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20년의 시간을 누구보다 값지게 채워온 이들이 있다. 2001년에 태어나 올해 스무 살이 된 이들은 이미 예술과 엔터테인먼트 등 각 분야에서 뚜렷한 성과를 남겼다. 아이에서 어른이 되기까지의 과정, 성장의 길에서 느꼈던 내밀한 이야기, 미래의 꿈과 계획까지, 많은 것이 궁금하다. 앞으로의 20년이 더욱 기대되는, 2001년생 7명을 만났다.
모델 한현민
“길거리에서 캐스팅 됐어요”, “친구 따라 오디션장에 갔다가…” 등 톱스타들의 소싯적 이야기처럼 한현민의 모델 인생 역시 쇼핑몰을 운영하는 지인이 피팅 모델을 제안하면서 우연찮게 시작됐다. 2017년에는 미국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대 30인 안에 들기도 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엉겁결에, 우연처럼 이루어진 것만은 아니다. 어린 시절부터 간절히 원하던 일이었기에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않으려는 절실함을 동력 삼아 꿈을 펼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고, 결국 이뤘다. “처음으로 올랐던 런웨이를 잊을 수 없어요”라며 인생 최고의 순간을 말하는 그는 간절히 원하던 걸 이뤄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감정, 성취감을 곱씹으며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매일을 산다. 이른 나이에 목표를 이루었지만, 어머니가 늘 강조하는 겸손함을 미덕으로 여기고 스스로를 낮추며 언제나 상대방을 위하는 태도를 유지한다. 과연 모델의 태도란 그래야 옳은 게 아닌가 싶다. “‘부캐’가 유행인 시대지만 ‘본캐’를 단단히 키우고 싶어요”라는 말에서 그의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
그레이 슈트는 생 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 진주 목걸이, 이어 커프 모두 타사키.
발레리나 김유진
발레리나 김유진은 만 16세에 유니버설발레단에 정식으로 입단했던 국내 최연소 단원이다. 최연소라는 타이틀은 그저 수식어일 뿐, 김유진의 진짜 존재감은 뛰어난 기량과 잠재력에서 드러난다. “무대 위에서 관객에게 춤을 보여준다는 행위 자체에 매력을 느껴요”라고 말하는 그는 아직 꿈을 이뤘다는 생각보다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전 세계를 돌며 춤추는 것을 목표로 정진한다. 매 공연의 시작과 끝, 준비 과정을 소중히 여기는 그에게 최고의 순간은 2018년에 공연한 <라 바야데르> 무대였다. 어린 나이에 주역으로 캐스팅되어 압박과 부담이 컸지만 어린 시절, 어느 발레 공연에서 목도했던 무용수의 숭고한 모습에 대한 기억, 주위의 응원과 격려, 아낌없는 지원 덕에 성공적으로 해낼 수 있었다. 발레를 시작한 건 일곱 살. 지금껏 다른 인생은 생각해볼 겨를이 없었다. “클래식을 좋아해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기도 해요. 그래도 역시 20년 뒤의 모습을 그려본다면 지도자의 삶을 살 것 같아요”라고 이야기하는 김유진은 은퇴 후 지금껏 쌓아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발레단을 이끌며 후배를 양성하는 것이 꿈이다.
오프 숄더 드레스는 아크리스. 깃털 장식 헤드피스는 큐밀리너리.
배우 윤찬영
때 묻지 않은 듯 성숙하고, 수줍다가도 카메라 앞에 선 순간 대범해진다. 윤찬영은 하나의 수식어로 규정짓기 어려운 다채로운 매력의 데뷔 8년 차 배우다. 2013년 MBC 드라마 <남자가 사랑할 때>에서 아역으로 데뷔해 드라마 <마마>와 <육룡이 나르샤> 등 여러 대표작을 남겼으며, 지난해 종영한 SBS 드라마 <아무도 모른다>를 통해 성인 연기자로 입지를 다졌다. “아직 꿈을 이루지는 못했어요. 단순히 배우가 되는 것보다 영화 <라라랜드>를 연출한 감독 데이미언 셔젤Damien Chazelle과 작업하는 게 제 바람이거든요.” 직업은 꿈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라고 했던가. 배우 윤찬영은 ‘무엇이 되느냐’가 아닌 ‘무엇을 하느냐’에 초점을 두고 마음속 더 넓은 무대를 그리고 있다. 평소 축구를 좋아하지만 직업상 ‘몸을 재료’로 생각하기 때문에 부상에 각별히 주의한다고. “배우는 신체 전부가 표현의 매개체예요. 이런 이유로 몸 관리를 철저히 하고 내면을 자주 들여다보려고 해요.” 그는 2020년 개봉작 <젊은이의 양지>에서 콜 센터 실습생 이준 역을 맡아 한층 섬세해진 연기력을 선보였고, 최근 좀비 바이러스를 다룬 넷플릭스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의 캐스팅 소식을 전하며 색다른 모습을 예고했다. 인생 최고의 순간으로 <럭셔리> 창간 기념 화보 촬영을 꼽은 배우 윤찬영. <라라랜드>에 드리운 보랏빛 하늘처럼 앞으로 다가올 그의 더욱 찬란한 순간들을 기대해본다.
의상과 액세서리 모두 디올 맨.
배우 이수민
<딩동댕 유치원>의 동이 언니, <뽀뽀뽀>의 뽀미 언니, <TV유치원>의 하나 언니를 잇는 하니 언니 이수민은 <생방송 톡!톡! 보니하니>를 통해 본격적으로 대중에게 모습을 드러냈다. 당시 14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물 흐르는듯한 자연스러운 진행과 순발력을 선보이며 ‘언니’의 세대교체를 알렸다. 한편으로는 깊이 각인된 이미지가 배우로서 출발하는 데 한계로 작용한다는 우려도 낳았다. 하지만 하얗고 고운 선의 청아한 얼굴은 지상파 정극을 시작으로 로맨틱 코미디, 사극 등 다양한 장르에 도전할 수 있는 힘을 발휘했다. 물론 어린 시절부터 배우의 꿈을 키우며 다져온 실력이 밑거름으로 작용했다. “아직 가야 할 길, 해야 할 일이 많아요”라는 그는 늘 성장하는 배우로 거듭나는 게 꿈이다. “20년 후에도 다양한 모습을 그릴 수 있는 연기자의 모습을 원해요”라고 말하지만 음악 프로그램 MC, MBC <복면가왕> 참가 등 여러 프로그램을 통해 본인의 가능성을 분출하는 중이다. “스무 살이라는 나이가 실감이 되지는 않지만, 책임져야 할 부분이 상당하다는 건 알 수 있어요.” 이 말은 곧 어려서 잘 모르던 것을 터득하고 익히며 이내 꽃처럼 활짝 피어나는 과정처럼 보인다.
컷아웃 디테일 슈트는 YCH.
사진가 백건우
백건우가 있는 지점은 아주 독특하다. 누구라도 사진가가 될 수 있는 시대에 ‘사진가’라 불릴 만한 사진을 찍는다. 감성을 살린 자동차가 그의 피사체다. 학창 시절 모형 차를 찍기 시작해 2018년, 어느 커뮤니티에 “무료로 자동차를 찍어주겠다”는 글을 올리며 주목을 받았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고,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았지만 꾸준히, 성실하게 자신의 길을 걷는 중이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하는 빛을 유연하게 포착하는 그의 사진에는 그동안 보지 못한 장면이 담겨 있다. 자동차의 액셀로 속력을 조절하듯이 빛과 그에 어울리는 장소로 사진에 감성을 불어넣는다. 내로라하는 자동차 회사와 협업하고, 회사원의 연봉을 가뿐히 넘는 가격의 슈퍼카를 수없이 찍었지만 “아직까지 완전하게 만족하는 사진은 없어요”라는 그를 보면, 잘해놓고도 다시 고민하는 성격일 테다. “촬영 전날에는 잠을 못 이루지만 막상 촬영을 시작하면 여행하는 기분이 들어요”라고 말하는 그에게 ‘무대 체질’이라는 관용적인 수식을 더하고 싶다. 계획 중인 작업과 전시가 빼곡하고, 20년 후의 모습 역시 손에는 카메라를 쥐고 있으면 좋겠다고 상상하는 백건우의 얼굴에는 젊은 예술가의 패기와 꿈을 향한 열정이 밀착되어 있다.
블랙 재킷과 프린트 쇼츠 모두 드리스 반 노튼 by 분더샵. 블랙 부츠는 에르메스.
가수 이대휘
전국적으로 ‘나야 나Pick Me’ 열풍이 불던 2017년을 기억하는가. 100% 시청자 투표로 데뷔가 결정되는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 시즌2>의 첫 포문을 연 주제곡으로, 가수 이대휘는 이 곡을 부를 때 센터로 활약하며 1회부터 짙은 존재감을 뽐냈다. 그는 최종 3위에 호명돼 그룹 ‘워너원Wanna One’으로 연예계에 데뷔했고, 현재 4인조 보이 그룹 에이비식스AB6IX의 메인 프로듀서이자 리드 보컬로 활약하고 있다. “사랑과 관심 속에서 생활하다 보니 사생활에 많은 제약이 있지만, 저의 이야기를 담은 음악을 통해 많은 분이 공감하고 치유받는 모습을 보며 힘든 일도 감수하려고 해요.” 훌륭한 보컬리스트이자 작곡과 편곡 실력도 갖춘 그는 2019년부터 약 1년간 <엠카운트다운>의 고정 MC를 맡아 매끄러운 진행 실력까지 선보였다. 훗날을 위해 연기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다고. 그는 ‘롤 모델’을 묻는 질문에 “박진영 선배님요. 활동 분야에 한계를 두지 않고 좋아하는 일을 오랫동안 하시는 모습을 본받고 싶어요”라고 답했다. 일에 대한 열정으로 건강관리에 한창인 가수 이대휘. “요즘 느끼는 것 중 하나는 ‘신체 나이’만큼이나 ‘내면의 나이’도 중요하다는 거예요.” 나이가 들수록 성숙한 생각과 올바른 마음가짐을 길러야 하는 법. “20년 후에는 같은 꿈을 꾸는 후배들을 도와주는 역할을 할 계획이에요. 꾸준히 음악을 만들고 연기도 하면서 많은 사람의 행복을 책임지고 싶어요.” 가수 이대휘는 머물기보다 계속해서 나아가는 길을 선택했다. 기꺼이 희생을 감수하며 대중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기 위해.
의상 모두 루이 비통. 이어 커프처럼 연출한 네크리스와 링 모두 포트레이트 리포트.
배우 한성민
“처음에는 안주하기도 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자연스럽게 새로운 목표가 생기더라고요.” JTBC 드라마 <열여덟의 순간>에서 자격지심과 욕망으로 똘똘 뭉친 고등학생 황로미 역을 열연해 대중에게 큰 인상을 남긴 배우 한성민. 자세 교정을 위해 모델 일을 먼저 시작한 그는 국내 유명 잡지사들의 러브 콜을 받으며 일찍이 독특한 매력을 인정받았다. 스스로를 혹독하게 다그치는 성격 때문일까. 한성민은 성공이 보장된 패션 업계를 떠나 낯선 연기자의 세계에 발을 들였다. 진정 ‘하고 싶은 일’을 향해 주저 없이 나아가는 그의 모습은 나이를 불문하고 방황하는 많은 이에게 영감을 준다.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작품을 통해 시청자의 향수를 자극할 수 있다는 게 배우로서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요?” 그는 영화 <최선의 삶>과 <낙인> 등 스크린에서 주연으로 활약하며 자신만의 필모그래피도 천천히 채워가는 중이다. “새로운 작품을 찾는 동안 책, 영화, 드라마를 고루 접하면서 간접경험을 쌓으려고 해요.” 뷰파인더를 바라보는 배우 한성민의 눈빛 속에는 흔들림 없는 확신과 배움을 향한 뜨거운 열정이 흐르고 있었다.
네크리스는 불가리. 톱은 루이 비통. 장갑은 모스키노.
어시스턴트 한동은 인턴 기자, 김주환, 유승지 | 제품 협조 YCH(798-6202), 디올(3480-0104), 루이 비통(3432-1854), 모스키노(2118-6072), 분더샵(2056-1234), 불가리(2056-0170), 생 로랑(549-5741), 아크리스(3442-5496), 에르메스(542-6622), 큐밀리너리(qmilinery.com), 타사키(3461-5558), 포트레이트 리포트(070-4062-40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