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에 펼치는 이케아 코리아의 10년 여정
한지 문을 통해 은은히 스며드는 빛, 마당의 흙 내음과 풀꽃 향기, 처마 아래로 토도독토도독 떨어지는 빗소리, 연못의 물소리까지. 한국 꽃꽂이를 가르치는 권화사 오흥경 대표가 운영하는 호경재는 한옥에서만 누릴 수 있는 정취로 가득한 곳이다. 세 개의 채가 마당을 향해 열려 있는 배치 덕분에 차경의 미학이 곳곳에 깃들어 있기 때문. 지난해 9월 공방 겸 세컨드 하우스로 문을 연 이곳이 올해는 행복작당을 위해 그 모습을 공개했다.
이케아의 현재를 표현한 호경재의 다이닝 공간. 이케아의 제품은 완벽하게 한옥의 일부로 녹아들었다.
함께한 곳은 글로벌 홈 퍼니싱 브랜드 이케아. 이케아는 ‘많은 사람들을 위한 더 좋은 생활을 만든다’는 비전 아래 좋은 품질의 북유럽 디자인 가구를 합리적 가격으로 생산하며 전 세계 홈 퍼니처 시장을 선도해왔다. 그들이 올해 한국 진출 10주년을 맞아 야심 차게 준비한 전시를 행복작당에서 선보인 것. 이케아 코리아의 과거, 현재, 미래를 주제로 그동안의 시간을 호경재의 채와 마당 곳곳에 펼쳤다.
마당의 풍경을 들인 안채에는 모노톤의 그래픽 패턴으로 디자인한 이케아 가구를 배치했다.
“집은 한 사람의 모든 것이 담겨 있는 총합체입니다. 그래서 이케아는 집이라는 존재에 굉장히 큰 의미를 부여해요. 그렇기에 더더욱 한국의 주거 문화가 응축된 한옥에서 전시를 해보고 싶었어요. 특히 호경재는 대표님의 섬세한 손길이 곳곳에 묻어 있어 단순히 한옥에 제품을 디스플레이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사는 집의 일부가 되기를 바라던 저희에게는 최적의 장소였습니다.” 전시를 담당한 김선영 리더의 소개처럼 이케아는 별채-사랑채-안채로 이어지는 호경재의 다채로운 시퀀스에 딱 맞춰 그들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강렬한 패턴의 스트란드몬 윙체어와 풋스툴로 한국과 서로를 알아가는 이케아의 ‘현재’를 표현했다.
첫 번째로 마주하는 별채는 이케아가 10년 전 한국에 진출했을 때의 설렘과 한국 문화에 대한 존중을 뒤토그 커튼으로 만든 방석과 조각보 등 한국적 비주얼로 보여줬고, 사랑채에서는 서로를 알아가는 현재의 모습을 강렬한 패턴과 색감으로 표현했다. 마지막으로 이케아의 미래를 담은 안채에서는 브랜드의 아이덴티티인 그래픽 패턴을 모노톤으로 제작한 가구를 배치하고 안마당의 차경을 들여 완벽히 한옥의 일부가 됐다. 반닫이 가구와 함께 놓인 바구니, 달항아리와 함께 빛나는 조명 등 곳곳에 자연스럽게 아이템을 배치해 어디까지가 이케아의 제품인지 구분하기 어려웠을 정도.
왼쪽 10년 전, 한국에 처음 진출했을 때의 설렘과 존중을 표현한 별채. 뒤토그 커튼으로 방석, 조각보를 제작했다. 오른쪽 이케아의 본셰레트 스탠드옷걸이, 브렌볼 안락의자, 돔스텐 스툴로 연출한 정원.
마지막 날에는 베레크나 화병에 한국 꽃꽂이를 해보는 오흥경 대표의 클래스가 열리기도 했다. 이야기와 공간이 합을 이룬 전시부터 클래스까지 이케아가 만들어낸 장면은 호경재와 아름답게 공명했다. 덕분에 호경재는 북촌 한옥마을을 지나 가장 윗길에 자리했음에도 내내 길게 줄이 늘어서며 최애 스폿 중 하나로 사랑받았다.
이케아 코리아 홈퍼니싱&리테일디자인팀 김선영 인테리어 디자인 리더
이케아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갖고 있는 선입견이 있어요. DIY, 젊은 층에 맞는 가구 같은 것요. 좀 더 많은 사람을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접근하는 저희의 태도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처음 이케아가 한국에 들어왔을 때부터 언젠가 한옥에서 함께하는 그림을 꿈꿨어요. 한옥에서 느껴지는 절제와 여백의 미는 어찌 보면 이케아가 추구하는 것과는 상반되는 태도인데, 그럼에도 잘 어울릴 거라는 확신이 있었어요. 이번 자리를 계기로 그 모습을 모두와 나눌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