 촬영한 사진을 함께 전시하고 있다. ©오동근(MPX 갤러리)
소셜 미디어는 디자이너나 아티스트가 자유롭게 작품을 알릴 수 있는 글로벌 플랫폼이 된 지 오래다. 늘 새로운 작품을 찾고자 골몰하는 전시 기획자들의 인스타그램 골드러시 현상도 이러한 시대의 변화에 기인한 것이다. 실제로 복합 문화 공간 그라운드 시소는 인스타그램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스페인 사진가 요시고의 전시를 국내 최초로 선보이며 MZ세대의 열렬한 호응을 이끌어냈다. 지난 10월 30일부터 2022년 1월 9일까지 MPX 갤러리에서 열리는 일본의 미니어처 사진가 타나카 타츠야의 〈미니어처 라이프 서울〉전도 이와 비슷한 경우다. 주변에서 흔히 접하는 평범한 사물과 미니어처를 통해 일상 속 순간을 재치 있게 연출하는 타나카 타츠야는 직접 만든 미니어처 작품을 촬영해 인스타그램( tanaka_tatsuya)에 업로드하며 큰 주목을 받았다.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가 300만 명이 넘는다는 사실에서 그의 인기와 영향력을 짐작할 수 있다. 개인 작업 이외에도 유명 브랜드, 공공 기관 등 다양한 주체와 협업 중이며, 10월 1일에 시작한 2020 두바이 엑스포 일본관의 아트 디렉터도 맡았다. 2011년부터 10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작품 사진을 촬영해 소셜 미디어에 업로드하는 그는 반짝 떴다 사라지는 수많은 인플루언서들과 구별되는 남다른 성실성과 꾸준함을 보여주고 있다.
타나카 타츠야는 한국 전시에서 사진 작품과 실제 미니어처를 선보였다. 재미있는 점은 작품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전시 공간 디렉팅에도 참여했다는 것인데, 세심하게 설계한 동선에서 작가 특유의 꼼꼼함이 느껴진다. 그는 테마별로 작품을 모아 여러 개의 방을 구성하는 한편, 작품 간의 거리를 띄우고 테마별 전시 공간끼리는 서로 보이지 않도록 구성했다. 온전히 하나의 주제에 집중해 관람하도록 의도한 것이다. #Workers, #Sports, #Vehicle, #Adventure 등 아홉 가지 테마로 구성된 각각의 공간은 소셜 미디어에서 개별 이미지였던 작품들을 새로운 주제로 재구성해 오프라인 전시만의 장점을 부각했다. 또 한국 전시를 위해 제작한 한정판 사진과 미니어처도 눈길을 끈다. 작가는 김치를 이용해 단풍나무를 표현했는데, 전시를 선보이는 시기의 계절감과 한국이라는 지역의 특성, 작가 특유의 위트를 동시에 표현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타나카 타츠야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 상상할 일이 줄어든 어른들이 어린 시절 자유롭게 상상하던 추억을 떠올리며 잠시나마 마음의 여유를 가지길 바란다는 소감을 남겼다. 그의 바람처럼 〈미니어처 라이프 서울〉전은 반복되는 업무에 지친 직장인에게는 단조로운 일상을 새롭게 환기할 시간을, 영감이 필요한 디자이너에게는 쉽사리 지나치던 평범한 사물을 전혀 다른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는 새로운 시선을 선사할 것이다. mpxgallery.com
이번 한국 전시를 위해 특별히 제작한 ‘Autumn Forest’. 김치를 단풍나무로 활용한 위트가 돋보인다.
‘Adventure’ 테마의 전시 공간 벽면을 장식한 ‘Croissant Cloud’. ©오동근(MPX 갤러리)
버섯으로 섬과 바위를 표현한 ‘Fishing Boat’.
테이프로 뷔페 식당을 형상화한 ‘Buffet’.
타나카 타츠야
미니어처 사진작가, 아트 디렉터
“ 일상을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려는 노력을 꾸준히 이어나가려 한다.”
미니어처로 작업을 시작한 계기가 궁금하다.
한 회사의 디자이너로 일하던 중 2011년 무렵 인스타그램을 처음 접하며 취미 삼아 사진을 업로드하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직장 생활과 병행했기 때문에 주말과 퇴근 후 외에는 촬영이 불가능했다. 일정 때문에 전문 모델을 섭외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실제 모델 대신 집에 모아두었던 프라모델이나 미니어처를 촬영하기 시작했는데, 여건의 한계에서 비롯된 작업이 이제 나를 대표하게 된 셈이다.
작품을 구상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무엇인가?
현상이나 사물을 새로운 관점으로 해석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일본어로는 ‘미타테見立て’라고 한다. 일상의 사물을 재해석해 표현할 때는 완전히 새로운 사물 대신 모두가 아는 또 다른 사물로 보이게끔 만드는 것이 나만의 철칙이다. 신선하지만 알기 쉬운 디자인을 통해 단조로운 일상을 환기시키는 것이 내 작품의 주된 목적이다. 예를 들어 이번 전시를 위해 제작한 ‘Autumn Forest’는 단풍과 김치를 접목해 한국인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했다. 내 대표작 중 하나인 ‘Bro-tree Town’은 브로콜리를 이용해 나무를 표현한 것인데, 마트에서 흔히 접하는 채소를 사용했기에 익숙하면서도 신선하다는 반응을 얻을 수 있었다.
스쳐 지나가는 일상에서 영감을 포착하는 노하우가 궁금하다.
평소에도 ‘미타테’를 강하게 의식하며 생활한다. 마치 요리사가 다른 사람이 만든 음식을 먹을 때 조리법을 짐작해보는 것처럼 미니어처 사진작가로서 사물을 바라보는 나만의 시선을 잃지 않으려 한다.
10년째 하루도 빠짐없이 작품을 만들고 소셜 미디어에 업로드한다고 들었다.
그렇다. 이번 한국 출장처럼 외부 활동으로 작업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미리 다 만들어놓고 출장 중에 업로드한다. 이렇게 오래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은 팬들의 반응 덕분이다. ‘좋아요’ 수나 공유 횟수뿐만 아니라 댓글 역시 큰 힘이 된다. 응원을 받으니 책임감이 생기고, 이것이 곧 작품을 꾸준히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
소셜 미디어는 창작자에게 없어서는 안 될 홍보 수단이 되었다. 이 플랫폼을 활용하는 노하우를 들려준다면?
디자이너가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홍보하기 위해 이용한다면, 콘텐츠 하나를 올릴 때도 각 플랫폼의 특성에 최적화된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나는 인스타그램은 작품을 소개하는 갤러리, 트위터는 일상적이고 가벼운 글을 쓰는 일기장, 유튜브는 작품 제작 영상을 저장하는 플랫폼으로 쓴다. 특정 테마를 정해 그와 관련된 것만 포스팅하고 이를 일관성 있게 지켜나가는 것도 필요하다.
작업에 필요한 미니어처를 3D 프린터로도 제작한다고 들었다.
현재 사용하는 모형의 약 70%는 독일의 프레이저Preiser라는 회사와 제휴를 맺은 것인데, 나머지 30%는 3D 프린터로 제작한다. 데이터를 구축하면 쉽게 대량생산이 가능하고, 모형 크기를 조절할 수 있어 표현의 제한에서 자유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