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짠’에 대적할 유일한 맛의 조합은 ‘단쓴’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서로를 갈구하는 이 두 맛의 영역은 가장 매력적인 브랜드들의 각축장이기도 하다. 커피와 도넛, 쿠키같이 전통적인 종목에서 완성도 높은 브랜딩으로 무장한 신흥 강자가 등장하는가 하면 서서 마시는 커피나 코스로 맛보는 디저트 페어링처럼 커피와 디저트를 경험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는 공간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이런 상황을 보고 있노라면 커피와 디저트는 비단 입가심을 위한 후식의 영역을 뛰어넘은 지 오래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픽, 공간, 서비스를 아우르는 디자인은 독립적인 식경험의 모델을 단단히 구축한다. 건강 식품 이미지가 전부였던 꿀은 새로운 풍미와 고급화한 감각이 더해져 갖고 싶고 주고 싶은 상품으로 탄생하고 있다. ‘벌이 없으면 인류도 없다’는 환경적 메시지도 미닝아웃 소비를 지향하는 세대의 관심을 얻는 이유 중 하나. 단맛과 쓴맛은 훨씬 더 다양한 단맛과 쓴맛으로 분화하고 재조립되며 F&B 지형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쿠킹 스튜디오를 연상시키는 숍 외관.
쿠키 모양 일러스트레이션.
자동차와 하트 패턴이 반복되어 귀여운 느낌을 준다.
기획ㆍ운영 김애경, 현상욱(제이콥)
BI 디자인 275C, 275c.com
공간 디자인 김애경
운영 시간 13:00~19:00(목~일요일)
주소 서울시 용산구 백범로 77길 24 1층
인스타그램 @webakelove.seoul
오픈 시기 2021년 5월
위베이크러브
‘우리는 사랑을 구워! 서울에서.’ 바야흐로 사랑이 필요한 시대다. CNP 푸드 소속 제이콥 셰프와 파티세리에서 일하던 김애경 대표는 사랑이 넘치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쿠키를 떠올렸다. 누구랑 언제 먹어도 즐거운 쿠키가 사람들에게 행복한 순간을 선물할 수 있는 디저트로 제격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이런 두 사람의 생각을 대변하는 건 귀엽고 사랑스러운 자동차와 하트 모양의 일러스트레이션이다. 275C 작가는 쿠키로 사랑을 배달하고 싶은 마음을 쿠키 모양 바퀴가 달린 자동차로 표현했다. 건물 1층에 위치한 매장은 아기자기한 베이킹 스튜디오를 떠올리게 한다. 주방과 판매 공간이 구별되지 않아 문을 열자마자 쿠키 굽는 냄새가 후각을 자극한다. 피자 박스에서 영감을 받은 쿠키 패키지는 공간의 정체성을 강화시킨다. 반복되는 하트 패턴이 특징인 이 패키지는 층층이 쌓여 있을 때 귀여움이 배가된다.
“내 작업의 연장선에서 아트워크 개발을 요청받았다. 쿠키 숍의 아이덴티티인 쿠키를 직접적으로 노출시키면서 유머러스함을 담고자 했다. 위베이크러브의 적극적인 비주얼 활용과 훌륭한 운영 방식이 잘 맞아떨어져 만족스러운 결과를 만들었다.” _ 275C 작가
민트색으로 강조한 외관.
이탈리아 소년을 표현한 일러스트레이션.
기획ㆍ운영 육관영, 김혜진
BI 디자인ㆍ일러스트레이션 아카이저AKaiser, 김혜진
공간 디자인 비하우스(대표 김지영) @b_house_official
운영 시간 09:00~18:00(월~금요일), 12:00~18:00(토~일요일)
주소 서울시 성동구 연무장3길 14
인스타그램 @standup_plz
오픈 시기 2021년 2월
스탠드업플리즈
스탠드업플리즈는 서서 마시는 에스프레소 바다. 카페에 들어서자마자 앉을 자리를 물색하는 우리에게 정중히 일어서기를 부탁하는 이름에는 ‘세상에 스스로 일어서야 하는 모든 이들에게 한 잔의 위로를 선사한다’는 가슴 뭉클한 의미를 담았다. 공간 디자인 스튜디오 비하우스는 긴 테이블 바를 활용해 협소한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이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일반적인 식음 공간에서 바 테이블을 손님과 종업원을 구분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것과 달리 이곳에서는 손님이 어느 문으로 들어오느냐에 따라 바 테이블 양쪽 모두를 사용할 수 있다. 브랜드 아이덴티티로는 에스프레소의 나라 이탈리아 어딘가에서 볼 수 있을 법한 소년을 그린 일러스트레이션을 사용했다. 모던하고 간결한 스타일이 여전히 대세를 이루는 와중에 사실적이고 서정적인 그림체는 단연 눈길을 사로잡는다.
바 테이블을 이용해 펠른 마스터와 고객이 일대일로 소통할 수 있도록 했다.
다이아몬드 형태의 심벌을 적용한 패키지.
기획ㆍ운영 박성호 BI 디자인 양민영, meanyounglamb.com
공간 디자인 권의현, onetwochachacha.kr
운영 시간 브루잉 바 12:00~22:00 비건 에스프레소 바 11:00~20:00
주소 서울시 마포구 성미산로 22길 18 1층
인스타그램 @perlen_official
오픈 시기 2020년 4월
펠른
‘커피는 왜 음식이 될 수 없을까’라는 도발적인 질문에서 시작한 펠른은 커피를 식후 빠르게 소비하고 마는 음료가 아닌 전식, 본식, 후식의 구성이 가능한 본격적인 미식의 분야로 접근한다. 일명 ‘커피 오마카세’로 불리는 커피 페어링 코스가 펠른의 대표 메뉴. 공간 디자인은 펠른의 지향점을 강화시킨다. 바 형식을 취하고 있는 공간은 펠른 마스터와 고객 간 일대일 커뮤니케이션을 염두에 둔 구조다. 펠른 마스터는 커피의 재료, 맛, 향과 마시는 방법에 대해 소개하고 고객은 언제든지 커피에 대한 전문 지식을 묻고 소통할 수 있다. 양민영 디자이너는 진주알을 의미하는 카페 이름에서 착안해 다이아몬드 형태의 심벌로 반짝임을 표현했다. 최근 펠른은 비건 에스프레소 바를 론칭했다. 우유, 버터, 달걀이 들어가지 않은 커피와 디저트를 선보이는 이곳은 커피와 디저트를 매개로 경계를 허물고 음식 문화를 보다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는 펠른의 새로운 도전이라고 할 수 있다.
“‘펠른’은 진주알이라는 뜻으로 커피콩, 캐비아 아포카토, 아이스볼 등 반짝거리는 구형의 메뉴에서 비롯됐다. 심벌은 동그란 구 사이에 액체가 흐르는 빈틈을 형상화한 것으로, 아이덴티티 전반에 적용할 수 있는 원형 그리드를 개발해 주문서, 원두 카드 등에 활용했다.”_ 양민영 디자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