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제주가 만든 밥상
‘이로움을 잇는다’는 의미를 담은 이새는 자연에서 얻은 소재와 전통 기법, 친환경 염색을 기반으로 한 토털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다. 이새한옥은 본래 정경아 대표의 개인 사무실이자 중요한 미팅을 하던 이새의 영빈관 역할을 하던 곳인데, 약 1년 전부터는 이새의 철학을 체험할 점심 다이닝 공간으로 직원들에게 개방 중이다. 외부에 그 손맛을 공개한 것은 2024 행복작당 북촌이 처음이다.
이새한옥은 사전 예약을 통해 점심과 저녁 각 한 차례씩, 회당 여덟 명의 식사를 준비했다.
손님에게 제공하는 식사인 만큼 이새한옥에서는 ‘제주 해녀밥상, 100년 전에 온 편지(이하 제주 해녀밥상)’라는 특별한 다이닝을 구성했다. 메인 셰프는 푸른부엌의 진여원 명인. 진여원 명인은 제주에서도 해녀마을로 유명한 하도리 출신으로 본인을 포함한 주변 여성 모두가 물질을 하는 것이 당연한 삶을 살아왔다. 지금은 그들의 삶과 문화를 음식을 통해 전하고자 해녀 음식을 연구하고 만들며 소개하고 있다. 정 대표에 따르면 이새와 진여원 명인의 인연은 제주에 새로운 문화 커뮤니티 공간 ‘흘’을 기획하며 시작되었다고 한다. 흘은 ‘가장 이새다운, 가장 제주다운’을 모토로 명인의 식탁과 함께 이새가 제안하는 삶의 방식을 알리고자 곶자왈의 낡은 집을 고쳐 만든 공간으로, 내년에 오픈할 예정이다.
진여원 명인은 식사 시간 동안 메뉴 소개와 함께 제주 식문화에 대해 설명했다.
이번 제주 해녀밥상은 흘의 모습을 짐작할 수 있는 일종의 예고편이었다. 먼저 해녀밥상에 ‘100년 전에 온 편지’라는 이름을 붙인 이유는 메뉴부터 조리법 등 모든 요소에 3대에 걸쳐 내려온 명인의 이야기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전복, 먹고사리 등의 식재료는 제주에서 공수했다. 특히 맛의 방주에 등록된 29개의 제주산 재료 중 일곱 가지를 선정하고(선정 당시에는 다섯 가지였으나 이후 마른 두부와 제주 순대를 추가로 등재했다) 이를 활용한 음식을 주로 선보였다. 이 중에는 푸른콩된장과 댕유자청처럼 육지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것이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메뉴로는 잔치 음식인 돼지고기와 *마른 두부, **제주 순대와 가장 일상적 메뉴인 쌈채소와 멜젓을 함께 준비했다. 진여원 명인은 제주 식문화의 가장 큰 특징은 공동체 의식이라고 말한다. “제주는 항상 음식이 부족했기 때문에 길 가는 누구라도 숟가락만 들고 오면 함께 밥상에 앉을 수 있게 상을 차려요. 개별 접시에 음식을 담아주는 대신 양푼에 밥을 푸는 등 큰 접시에 음식을 함께 담아낸 건데요, 이번 다이닝에도 밥과 국을 제외한 모든 음식은 함께 나눠 먹을 수 있게 중앙의 커다란 접시에 모아 담았습니다.” 디저트 코스는 뒷마당에서 북촌의 정취와 함께 즐길 수 있었다.
왼쪽 댕유자청을 곁들인 제주 쉰다리와 보리빵을 디저트로 제공했다. 오른쪽 다이닝 후에는 이새의 제주 옹기를 한 점씩 선물했다.
아쉽게도 흘의 정확한 오픈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한다. 준비하면서 여러 변수가 생기기 마련인데, 자연의 순리에 맡긴 채 매일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정 대표에게는 오히려 이새답고 제주다운 일이라 여겨진다. 이새한옥에서의 다이닝은 단순한 음식을 넘어 담백한 음식과 제주 문화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건강한 삶의 방식을 체험하는 자리였다. 이 행복한 여유를 경험한 사람이라면 흘이 모두에게 공개될 날을 손꼽아 기다릴 수밖에 없을 것이란 확신을 덧붙일 뿐이다.
푸른부엌 진여원 명인
제주 해녀 밥상에는 그들의 지혜와 삶의 철학이 담겨 있어요. 제가 연구하고 만드는 다이닝과 함께 흘에서는 곶자왈이라는 지역의 특색도 담아보려 해요. 고유한 자연과 끈끈한 인심이 아직도 남아 있는 곳이거든요. 이번 행복작당에서 의식주 중 식에 집중한 경험을 했다면, 흘에서는 생활 전반에 걸친 이새와 푸른부엌의 철학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일반 두부보다 수분을 2~3시간 정도 더 빼 단백질 함량이 더욱 높다.
**찹쌀 대신 메밀이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