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는 환경문제를 외면하기 어려운 요즘, 뉴욕 현대미술관(MoMA)은 건축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중국 건축가들의 시선에 주목했다. 아카이브 전시 에서 꼭 눈여겨봐야 할 4인의 작업물을 살펴봤다.
오늘날 환경문제는 전세계가 주목하는 의제다. 중국은 산업화와 도시화를 거치며 대규모 해외 자본 주도로 도시 개발을 진행했고, 그 후유증으로 다양한 환경오염 문제를 겪고 있다. 이에 문제의식을 지닌 중국의 건축가들은 몇 해 전부터 대도시 외곽의 위성도시나 농촌 지역에 대안적 관점을 반영한 건축 프로젝트를 왕성하게 펼쳐왔다. 전시 타이틀처럼 있는 자원을 다시 쓰고 낭비하지 않는 방식으로, 미래 세대를 위한 건축의 역할을 고민한 것이다. 뉴욕 현대미술관은 이런 움직임을 포착해 4년간 중국 곳곳에서 다양한 건축가들의 작업물을 직접 확인하고, 현장을 찾아가 연구하며 전시를 완성했다. 총 7곳의 건축 스튜디오를 선정했는데, 국영 디자인 기관과 독립적으로 일하고, 사회에 의미 있는 시도를 모색하며, 비교적 소규모 투자로 작업을 이어가는 프로젝트를 기준으로 삼았다. 사진, 영상, 건축 모형물 등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9월 16일부터 2022년 7월 4일까지 열릴 예정이다.
© Shengliang Su
ⓒ Vector Architects
Dong Gong
2008년 벡터 아키텍츠Vector Architects를 세운 동궁董功은 2019년 프랑스 건축 아카데미French Academy of Architecture의 외국인 회원으로 선정될 만큼 유망한 젊은 건축가다. 특히 그는 낡고 오래된 폐건물을 현대적 생활 방식에 맞춰 미학적으로 뛰어나게 재해석하는 데 재능을 지녔다. 건축가의 개성만을 관철시키거나 인공적인 재료를 사용하는 대신 주변 환경을 존중하고, 자연광과 오래된 재료가 공간 안에 조화롭게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것이 그의 철학이다. 대표작은 양숴오 지역에 자리한 호텔 알릴라 양숴오Alila YangShuo. 산세가 그림처럼 펼쳐진 곳에 자리한 호텔로 1960년대에 지어진 설탕 공장과 트러스를 개조한 건축물이다. 기존 석조와 색채는 유지하되 전통 재료와 어울리는 콘크리트와 목재를 활용해 어우러지도록 만들었고, 이런 재료를 통해 자연 채광과 환기 기능을 높였다. 지붕의 경사는 그대로 살려 기존 건축물이 지닌 매력을 살렸다. 건물을 잇는 산책로도 인상적인데, 연못에 비친 오래된 건축물이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 Wu Qingshan
ⓒ ZAO Standard Architecture
Zhang Ke
베이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장케张轲는 건축 디자인 스튜디오 자오 스탠더드 아키텍처ZAO Standard Architecture를 이끌고 있다. 그는 2017년 열세 번째 알바르 알토 메달을 수상하며 건축계의 이목을 모았다. 핀란드 건축협회와 알바 알토 재단 등으로 이루어진 심사단은 그의 작업물에 대해 “기술 접근이 어려운 외딴 지역에 재료에 대한 높은 이해와 정교한 디자인을 통해 대안적 관점을 보여준다”라고 평했다. 베이징 내에서도 시간이 멈춘 듯 오래된 전통 가옥과 골목이 몰려 있는 후퉁胡同 지역에 30㎡ 남짓한 마이크로 호스텔과 청소년 도서관을 지어 주목받았다. 티베트의 관광사무소, 광시성 롱지 유치원 등 농경 지역에서도 작업을 이어간 그는 도시화가 진행되기 어려운 곳에서 거주민의 편의를 높일 수 있는 새로운 건축의 가능성을 제안한다.
© Iwan Baan
ⓒ Amateur Architecture Studio
Wang Shu
2012년 건축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인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왕수王澍. 그는 건축물을 짓는 데 있어 전통과 미래의 조화를 중시하고, 지역의 문화를 존중하는 방식을 고수한다는 평을 받는 건축가다. 아내 루원위陆文宇와 함께 부부 건축가로 활동하며 아마추어 아키텍처 스튜디오Amateur Architecture Studio를 이끌고 있는데, 계속해서 실험적인 작업을 하겠다는 의지를 스튜디오 이름에 담았다. 흙벽돌, 대나무 등 중국 시골 지역에서 사용하는 전통 재료와 설계 방식을 반영하는 것이 특징이다. 2006년 베네치아 건축 비엔날레에서는 6만6000개의 재활용 타일로 설치물을 만들었고, 닝보 역사박물관을 설계할 때는 천년의 역사를 지닌 지역적 특색을 표현하기 위해, 폐허가 된 마을의 자재를 모아 건물 외관에 활용했다.
© Schranimage
ⓒ Studio Zhu-Pei
Zhu Pei
베이징과 아부다비 구겐하임 미술관을 디자인한 것으로 잘 알려진 건축가 주페이朱锫. 전 세계적으로 방대한 작업을 이어온 그는 미스 반데로에상의 건축심사위원을 맡기도 했다. 중국 다리 시의 아트센터, 베이징의 민생현대미술관Minsheng Museum of Modern Art 등 현대적이고 기하학적인 구조의 건물을 선보여온 그는 지난해 중국 남부 장시성의 징더전에 자리한 황실가마박물관을 설계해 세계적 호응을 받았다. 징더전은 1700여 년간 중국 도자기를 대표해온 도시로 오늘날까지 수많은 도요지가 남아있는데, 그중 고대부터 사용한 황실 가마터 부지에 높이 9m의 대형 건축물을 세운 것. 가마 형상을 띤 총 8개의 대형 구조물을 이어 완성했으며, 재활용 벽돌로 내부와 외관을 마감한 점도 특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