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은 대표적인 문화의 표상으로 음식을 통해 타 문화를 경험하고자 하는 욕구 또한 오래전부터 존재했다. 특히 식사는 하루도 빠짐없이 챙겨야 하므로 외식을 다른 문화를 탐험하는 욕구 해소의 기회로 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외국 음식 식당이라고 하면 때때로 그 나라 문화와 분위기, 음식 맛을 얼마나 진정성 있게 재현하느냐가 중요한 평가의 잣대로 작용하지만 요즘 같은 글로벌 시대에 특정 문화의 재현이란 그저 자신이 경험한 ‘다름’을 표현하고자 하는 욕망에 더 가까운지도 모른다. 지금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F&B 산업의 문화 창작자들은 나름의 경험과 이해를 바탕으로 ‘이국성’을 표현하고 있다. 아이슬란드와 같이 그동안 한국 외식계가 주목하지 않은 나라를 차별화 요소로 삼거나 이탈리아 스트리트 푸드처럼 익숙한 나라라 할지라도 주목하지 않았던 식문화를 콘셉트로 차용하는 곳도 있다. ‘이국성’은 그야말로 모든 감각을 동원해 감지하는 경험이다. 과도한 연출을 삼가고 쾌적한 식경험 디자인을 조절하는 균형, 그것이 지금 가장 주목받는 월드 푸드 식당의 디자인 문법이다.
캐릭터 도우나텔로가 그려진 매장.
일러스트레이션과 타이포그래피를 활용한 패키지.
포카치아 델라 스트라다의 로고.
기획ㆍ운영 반주형
BI 디자인·일러스트레이션 배영태 @byt_works
공간 디자인 메이크테리어(대표 서강우), maketerior.com
운영 시간 11:30~22:00(월~토요일)
주소 서울시 용산구 한강대로 46길 11 1층
인스타그램 @focacciadellastrada
오픈 시기 2021년 3월
포카치아 델라 스트라다
포카치아 델라 스트라다는 이탈리아의 길거리 음식을 파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이탈리아 빵 포카치아를 중심으로 식재료 본연의 맛과 향을 살린 음식을 스프리츠나 프로세코, 와인 등 이탈리아의 대중적 주류를 곁들여 즐길 수 있다. 이탈리아 식문화를 동경하던 반주형 대표는 직접 이탈리아로 떠나 빵을 배웠다. 한국에 돌아와 론칭한 식당은 고급스러움을 지향하는 기존 이탈리아 레스토랑의 디자인 문법에서 벗어나면서도 캐주얼하고 자유로운 ‘이탈리아스러움’을 표방한 공간이었다. 배영태 디자이너는 이탈리아 거리의 낙서와 광고판, 오래된 포스터와 우표에서 영감을 받아 BI를 디자인했다. 이탈리아의 국기 컬러로 디자인한 로고와 마스코트가 이탈리아를 연상시키며 귀엽고 위트 있는 공간을 완성한다.
“오래전부터 존재했을 법한 작은 포카치아 가게를 상상하며 디자인했다. 포카치아 반죽에서 영감받은 마스코트의 이름은 ‘도우나텔로’다. 도우나텔로는 반죽에 엄청난 시간과 공을 들이는 포카치아 델라 스트라다를 대표하는 캐릭터로 탄생했다. 이 캐릭터는 모든 손님을 반갑게 맞이하고 하루를 끝낸 뒤 불 꺼진 가게에서 숙성의 시간을 가지며 잠이 든다.” _ 배영태 디자이너
이국적이면서 독특한 소품이 비전스트롤만의 분위기를 만든다.
2층에는 다양한 종류의 우드 톤 가구를 배치했다.
기획ㆍ운영ㆍ공간 디자인 존, 이재선
BI 디자인 이재선
운영 시간 12:00~21:00 (화~수요일 휴무)
주소 서울시 마포구 망원로 61
인스타그램 @visionstroll_coffeemaker
오픈 시기 2019년 8월
비전스트롤
비전스트롤은 ‘망원동의 포틀랜드’로 통한다. 모던하고 심플한 인테리어가 카페 인테리어 콘셉트의 주를 이루는 가운데 정돈되지 않고 오래된 느낌을 주는 비전스트롤의 분위기는 신선함을 불러일으킨다. 공간 기획과 디자인은 아내인 이재선 디자이너가, 커피는 바리스타인 남편 존John이 담당한다. 시간이 흘러도 멋스러운 공간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부부는 신혼집에서 사용하던 오브제와 조명으로 카페를 채웠다. 취향이 담긴 아이템을 곳곳에 배치하니 자연스레 카페를 운영하는 사람도, 이용하는 사람도 편안한 공간이 되었다. 비전스트롤의 공간 콘셉트를 완성하는 것은 시간. 중후하고 숙성된 멋이 어울리는 비전스트롤은 여유로운 분위기의 망원동과 함께 나이 들어가고 있다.
타케리아 스탠 로고.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타코 메뉴로 구성했다.
기획ㆍ운영 스탠 서울, 팀포지티브제로(대표 김시온), positivezero.co.kr
BI 디자인 만보최
운영 시간 11:30~14:30, 17:00~20:30(화~금요일), 12:00~20:30(토요일)
주소 서울시 중구 충무로4길 5 태창빌딩 1층
인스타그램 @taqueria.stan
오픈 시기 2020년 5월
타케리아 스탠
을지로의 오래된 인쇄소 사이에 자리 잡은 타케리아 스탠에서는 작은 멕시코를 느낄 수 있다. 스탠 서울에서 진행한 팝업 식당에서 비롯된 이 식당을 완성하기 위해 스탠 서울과 팀포지티브제로는 멕시코와 LA, 뉴욕에 방문해 타코에 대한 각종 정보를 수집하고 타케리아 스탠만의 정체성을 확립했다. 매장 콘셉트는 멕시코시티의 번화가 어느 골목에나 하나쯤 있을 법한 단출한 타케리아. 간이 의자만 배치해 스탠딩 바를 완성했는데 회전율이 빠른 ‘진짜’ 멕시칸 타케리아처럼 조금 불편하더라도 현지 느낌을 충만하게 살린 것이다. 타코는 고급스럽고 어려운 음식이 아니라 누구나 쉽게 사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는 점에 착안해 메뉴와 가격뿐만 아니라 브랜드 아이덴티티, 인테리어에도 이러한 테마를 반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