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 창업가를 키우기 위해 월간 〈디자인〉과 존스앤로켓이 합작해서 만든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 ‘디자인네이션’이 1기 투자를 마치고 2기 모집을 앞두고 있다. 디자인 싱킹을 베이스로 비즈니스를 하고 싶은 디자이너와 스타트업이라면 누구나 디자인네이션을 통해 투자받을 수 있다. 지난해 리체와 트래쉬버스터즈가 1기로 선정되어 각각 5000만 원의 투자금과 멘토링, 프로그램을 지원받았다. 디자인하우스 이영임 상무와 정현석 실장, 존스앤로켓 원정욱 대표를 통해 디자인네이션의 비전과 계획을 들어봤다.
(왼쪽부터) 존스앤로켓 원정욱 대표, 디자인하우스 이영임 상무, 정현석 실장
디자인네이션에 대해 설명해달라.
이영임 디자인네이션은 월간 〈디자인〉과 그 발행처인 디자인하우스, 그리고 존스앤로켓이 협력해 만든 디자인 창업가 지원 프로그램이다. 디자이너가 창업가인 스타트업은 지금의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고객과 시장이 필요로 하는 창의적인 서비스를 창출하는 데 큰 역할을 하리라 생각한다. 디자인네이션을 통해 모든 기업이 성장ㆍ발전하는 데 디자인이 얼마나 중요한 가치인지를 알리고 디자이너가 IT 분야처럼 활발하게 창업하는 문화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다.
존스앤로켓은 어떤 곳인가?
원정욱 창업 3년 차인 젊은 투자 회사인 존스앤로켓은 스타트업 초기 단계에 투자하는 액셀러레이터로 현재까지 국내외 스타트업 약 15곳에 투자했다. 공동 창업자인 나와 김지석, 티모시 킴, 신우섭은 모두 창업을 해본 경험이 있다. 그래서 존스앤로켓의 장점 중 하나가 창업자와의 공감대 형성이며, 스타트업이 성장하는 데 있어 후속 투자 유치는 물론 현실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디자인네이션 1기는 어떻게 선정했나?
원정욱 심사할 때 주안점은 미래 성장 가능성이 있는지, 그리고 현실 가능한 아이디어를 제시하는지였다. 창업 멤버 중 디자이너나 크리에이터가 포함되어 있는지, 또 디자인 가치를 얼마나 중요시하는지도 관건이었다. 본인이 직접 디자인한 제품을 창업 아이템으로 가져와 판매하려는 디자이너들도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스타트업의 생태계를 이해하고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고자 하는 곳을 위주로 선정했다. 피봇이 가능한지도 중요한 평가 기준이었다. 액셀러레이팅을 통해 얻은 피드백을 유연하게 받아들이고 사업 계획을 조정할 수 있는 자세가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창업가 정신을 가지고 있는지도 주요한 평가 항목이었다.
1기로 선정된 트래쉬버스터즈와 리체는 어떤 곳인가?
정현석 창업가와 멤버 모두가 크리에이터 출신인 트래쉬버스터즈는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창의적인 솔루션을 제시하는 디자인 스타트업이다. 다회 용기 랜털부터 행사장 쓰레기 문제를 통합 관리하는 서비스 디자인 모델은 사회적으로도 무척 의미 있다고 볼 수 있다. 한편 리체는 프리미엄 가구 분납 서비스 ‘로마드LOMAD’를 론칭해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을 제시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집콕 생활로 인테리어와 프리미엄 가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합리적인 금액으로 가구를 인수할 수 있는 리체의 모델이 사업성이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디자인네이션 로고
디자인네이션 선정 이후에는 어떤 지원이 있었나?
원정욱 현 시장의 문제점 분석과 타깃층의 니즈 파악을 바탕으로 올바른 비즈니스 모델을 수립하도록 멘토링했다. 그다음으로 브랜딩과 마켓팅 전략을 함께 수립하고 베타 버전으로 시장에서 테스트해보는 단계까지 도왔다. 기존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은 정형화된 방식으로 운영하다 보니 현실과 괴리되는 부분도 있다. 그래서 디자인네이션에서는 월간 〈디자인〉이 보유한 각계각층의 인력 풀을 활용한 자문단을 조직해 맞춤형 멘토링을 제공하고자 했다.
타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과 비교했을 때 또 다른 장점은 무엇인가?
이영임 디자인네이션은 초기 투자를 하는 프로그램으로, 후속 투자를 받을 수 있는 발판 역할을 한다. 그래서 기업인과 디자인 산업계 리더들을 자문단으로 위촉해 사업 확장에 필요한 네트워킹의 자리를 마련하려고 한다. 올해 하반기 중 디자인네이션 1, 2기 스타트업을 모아 1차 데모데이를 개최하는 게 목표다.
정현석 디자인네이션만의 장점은 디자인하우스가 보유한 다양한 미디어와 전시 등의 행사를 통한 강력한 프로모션일 것이다. 예를 들어 리체는 디자인하우스가 주최하는 인천리빙디자인페어에, 트래쉬버스터즈는 월간 〈디자인〉이 주최하는 서울디자인페스티벌에 각각 초대했다. 한편 리체는 디자인하우스에서 발행하는 매체 중 〈럭셔리〉 2월호에, 트레쉬버스터즈는 월간 〈디자인〉 1월호에 소개하기도 했다. 이는 행사와 미디어 성격과 소비층을 모두 고려한 결정이었다. 초기 투자인 관계로 한 팀당 5000만 원이라는 소액의 투자금을 지급했지만 다양한 프로모션 등 현물 지원까지 합치면 수억 원에 달할 것이다.
2기에 지원하는 스타트업에 해줄 말이 있다면?
원정욱 디자인네이션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통해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것이다. 투자 계약서를 작성하거나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면서 투자 용어와 숫자에 점점 익숙해지고 동시에 본인의 비즈니스를 객관화할 수 있는 눈이 뜨이게 된다. 디자인 스타트업에 강조하고 싶은 것은, 기업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초기 조직 구성을 지인 기반으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 멤버 구성에서 유기적인 조직 문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적인 관계 형성에 치중하기보다는 적재적소에 적합한 인재를 배치할 수 있는 안목이 중요하다. 정현석 진입 시장에 대한 이해와 포지셔닝, 비즈니스 모델의 차별성이 분명해야 한다. 고객에 대한 이해도 중요한데 정부, 기업, 일반 소비자 등 타깃을 어디에 맞추느냐에 따라 포지셔닝도 달라져야 한다. 미래를 내다봤을 때 장기적인 목표가 무엇인지, 디자인 가치를 어디에 두고 비즈니스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을 구체적으로 수립하면 좋겠다.
이영임 특히 올해는 오픈 이노베이션 방식도 고려하고 있다. 우리가 가진 네트워크를 활용해 외부 민간 기업과 협력할 때 더 큰 시너지가 날 수 있다고 믿는다. 그 중심에 디자인이 있을 것이고 우리가 그러한 움직임을 견인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디자인네이션을 통해 좋은 사례를 많이 만들고 싶다.
트래쉬버스터즈에서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해 디자인한 렌털용 다회 용기
리체에서 출시한 프리미엄 가구 분납 서비스인 로마드의 애플리케이션 화면
곽재원
트래쉬버스터즈 대표
“우리는 환경을 지키기 위한 기업으로서 가치를 중요시한다. 그러한 가치를 잘 보여주기 위해서는 브랜딩이 필요하며, 거기서 디자인은 고객과 소통하기 위한 핵심 열쇠다. 다른 환경 기업보다 우리는 디자인에 더욱 공들였고 트래쉬버스터즈의 이런 취지를 가장 잘 이해하는 디자인네이션은 최고의 파트너였다.”
김홍규
리체 대표
“국내 최초 BNPL 프리미엄 홈퍼니싱 플랫폼 로마드는 디자인네이션을 매개로 다양한 네트워크를 활용하고 있다. 우리는 앞으로 공간 및 인테리어 디자이너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프리미엄 라이프 스타일을 큐레이션하고자 하며, 이는 로마드의 핵심 가치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