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은 숙련된 기술을 가지고 있고 디자이너는 대량생산 시스템에 특화된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 이 둘의 협업은 서로의 장점을 살리고 약점을 보완해준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하다. 하지만 보여주기식 일회성 결과물에 그치는 것이 아닌, 실제로 시장에서 유통되는 상품이 되기 위해선 기업이나 브랜드가 나서야 한다. 이케아에서 지난 6월 출시한 로칼트 리미티드 컬렉션Lokalt Limited Collection은 그런 면에서 모범 사례라 할 만하다. 요르단 암만, 인도 델리, 태국 방콕의 사회적 기업과 손잡고 찾아낸 지역 장인들을 재기 발랄한 현지 출신 디자이너들과 매칭시켰다. 이들이 내놓은 결과물에는 자연스럽게 지역 특유의 문화가 묻어난다.
요르단 암만에서는 디자이너 타니아 하다드Tania Haddad가 비영리 조직 요르단강 재단과 협력해 장인들과 함께 패브릭 제품을 선보였다. 암만 출신으로 이탈리아에서 패션을 공부하고 패션 브랜드 타니아 조지Tania George를 설립한 그는 픽업트럭이나 건물 옥상의 새 떼, 빨랫줄 등 암만 도시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평범한 풍경을 패턴화했고 장인들은 재봉틀로 패브릭에 자수를 수놓았다. 그렇게 탄생한 쿠션과 담요(오른쪽 아래 사진)에는 자신들이 살고 있는 도시에 대한 애정이 담겨 있다.
인도 델리 지역에서는 이케아 델리점에 2016년 합류한 디자이너 아칸샤 데오Akanksha Deo가 농촌 여성을 지원하는 사회적 기업 인더스트리Industry의 도움으로 천연 섬유인 바나나 껍질을 말려 손으로 촘촘하게 엮은 바구니(오른쪽 위 사진)와 전등갓을 완성했다. 그는 칸타Kantha라는 인도의 전통 자수 기법을 적용한 울 소재 러그와 현지에서 가정용 식수 냉장고로 활용하는 마트카Matka 항아리의 곡선에서 영감을 얻은 패브릭 제품(오른쪽 가운데 사진)도 함께 개발했다. 태국의 디자인 스튜디오 띵크Thinkk는 음식을 나누는 것을 중시하는 태국 문화에 주목했다. 이들은 1988년 설립된 사회적 기업 도이뚱 디피Doi Tung DP의 협조를 얻어 도이뚱 지역 공장에서 20여 년간 일해온 도예가 리앙 아이따오Liang Aitao를 비롯한 여러 장인들을 만났다. 이들이 함께 선보인 세라믹 소재의 서빙 볼, 접시 등 테이블웨어(왼쪽 아래 사진)와 꽃병은 식탁을 한결 풍성하게 장식해준다.
“수공예라고 해서 꼭 전통적이거나 옛날식 디자인으로 만들 필요는 없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 현대적 감각이 있는 디자이너들을 찾아 나섰다. 수공예품도 모던하면서 아방가르드할 수 있다.” 이번 프로젝트를 총괄한 이케아의 크리에이티브 리더인 마리아 오브라이언Maria O’Brian의 말처럼 지역성과 현대적 감각을 두루 갖춘 로칼트 리미티드 컬렉션은 유럽, 일본, 한국 매장에서 판매됐다. 어렵게 생계를 꾸려가는 장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디자이너들에게 지역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이케아의 모델은 진정한 상생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준다. ik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