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집에서 휘게의 시간을
높은 언덕에 자리한 북촌 한옥은 대개 경치가 일품이지만, 그중에서도 자명서실에서 바라보는 서울의 모습은 절경으로 손꼽힌다. 기와지붕이 겹겹이 펼쳐지고 멀리 빌딩 숲과 남산, N서울타워까지 한 번에 내다보이는 풍경은 우리가 사는 서울의 단면을 가장 낭만적으로 드러내는 장면이기도 하다. 올해 행복작당에서는 덴마크의 가구 브랜드 보컨셉과 함께해 이곳의 풍경과 꼭 어울리는 전시를 열었다.
자명서실의 담소방에 안온하게 자리한 보컨셉의 서울 체어와 산티아고 테이블.
주제는 ‘안온한 공존, 집의 시간’. 보컨셉에서는 주기적으로 가구에 도시 이름을 붙인 시티 에디션을 선보이는데, 올해 처음으로 한국의 도시를 주제로 삼은 ‘서울 체어’를 출시했다. 그들로서는 드물게 원목만으로 제작한 다이닝 체어로, 신체에 맞춘 자연스러운 곡면과 실루엣을 선적으로 강조한 구조미가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서울과 꼭 닮아 있다. 보컨셉은 자명서실을 보컨셉의 가구가 어우러진 집으로 기획하고, 전시 디렉팅을 맡은 디자이너 권용석은 그간의 노하우를 발휘해 한옥에 공예가 녹아든 집의 시간을 가득 채웠다.
환대와 사색, 쉼의 세 가지 시간으로 보컨셉의 가구가 어우러진 모습을 표현했다.
“전통과 미래가 어느 하나로 수렴하는 것이 아니라, 한데 공존하는 모습이 서울의 매력이라 생각했습니다. 산과 고층 빌딩, 한옥이 뒤섞인 이곳 자명서실에서의 풍경처럼요. 그리고 보컨셉의 가구는 대부분 집을 위한 제품이에요. 다이닝 테이블을 사는 것은 단순히 아름다운 가구를 구매하는 행위일 수도 있지만, 홀로 차분하게 티타임을 가지며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이라든가 아끼는 이들과 와인을 곁들이며 대화하는 시간을 삶에 들이는 것이기도 합니다. 보컨셉의 가구가 집의 어딘가에 놓이고서부터 피어날 시간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산티아고 사이드보드에 아름답게 녹아든 허상욱 작가의 오브제.
가장 처음 만나는 ‘환대의 시간’에서는 화려한 도시 야경을 닮은 메탈릭 질감의 벽면을 배경으로 산티아고 커피 테이블, 산티아고 사이드 테이블과 조선 시대 소반을 연출한 설치 작품이 관람객을 맞이했다. 보컨셉이 전하는 환대에 뒤이어 서울 체어에 앉아 마음을 전하는 글귀가 담긴 카드를 읽고 누군가에게 메시지를 남겨보기도 하는 ‘사색의 시간’, 산티아고 확장형 다이닝 테이블과 서울 체어가 조화를 이루는 담소방에서 안뜰의 풍경을 감상하고 핸드팬 연주를 들으며 머무르는 ‘쉼의 시간’ 등 다이닝 테이블에서 보내는 여러 형태의 시간이 한옥에 고루 흩뿌려졌다. 그 장면을 완성하는 또 하나의 주인공은 허상욱 작가의 작품. 분청 작품은 원래 그 자리에 존재한 듯한 모습으로 보컨셉의 현대 가구와 한옥이라는 전통 공간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며 집에서의 시간을 아름다운 장면으로 승화시켰다. 이 밖에도 한지에 인화한 서울 체어의 이미지, 바람에 살랑이는 툇마루의 발, 잔잔한 음색의 핸드팬 연주까지. 보컨셉이 준비한 집의 시간은 한옥에는 물론 관람객의 일상에도 은은하게 스며들었다.
서울 체어와 허상욱 작가의 푸른 바위를 배치한 안뜰.
디자이너 권용석
보컨셉은 기능과 미가 조화를 이루는 미니멀한 디자인을 펼칩니다. 그래서 한옥에도, 아파트에도 잘 어울리고, 스케일도 잘 맞아요. 브랜드의 기조 자체가 공존인 거죠. 그 가구가 서울의 집에서 만들어내는 안온한 분위기를 표현하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