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X 부슷템.
‘플러피’의 M과 X가 프린트된 비치 타월.
바이닐앤플라스틱에서 열린 팝업 스토어. 아크릴 소재의 매대는 ‘플러피’의 디자인 모티프에서 따온 것이다.
현대카드가 지난 1월 선보인 MX 부스트가 연일 화제다. 총 12종의 개성 있는 카드 디자인 옵션을 선보였는데 일부 플레이트는 품귀 현상까지 벌어지며 디자인 명가의 자존심을 세웠다. 특히 지금까지 고수하던 미니멀리즘에서 과감하게 탈피해 다양한 스타일과 감각을 시도한 점이 인상적이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최근 현대카드가 MX 부스트 시리즈와 연계한 굿즈를 선보이며 다시금 주목받았다. 이번에 선보인 굿즈는 총 21종, 제품별로 치면 50여 종에 이른다. 구성도 다채롭다. 젤리, 초콜릿, 비치 타월, 티셔츠와 재킷, 향초, 줄자, 카메라···. 카드 플레이트의 디자인 옵션 자체가 12개나 되는데 그 안에 담긴 콘셉트와 조형 언어를 변주해 풀다 보니 다양성이 더욱 강화될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다양한 굿즈를 디자인하고, 부슷템으로 네이밍을 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현대카드의 달라진 방향성을 보여준다. 지금까지는 줄곧 정제되고 심플한 디자인을 앞세웠지만, 이제 변화하는 시대의 감성에 맞춰 다양성을 부각시킨 것이다. MX 부슷템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적을수록 지루하다Less is bore’고 한 로버트 벤투리Robert Venturi의 위트 있는 격언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물론 가짓수만 늘린 것은 아니다. 그동안 쌓아온 MZ세대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면밀히 제품군을 기획해 이 같은 변곡점을 만들어냈다. 실제로 현대카드는 지난해 MZ세대의 성향을 반영한 디지털러버, 제로카드 한정판, 그리고 다양한 PLCC 카드 디자인 프로젝트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었는데 이렇게 축적한 노하우가 MX 부슷템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앞서 말했듯 다양한 베리에이션은 MX 부슷템의 가장 큰 특징이다. 이른바 판촉물로 분류되는 기존의 기업 머천다이징 상품이 대부분 기성품에 CI, BI를 새기는 수준이었다면, MX 부슷템은 플레이트 디자인의 모티프와 미감을 꼼꼼하게 분석하고 이를 창의적으로 확장시켜나갔다. 카드 디자인 중 하나인 ‘플러피Fluffy’ 전면에 새긴 알파벳 M과 X의 시각적 특징을 살려 향초, 줄자를 만들거나 MX 부스트 메탈 카드의 메탈릭한 감성을 틴 케이스로 제품화한 것이 예다. ‘구미베어Gummy Bear’ 카드에서 파생한 젤리 상품은 MX 부슷템의 백미다. 소비자에게 카드에 새겨진 구미베어를 꺼내 먹는 경험을 선사하고 싶었던 디자인 팀은 다양한 젤리 회사와 접촉했고 3D 프린팅 기술까지 동원해가며 이 제품을 완성했다. 블루 컬러에 어울리는 블루레모네이드 맛의 젤리는 시중에서 판매하는 여타 곰 모양 젤리보다 중량이 월등히 높다. 이 밖에 일명 ‘뽁뽁이’ 감성을 강조한 ‘버블랩’ 카드의 경우 옷과 가방으로 구현했는데 충전재 부분을 실제 버블랩으로 구성하는 과감함을 보여줬다. 현대카드는 2월 2일부터 3월 31일까지 이태원 바이닐앤플라스틱에서 MX 부슷템 팝업 스토어를 여는데, 이곳에서도 ‘플러피’ 디자인에서 영감받은 공간 연출 및 매대 디자인으로 다시 한번 눈길을 끌었다. MX 부슷템은 팝업 스토어 외에 M포인트 몰(mpointmall.hyundaicard.com)에서도 구매 가능하다.
캔들, 폰 케이스, 스트랩 등 ‘플러피’의 그래픽 모티프를 입체화한 굿즈들.
MX 부스트의 스틸 느낌을 물성으로 구체화한 틴케이스.
구미베어 젤리를 비롯한 다양한 굿즈. 카드 플레이트의 구미베어 그래픽을 위트 있게 제품화한 점이 눈에 띈다.
MX 부슷템 by MX Boost 프로젝트 참여 디자이너
류수진 본부장, 안성민 실장, 김문화 팀장, 김미정 매니저, 신노아 어소시에이트, 박선정 어소시에이트, 강지수 어소시에이트
김문화 팀장 · 김미정 매니저
현대카드 커뮤니케이션디자인팀
“현대카드가 이런 식으로 디자인 플레이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다.”
카드 출시에 맞춰 굿즈를 선보인다는 발상 자체가 참신하다.
현대카드가 가진 다양한 디자인 자산을 충분히 활용하자는 것이 당초 취지였다. 새로 출시하는 카드를 좀 더 붐업시키는 역할로 굿즈를 활용한 것이다. MX 부스트나 MX 부슷템은 그 자체로 현대카드 디자인의 달라진 기조를 보여준다. 카드 상품 중 가장 의미 있고 핵심적인 M과 X에 깊숙이 각인된 미니멀리즘에서 탈피해 다양하고 흥미로운 방식으로 디자인을 풀어나가고 싶었다.
MX 부슷템 네이밍에서부터 이전보다 젊은 층을 공략한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MZ세대의 감성을 이해하고 디자인에 반영하는 게 중요했다. 아직 구매력이 큰 소비층은 아니지만 결국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레 이들이 현대카드의 핵심 고객층이 될 것이다. 그들은 기존 방식을 무의미하게 답습하는 것을 싫어하므로 디자인과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기획할 때 늘 하던 모범 답안보다 호기심을 자극하고 다양한 재미를 줄 수 있는 디자인에 좀 더 초점을 맞췄다.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한 브랜드실에서도 적절한 네이밍과 커뮤니케이션 전개로 시너지 효과를 주었다.
굿즈를 디자인할 때 주안점을 둔 부분은?
카드 디자인을 상품으로 연결시킬 때 각 카드가 지닌 혜택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건 조금 촌스럽다고 생각했다. 노골적인 표현은 현대카드답지도 않고. 그것보다는 ‘현대카드가 이런 식으로 디자인 플레이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다. 플레이트에서 막 튀어나온 듯한 모습으로 흥미를 유발한 것이다.
특별히 애착이 가는 제품이나 제작 과정 중 에피소드가 있는 제품이 있다면?
역시 구미베어가 아닐까. 처음 젤리를 만들겠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푸드 상품은 건드리는 게 아니라는 말을 했다. 정말 만만치가 않더라.(웃음) 그래도 소비자에게 경험의 확장을 선사하고 싶었던 만큼 팀원들이 제조 프로세스에 깊이 관여해 완성했다. 다행히 이번에 선보인 아이템 중 가장 인기가 높아 뿌듯하다.
굿즈 전성시대라고 부를 만큼 시장이 활성화됐다. 굿즈 디자인에 대한 현대카드의 생각이 듣고 싶다.
굿즈는 기본적으로 브랜드의 페르소나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소비자의 페르소나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구매 행위를 통해 브랜드의 페르소나 일부를 소유하는데, 기업 입장에서는 전통적인 방식보다 자연스럽게 대중에게 정체성을 드러내고 소비자 스스로 이를 공유하도록 만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