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19일, 싱가포르의 한 레스토랑에 네 명의 손님이 초대됐다. 이들을 초대한 호스트는 미국 스타트업 회사 ‘잇 저스트’. 와플, 페이스트리, 번과 함께 셰프가 내놓은 코스 요리의 주인공은 닭고기였다. 흥미로운 건, 특별할 것 없는 이 저녁 만찬에 사람들의 관심이 쏠렸다는 점이다. 그로부터 사흘 전,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에 기사 하나가 실렸다. 세포 배양 과정을 거쳐 만든 고기를 싱가포르의 한 레스토랑에서 저녁 메뉴로 내놓기로 했으며, 식품 당국은 안전성을 확인한 뒤 판매를 허락했다는 것. 합을 맞추면, 앞서 초대받은 네 명에게 제공한 메뉴는 근육세포를 활용해 실험실에서 만든 닭고기인 것이다. 잇 저스트 대표의 인사말 역시 같은 맥락이었다. “오늘 참석한 분들은 동물을 죽일 필요 없는 미래의 고기를 소비한 최초의 사람들입니다.”
‘푸드 테크’, 영국의 트렌드 분석업체 벨웨더푸드트렌드가 10년 후 식품의 미래를 전망한 보고서의 열쇳말이다. ‘첨단 기술과 식품의 결합’을 뜻하는 이 단어가 가리키는 건 ‘혁신적 질감과 성분을 지닌 식품의 등장’. 그 세부 항목 중 하나가 ‘세포 배양 고기, 식물 기반 대체육’이다. 아직까지는 ‘인공 고기’라는 부정적 인식이 우세한 대체육을 미래 식품 목록에 올려놓은 이유는 자명하다. 1백억 명에 가까워지고 있는 지구인의 식습관에서 동물성 단백질 섭취는 신화에 가까운 명제다. 붉은 육류 소비 속도가 꺾이지 않는 이유다. 올해 지구인이 소비할 닭고기가 1억 톤을 넘길 거라는 전망도 있다. 문제는 육류 소비 속도에 발맞추기 위해 인간이 선택한 방법이 인공적 수정과 동물을 최대한 빨리 살찌우는 성장 촉진제, 병들지 않게 하려는 수많은 항생제, 그리고 피도 눈물도 없는 도축 방식이라는 점이다. 물론 이런 지적보다 더 근원적 문제도 있다. 전 세계 쇠고기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아마존이 불타고, 식용 가축이 늘어날수록 메탄가스 배출도 늘어나면서 기후 위기가 가속화되는 중이다. 옥스퍼드 대학교 연구원 마이클 클락이 “우리가 고기를 생산하고 먹는 방식에 대한 즉각적 변화와 논의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기”라고 말한 건 그 때문이다.
다행인 건 식품 분야에서 탄소 발자국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점점 보폭을 넓히고 있다는 것. 이미 동물성 재료 대신 식물에서 단백질을 뽑아내 고기 맛을 내는 기술이 입맛을 자극하는 중이다. 땅에서 나는 작물이 아닌, 해초류에서 단백질을 뽑아 대체육을 만드는 기술 역시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다시마를 주재료로 크레미니 버섯, 키노아, 검은콩, 토마토, 완두콩 단백질이 어우러진 해초 버거인데, “고기처럼 만족스럽고, 감칠맛이 난다”는 품평이 달려 있다. 세계 최초로 판매를 승인받은 잇 저스트의 세포 배양 닭고기는 “우리가 만든 닭은 진짜 닭”이라는 출사표를 내걸었다. 아쉽게도 촉촉한 육즙은 없지만, 과학적으론 근거 있는 자신감이다. 화학 성분이 똑같으니 영양분도 똑같고 맛도 비슷하다. 성장 촉진제나 항생제를 쓰지 않았으며, 살모넬라균 같은 세균 감염에도 안전하다고 한다. 물론 아직까지는 대량생산이 어렵고, ‘깨끗한 고기’라는 액면 뒤에 어떤 문제가 숨어 있는지 냉정하게 확인할 시간이 필요한 건 사실이다.
그럼에도 육식의 미래라는 대체육, 배양육의 흐름은 행진곡풍에 맞춰 진행될 전망이다. 빌 게이츠 등 유명 인사가 투자자로 나섰다는 소문 속에 온갖 스타트업 회사들이 경쟁의 장으로 모여드는 중이다. 과연 이 대세의 선순환은 우리의 식습관을 바꾸고, 동물 복지 확대와 탄소 발자국을 줄이는 대안이 될 수 있을까?
문일완은 <바자> <루엘> <엘라서울> 등 독자층이 제각각인 패션 잡지, 남성 잡지, 라이프스타일 잡지를 넘나드는 바람에 무규칙한 문법이 몸에 밴 전직 잡지쟁이다. 그래픽 노블을 모으고 읽는 것, 아무 골목길이나 들어가 기웃거리는 게 요즘 취미 생활. 칼럼니스트로 여러 지면에 글을 쓰느라 끙끙대고, 사춘기 코스프레 중인 딸과 아웅다웅하며 하루를 보내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