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기업이 주도하는 뉴 스페이스 산업이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우주로 여행을 떠날 날이 멀지 않았다.
20세기 우주산업은 강대국에 의해 성장했다. 냉전 시대, 미국과 소련을 비롯한 여러 나라가 우주를 탐사하고 인공위성을 쏘아 통신 분야를 주도하고자 했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우주산업을 위한 민간 기업이 설립되었고, 20년이 지난 지금 그 수확이 보인다. 저궤도 우주산업의 성장으로 우주여행이 가능해졌고 로켓 발사체가 제자리로 착륙하는 기술이 개발되면서 로켓, 인공위성 발사에 들어가는 비용도 확연히 줄었다. 누군가는 코로나19로 해외여행마저 쉽지 않은 요즘, 우주여행이 다소 뜬구름 같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1963년 우주개발을 추진한 미국 대통령 존 F. 케네디는 “달에 가는 일은 어렵다. 그리고 우리는 어려움에 도전하는 인간이기 때문에 달에 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엄청난 비용을 지불해야 하고 심지어 목숨까지 담보해야 하는 여행. 하지만 죽기 전 단 한 번이라도 푸른 지구를 멀리서 바라보고 싶은 호모 스페이스쿠스의 욕망이 우주여행에 대한 연구 개발을 뒷받침한다. 우주에 공항을 세우고, 지구 밖을 유랑할 미래가 생각보다 멀지 않았다.
© Space X
Space X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에게 우주탐사는 오랜 숙원이었다. 그가 2002년 설립한 스페이스X는 인류의 우주 진출, 우주탐사 비용 절감, 화성 정복 등을 목표로 내세웠고, 당시엔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머스크의 집념은 궤도 로켓 1단 부스터의 수직 착륙 성공을 일궈냈다. 지난 9월, 스페이스X는 ‘크루 드래건’을 통한 민간인 우주 여행에도 성공했다. 전문 우주비행사 없이 민간인 승객만으로 이뤄진 이번 비행은 ‘시프트 4 페이먼트’의 창업자 재러드 아이잭먼이 비용 전액을 지불하고 골수암 환자였던 세인트 주드 아동연구병원 간호사 헤일리 아르세노, 이라크 참전 미공군 크리스 셈브로스키, 애리조나 전문대 지질학 강사 시안 프록터가 함께 탑승했다. 플로리다주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발사한 크루 드래건은 국제 우주정거장보다 100km 높은, 고도 500km 밖까지 떠올라 사흘간 지구궤도를 돌고 착륙했다.
Virgin Galactic
2004년 첫 상업 우주비행에 대한 포부를 드러낸 후 여러 기술적 문제를 극복한 끝에 버진 갤럭틱도 올해 우주여행에 성공했다. 버진 갤럭틱의 우주선은 일반 로켓형 우주선과 달리, 모선 비행기 ‘이브’에 우주 비행기 ‘유니티’를 실어 발사한다. 상공 약 16km에 도달하면 ‘이브’에 매달렸던 ‘유니티’를 미사일 발사하듯 쏘아 올려 우주로 날아가는 구조다. 지난 7월 11일 버진 그룹의 회장인 리처드 브랜슨이 ‘이브’와 ‘유니티’를 타고 우주여행에 다녀오면서 민간 우주여행에 성공한 최초의 인물이 되었다. ‘유니티’는 지구 고도 85km까지 올라가서 약 3분간 무중력 상태를 경험하고 내려왔다. 리처드 브랜슨은 “어릴 때부터 꿈꿔온 마법 같은 순간”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또 “내년에 판매 예정인 우주 관광의 시험대였다”라고 밝히며, “우주에 갈 다음 사람이 더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30~40가지 사항을 메모해두었다”라고 말했다. 이미 약 600명이 최대 25만 달러(약 2억9000만원)의 버진 갤럭틱 여행 티켓을 구매했다는 후문. 그중에는 배우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Blue Origin
Blue Origin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2000년에 세운 우주탐사 기업 블루 오리진. 본사는 워싱턴에, 로켓엔진과 액체연료 생산 기지는 플로리다에, 발사대는 텍사스에 위치한다.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와 개발 경쟁, 기술 특허 소송, 부당 계약 제기 등으로 싸워가며 개발 속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스페이스X가 기술력으로 승부를 본다면 블루 오리진은 액화수소를 사용한 친환경적 우주여행을 내세운다. 올해 7월 20일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기념일’을 맞아 블루 오리진의 첫 유인 우주 발사체 ‘뉴 셰퍼트’를 쏘아 올렸는데, CEO 제프 베이조스와 그의 동생 마크, 우주산업에 종사했으나 남성 우주인들에게 밀려 단 한 번도 우주선에 탑승하지 못한 82세의 월리 펑크, 18세 청년 올리버 데이먼이 탑승했다. 우주의 경계에서 대략 107km 떨어진 곳을 비행하며 무중력 상태를 4분간 경험하고 착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