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해녀를 만났을 때, 나를 쳐다보는 그분들의 그윽한 표정과 부드러운 모습은 지금까지도 잊을 수가 없다. 가늠할 수 없는 아늑함이 담긴 표정, 산고 끝에 갓 태어난 자식을 말없이 쳐다볼 때의 깊디깊은 표정이었다. 나는 그들에게 홀리듯 끌려들어 갔다.” 사진작가 준초이는 해녀와의 첫 만남을 이렇게 회고했다. 실제로 2005년 제주에서 우연히 해녀 여덟 명과 조우한 이후 해녀는 작가의 ‘생애 최고의 피사체’가 되었다. 그는 1년간 우도에서 먹고 자며 그들과 함께했고, 강인한 어머니의 원형이자 아름다운 대자연의 일부로서 해녀 모습을 글과 사진으로 담았다. 6년 만에 돌아온 <해녀와 나>는 2014년 출간한 동명 사진집의 특별 개정판이다. 작가의 본래 의도에 집중하고자 양질의 종이를 사용하고 인쇄에 공을 들여 흑백 에디션으로 재구성했다. “해녀들은 언제나 현재를 산다. ‘물때를 어질지 마라’ 하시던 옛 어른들의 지혜는 이들의 삶이 얼마나 자연의 섭리에 맞게 흘러가는지를 보여준다.” 준초이 지음, 남해의봄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