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가 변했다. 클라이언트의 의뢰나 공모 당선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직접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땅을 매입하고, 건물을 짓는 부동산 개발업자의 역할을 겸하는 건축가가 나타난 것이다. 지금까지 디벨로퍼 겸 건축가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거대 아트리움을 접목시킨 호텔 디자인으로 잘 알려진 존 포트먼John C. Portman은 1957년 포트먼 홀딩스Portman Holdings라는 개발 회사를 세우고 계속해서 대형 마트와 호텔을 세워 쇠락하는 지방 도시 애틀랜타를 탈바꿈시켰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성장하고 있는 디벨로퍼 건축가들이 모두 포트먼식의 큰손은 아니다. 이들은 건축 프로젝트에서 더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 위해서, 디자인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 건축 기술적 혁신과 도시의 지속 가능한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서 등 각기 다른 이유로 디벨로퍼가 되었다. 다양한 비전과 규모, 형태의 디벨로퍼 건축 회사들을 소개한다.
1. 알로이Alloy Development LLC
뉴욕을 기반으로 캐서린 매컨베이Katherine McConvey와 재러드 델라 밸리Jared Della Valle가 2006년에 설립한 건축·개발 회사. 가진 자가 더 가지는 부동산 개발이 아니라 지역에 사는 모두가 더 잘살게 되는 건축 및 개발 프로젝트를 지향한다. 브루클린의 ‘집사’를 자처하며 ‘더 나은 브루클린 펀드A Better Brooklyn Fund’를 만들어 부동산 거래액의 일부를 지역사회 공헌을 위해 사용한다. alloyllc.com
2. 솔리드스페이스Solidspace
영국의 솔리드스페이스 또한 건축가 출신들이 만든 개발 회사다. 자신들을 ‘독립 디벨로퍼independent developer’라고 부르는 솔리드스페이스의 무대는 대형 개발 회사들이 눈독 들이지 않는 작은 대지다. 창의적인 건물 구조로 크지 않아도 살기 좋은 집을 짓는다. 설립자는 영국의 건축가 로저 조고로비치Roger Zogolovitch. solidspace.co.uk
3. 플레이스테일러Placetailor
2008년 시몬 헤어Simon Hare가 설립해 보스턴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플레이스테일러의 모토는 “미래를 점하라Occupy the Future”다. 무슨 말이냐고? 에너지 효율이 높고 탄소 배출은 없는 집을 만드는 건축 기술과 재료 혁신으로 도시의 미래를 바꾸겠다는 포부다. 이 회사가 개발에 뛰어드는 이유는 분명하다. 더 많은 집이 변해야 도시의 미래가 변하기 때문이다. placetailor.com
4. 디디지 파트너스DDG Partners
2009년 설립했으며 캘리포니아, 플로리다, 뉴욕에 지사가 있다. 디자인, 개발, 건설, 투자, 건물 관리까지 금융과 건축의 전문성이 만났을 때 낼 수 있는 최대한의 시너지를 발휘하고 있는 듯하다. 디디지 파트너스는 재단을 통해 건축ㆍ문화적 유산을 보호하고 예술 공간을 지원하는 공헌 활동을 하고 있다. ddgpartners.com
5. 어셈블Assemble
디자인이 있다면 아파트에서의 삶도 충분히 신나고 풍족할 수 있다고 믿는 어셈블은 2010년 멜버른에 설립한 부동산 개발 회사다. 디자인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적은 주거 공간에 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취향을 적중시킨 것이다. 디자인, 건축, 예술, 어버니즘urbanism, 환경과 금융을 다루는 잡지 〈어셈블 페이퍼Assemble Papers〉도 발행한다. assemblecommuniti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