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크리에이터스 그라운드 포스터.
수제 맥주 브랜드 핸드앤몰트.
지속가능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서울윤리적패션.
스니커 아티스트 ‘루드인다하우스’의 작품.
2020 크리에이터스 그라운드 아트티렉터 제이플로우의 그래피티.
주최·주관 디자인하우스
장소 코엑스
일시 8월 7~9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포스터 디자인 제이플로우
웹사이트 creatorsground.co.kr
참여 브랜드 툴보이, 마더그라운드, 루디인다하우스 등 60개 브랜드
인플루언서, 유튜버, 한 걸음 더 나아가 연예인과 일반인 사이를 지칭하는 ‘연반인’까지 요즘처럼 1인 크리에이터의 영향력이 강조된 때가 있을까. 개인의 이야기가 무엇보다 강력하고 진솔한 커뮤니케이션 툴이 되는 시대이기에 소소한 취미 생활까지도 퍼스널 브랜딩을 위한 무기가 된다. 이렇게 일상의 모든 순간이 콘텐츠화되는 시대, 각자의 정체성을 갈고 닦는 일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지난 8월 7일부터 9일까지 코엑스에서 열린 크리에이터스 그라운드가 이 시대의 창작자를 조망하는 이유다.
디자인하우스가 추최한 2020 크리에이터스 그라운드는 서브컬처를 중심으로 ‘오늘의 브랜드’와 ‘오늘의 창작자’를 한자리에 모았다. 창작자에게는 대중과 직접 만날 수 있는 장이었고 관람객에게는 오리지널리티를 장착한 이야기를 한데 모아 볼 수 있는 기회였다. 글로벌 스니커 아티스트 루디인다하우스,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 알디브이제트RDVZ, 투명한 유통 시스템을 구축해 업계에 새바람을 일으킨 마더그라운드 등 참신한 개성은 물론 발군의 실력을 자랑하는 이들이 크리에이터스 그라운드에 나온다는 소식에 관심 또한 뜨거웠다. 3일이란 짧은 기간이었지만 행사장에는 ‘나’를 표현하는 방식을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했고 소셜 미디어상에서는 ‘힙플레이스’로 떠오르기도 했다. 카메라를 들지 않고는 못 견딜 ‘인스타그래머블’한 장면을 비롯해 온라인 강의 플랫폼 ‘클래스 101’의 체험 프로그램 역시 화제를 모았다.
‘패션’은 서로 다른 관점과 다양한 아이템에 관한 이야기를 일으키는 주제로 충분했다. 어번 컨템퍼러리 무드부터 스트리트 감성까지 아우르면서 의류, 신발, 가구, 서적, 타투, 게임 등 여러 요소를 끌어들였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시도는 우리에게 친숙한 산업 분류, 예를 들어 건축, 공예, 제품 디자인처럼 장르를 구분하지 않고 창작이란 행위의 본질을 바라볼 수 있게 만들었다. 게다가 지속 가능성, 윤리적 소비, 젠더리스 등 현재 논의되고 있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엿볼 수도 있었다. 서브컬처를 대표하는 행사로 키워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힌 크리에이터스 그라운드는 비범한 실력자를 조명하는 기회이자 ‘자신’을 표현하는 데 집중하는 MZ세대의 목소리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창작’의 즐거움과 ‘표현’의 도구에 관한 관심을 한껏 키운 이 무대의 다음 이야기가 기다려지는 이유다.
제이플로우Jay Flow
2020 크리에이터스 그라운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스티그마stigma 아트 디렉터
“이제 스트리트 문화가 하나의 역사를 갖는 뚜렷한 장르로 지속될 것이다.”
포스터 디자인부터 라이브 드로잉 퍼포먼스까지 페스티벌의 전방위에서 활약했는데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나?
패션, 스포츠, 음악, 춤 등 스트리트 문화의 다양한 이야기를 드러내면서도 대중적으로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표현하고 싶었다. 직관적으로 이곳의 분위기를 느끼고 눈앞에 펼쳐진 여러 콘텐츠를 즐겁게 경험하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메인 그래픽은 스니커즈, 진, 스케이트보드 같은 상징적인 아이템을 아이콘처럼 배치하고 타투 플래시 스타일로 마무리했다.
패션 분야에서 오랫동안 활동했는데, 행사를 본 소회가 남달랐을 것 같다.
알다시피 나는 그라피티 작가이자 스트리트 브랜드 스티그마에서 아트 디렉터로 활동하고 있다. 크리에이터에게는 작업에 들이는 시간만큼 사진이나 영상 등의 매체를 통해 대중에게 선보이는 홍보나 프로모션도 중요하다. 이번 행사는 색깔이 뚜렷한 스트리트 브랜드와 크리에이터를 만날 수 있었던 소중한 기회였다.
스트리트 문화가 각광받는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그라피티 작가로서 현장에서 약 20년을 뛰어왔는데, 특히 요즘 들어서 스트리트 문화가 화제에 오르고 관심받는다는 걸 실감하고 있다. 스트리트 문화 자체가 일시적 유행이나 제도권에서 생산하는 문화사의 영역이 아닌 만큼 자체 동력으로 하나의 역사를 갖는 뚜렷한 장르로 지속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케이웨일K.Whale
설치미술 작가
“균형, 조화, 이런 주제에 관심이 많다. 멤버들과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에서도, 개인적으로 작품을 하는 데에서도 마찬가지다. 특히 이런 생각을 비주얼적으로도 강조하는 편인데, 그래야만 관객의 시선에 포착되고 사유할 만한 이슈로 이어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딱 봤을 때 느낌을 전하는 것, 그 미묘한 차이가 완성을 만든다고 생각한다.”
아토Ato
그라피티 아티스트
“이번 작품에 타이포그래피로 표현한 메시지이기도 한데, 단순하게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을 좋아하면 된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좋아하지 않는 일을 하면서 시간을 허비하는 건 얼마나 후회스러운 일인가. 나는 툴보이를 통해 이전에 만나지 못했던 사람, 해보지 못했던 질문 등을 하며 유쾌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호수Hosu
일러스트레이터
“내게 지금의 키워드는 ‘확장성’이다. 평면 예술을 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그 안에만 함몰되지는 않을 것이다. 여러 세계를 만나면서 일어나는 충돌, 이해, 융화 등을 통해 한 걸음 더 나아가고자 한다. 글로벌 트렌드를 봐도 각기 다른 분야의 융합으로 새로운 창조가 일어나는 지금이다. 지금 툴보이를 만난 것도 또 다른 확장을 위한 기회라고 생각한다.”
아트부터 프로그래밍까지 영역의 경계를 허문 크리에이터 그룹
툴보이Toolboy
크리에이터 그룹 툴보이의 부스.
갤러리를 통째로 옮긴 듯한 작품으로 행사장을 빛낸 툴보이의 공간. 가구, 인테리어, 공연, 미술, 그래픽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의 크리에이터가 모인 그룹의 장점을 십분 살려 실험적인 아트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설치미술 작가 케이웨일의 네온사인 샹들리에를 중심으로 그라피티 아티스트 아토와 일러스트레이터 호수의 작품을 설치했다. 서로 다른 장르의 작품들이 핑크빛 조명과 어우러져 드라마틱한 공간이 완성되었다. 툴보이를 결성한 이유는 단순했다. 그저 서로를 존중하며 즐겁게 작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었던 것. 나아가 서로의 업이 만나 시너지를 내고 새로운 작업의 물꼬를 틀 수 있다면 더욱 흥미진진한 일이었을 테다. 그래서 이들은 거대한 포부나 막연한 목표를 두지 않는다. 스트리트 아트의 정신처럼 지금 이곳에 살아가며 마주하는 고민에 대해 솔직하고 진솔하게 표현하는 것만이 이들의 과제이자 목표다. 자유롭고 멋지고 쿨한 감성을 통해서다. 인스타그램 toolboy_official
표면을 깨고 룰을 해체하는 스니커 아티스트
루디인다하우스Rudyindahouse
스니커아티스트 루디인다하우스의 작품.
‘어떻게 만들어졌나’ 하는 단순한 호기심에 운동화를 뜯어봤던 것이 지금의 유일무이한 스니커 아티스트 루디인다하우스를 만들었다. 고이 모셔둬야 할 고가의 스니커즈가 마치 해부 표본처럼 해체된 모습에 관객은 놀라거나 환호성을 질렀고, 이는 곧 그만의 독보적인 어휘가 되었다. 기존 룰을 따르지 않는 것이야말로 창작자의 덕목 아니겠는가. 그를 소개하는 수식어 ‘Rudy gets Rude(루디가 무례한 일을 저질렀다)’처럼 루디인다하우스는 익숙한 것들을 깨고 새로운 길을 만들고 있다. 인스타그램 rudyindahouse_
과거에서 미래를 발견하는 디자인 스튜디오
미지Myzy
미지의 ‘합정동’시리즈.
20세기 말 감성을 동시대 관점으로 표현한 미지의 공간.
마치 컴퓨터 화면에서 방금 튀어나온 듯한 픽셀 아트들이 관객을 반겨줬던 이곳. 스테이셔너리부터 포스터, 영상, 피겨까지 다양한 굿즈가 가득했던 그래픽 스튜디오 미지의 공간이다. 스튜디오 답지Dapzy로 활동했던 이예진, 임지형과 윤원이 만나 설립했으며 20세기 말 감성을 21세기 기술로 풀어놓고 있다. ‘Odd(이상한)’와 ‘Adventure(모험)’의 합성어로 만든 캐치프레이즈 ‘Oddventure’처럼 평범하지 않은 모험을 추구하는 이들의 이야기는 누구보다 뚜렷한 색깔을 지녔다. 스튜디오가 자리한 합정동을 기반으로 한 게임이나 포스터 등의 콘텐츠가 눈길을 끌었다. 인스타그램 myzy.space
타투는 문화이자 예술이다, 타투이스트 그룹
더 로우리스 타투 클랜The Lawless Tattoo Clan
타투이스트 그룹 더 로우리스 타투 클랜의 작품.
패션의 완성으로 여기는 타투는 이제 예술 영역으로 발을 넓히는 추세다. 타투이스트들은 자신만의 감성과 표현 기법으로 전에 없던 새로운 세계를 수놓으며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더 로우리스 타투 클랜은 타투이스트 브릴리언트 잉크, 하진을 포함해 여러 타투이스트가 모인 그룹으로, 이번 행사에서 각자의 장르와 스타일을 선보이는 데 집중했다. 프레임 안에 들어간 타투는 이미지 그 자체의 힘만으로 관객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인스타그램 lawless.clan
우리의 길은 우리가 만든다, 신진 패션 디자이너
공동체, 덴켄Denken
패션 디자이너 공동체 덴켄의 부스.
‘유통업체에는 풍부한 콘텐츠를 가진 기업으로, 디자이너 브랜드에는 유통 채널이자 해외 판로로, 소비자에게는 사회적 선을 추구하는 디자이너 제품을 합리적 가격으로’. 일종의 선언처럼 자신들의 미션을 어느 때보다 뚜렷하게 밝힌 이들이 있었으니, 바로 젊은 패션 디자이너 그룹 덴켄이다. 51퍼센트, 논메인스트리머, 비건타이거, 월드와이드웨어, 점원 등이 모였고 그래픽 디자이너 이예린이 디자인 총괄과 공간 그래픽을 맡았다. 덴켄은 이번 전시에서 브랜드별로 주력 아이템을 나누면서도 협력 구조를 이어가며 새로운 컬렉션을 선보였다. 기성 패션 시장 구조에 주눅 들지 않는, 이 시대에 유효한 도구와 전략이다. 단단하면서도 영리하게 자체적인 길을 만드는 이들에게 이목이 집중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인스타그램 denken_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