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나 악기를 통해 사상 또는 감정을 나타내는 예술’인 음악이 글로 쓰이면 어떤 이야기를 전할 수 있을까. 음악에 숨겨진 방대한 인문학적 배경과 감상을 담은 책들이 꾸준히 출간되고 있다. 책에서 느껴지는 선율을 따라 눈과 귀로 읽을 수 있는 6권의 책.
음악이 좋아서, 음악을 생각합니다
“음악 좋아하세요?”라는 질문에 그 기준을 가늠할 수 없어 대답을 고민한 경험이 있는가. 저자 정경영은 그렇다면 음악에 대해 ‘생각’해볼 것을 권한다. 이 책은 한양대학교에서 음악 교양과목을 가르치는 저자가 ‘인간과 음악적 상상력’이라는 수업 내용을 정리해 펴낸 책이다. 저자는 “음악에도 사투리가 있나요?”, “틀린 음악” 등의 주제로 음악에 대한 편협한 정의와 선입견을 부드럽게 풀어준다. 어려운 음악적 지식도 교수의 노련함으로 쉽게 설명한 것이 특징. 음악을 바라보는 마음을 확장하고 자유롭게 향유할 방법을 선사해주는 책이다. 곰출판.
음악의 언어
외롭거나 마음이 조급할 때. 백 마디 말보다 하나의 음악이 도움이 되기도 한다. 음악에는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수많은 감정이 담겨있기 때문. 프랑스 렌 음악대학과 시립음악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동네 음악 선생님으로 서 살아온 송은혜는 일생 동안 음악이 그에게 들려준 ‘어휘’를 총 서른세 개의 기록으로 정리했다. 다정한 선생님이 들려주는 음악이야기는 음악으로 말을 건네는 연주가에게도, 선율이 표현하는 언어를 듣는 이들에게도 위로가 되어줄 것이다. 시간의흐름.
Music for Inner Peace
바야흐로 AI가 음악을 추천하는 시대. 하지만 내 취향에 맞게 음악을 추천해준다는 알고리즘은 현재 나의 기분, 주변 환경까지는 고려하지 못한다. 마음이 복잡하고 혼란할 때 음악의 힘을 빌려 안정을 취하고 싶다면, 음악을 주제로 다양한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노웨이브가 펴낸 <Music for Inner Peace>를 추천한다. 네이버 NOW, EBS <세계음악기행> 등에서 음악을 선곡해온 저자 박정용이 아침, 오후, 저녁, 밤 시간대별로 마음에 평안을 선사해줄 음악을 선곡했다. 책의 QR코드를 찍으면 연결되는 플레이리스트로 음악을 바로 들어도 좋지만, 기왕이면 저자가 써 내려간 감상, 앨범과 가수의 이야기를 함께 읽어보는 건 어떨까? 음악에 대한 사려 깊은 이해와 안목으로 구성한 플레이리스트의 맥락을 따라가다 보면, 나의 상황에 맞는 새로운 플레이리스트를 직접 만들어볼 수 있을 것이다.
음악이 흐르는 미술관
음악과 미술은 만들어진 시대의 정신과 작가의 욕망이 반영된다는 점에서 하나의 예술로 묶일 수 있다. 그리고 예술의 대표적인 이 두 장르는 함께 이야기할 때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시너지를 발생한다. ‘큐레이터 첼리스트’라는 생경한 타이틀은 베르사유 국립음악원 최고 연주자 과정 등을 졸업하고 한국에서 미술관 준학예사 시험에 합격한 저자 윤지원을 가장 잘 설명하는 직업이다. 저자는 모호했던 음악이 같은 시대 미술을 통해서 분명해질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 책의 QR코드를 통해 음악을 들으며 책에 실린 동시대의 미술 작품을 감상해보자. 예술에 대한 이해도가 한층 깊고 넓어지는 경험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미술문화.
하얗고 검은 어둠 속에서
위대한 곡을 연주하는 피아니스트가 자신의 결과물에 확신을 갖기란 쉽지 않다. 미국의 피아니스트 조너선 비스는 끝없이 파고들지만 정답이 없고 완벽함에 도달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음악과 삶이 연결된다고 말한다. 저자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나 슈만의 ‘새벽의 노래’ 등 자신이 사랑하는 노래를 표현하기 위해 곡의 구조를 분석하고 그 안의 메시지를 객관적으로 전달한다. 동시에 음악의 심연 속에서 열성을 다해 곡을 이해하고 작곡가를 만나는 과정이 어떠했는지 서술하며 음악가로서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풍월당은 저자가 수년에 걸쳐 전자책으로 출간한 세 가지 이야기를 모아 한 권의 종이 책으로 펴냈다.
신화와 클래식
서구 문명의 뿌리인 그리스 로마신화는 많은 음악·미술·문학의 모태가 되곤 한다. 그러나 신화를 바탕으로 해서 음악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책은 지금껏 없었기에 인문학과 클래식의 연계 작업을 이어오고 있는 유형종은 <신화와 클래식>을 출간했다. 저자는 신화 속의 다양한 신들 또는 에피소드와 관련이 있는 음악들을 신화 이야기와 함께 풀어냈다. ‘주피터’라는 별칭의 모차르트 교향곡 41번은 최고의 신 제우스의 위상에 걸맞은 작품이고, <피가로의 결혼> 4막에는 아프로디테와 아레스의 밀회 현장이 인용되었다. 베를리오즈의 <트로이 사람들>은 트로이의 멸망을 다룬 만큼 불길한 기운이 느껴진다. 독자는 책의 QR코드로 음악과 함께 생생한 신화 속을 탐험할 수 있다. 시공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