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새로운 트렌드가 나타나고 또 사라진다. 2024년에는 어떤 트렌드가 등장할까? 리빙 및 리모델링 브랜드와 인테리어 디자이너에게 2024년 인테리어디자인 트렌드에 관해 물었다. 색상과 소재, 공간 구성 등 새해 우리 집의 길잡이가 되어줄 정보들.
Part 1
편안함과 안온함이라는 집의 가치와 연결
따뜻한 뉴트럴 톤과 우드, 대리석 소재로 아름답게 구현한 몰테니 키친 다다 엔지니어드의 빌트인 주방 티발리2.0Tivalì2.0.
자연에서 온 컬러와 소재
2023년에 이어 따뜻한 뉴트럴 및 어시earthy 컬러 팔레트의 인기는 2024년에도 지속된다. 우리가 자연에서 느낄 수 있는 평온함과 따뜻함을 주거 공간에서도 추구하기 때문. 나무의 색, 하늘의 색, 바위의 색 등 자연을 연상케 하는 색이 대두될 것이다.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톤 다운된 파스텔컬러, 애시우드 컬러도 꾸준히 사랑받을 전망이다.
2024년에는 소재 또한 자연의 영향 아래에 있다. 나무와 돌 등 본연의 모습을 최대한 유지하고, 자연과의 경계를 최소화해 디자인한 공간을 볼 수 있을 듯하다. 천연석을 이용해 자연 질감과 온화한 컬러감을 공간에 더하는 식. 생생한 나뭇결의 질감, 석재의 거친 질감과 패턴 등 자연 소재는 자칫 밋밋해 보일 수 있는 공간에 깊이감을 준다. 이 같은 자연 소재에 대한 선호는 럭셔리할수록 증가하는 추세다. 패턴 타일 같은 건축적 석재나 대리석 느낌을 선호하며, 이미 나무·대리석 및 최고급 사양의 가죽 등의 소재는 고급스럽고 트렌디한 수입 가구의 주요 구성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왼쪽) 아치형 중문으로 개성과 시각적 즐거움을 더한 아파트멘터리의 프로젝트. (오른쪽) 라운드형 아일랜드 주방은 페디니의 아티카Artika. 섬세한 곡선이 주방에 율동감과 편안함을 준다.
집 안으로 들어온 라운드
가구에서 돋보이던 라운드가 집 안으로 이어진다. 온전한 쉼과 편안함, 위안감을 느낄 수 있는 요소로 둥근 형태의 가구와 함께 아치형 입구, 라운드 벽, 라운드 천장 등이 대두되는 것. 특히 아치는 공간에 우아함과 개성, 시각적 흥미를 더할 수 있는 요소로 각광받고 있다.
한샘 R&D본부 리모델링상품부 스타일패키지팀 김경희 부장은 라운드를 포함해 기존 트렌드인 웜 화이트, 리니어linear 콘셉트가 “시간이 지나도 편안하고 유행을 덜 타는 타임리스 디자인으로 소비자들이 꾸준히 선호하는 스타일”이라고 말한다. 밝고 따뜻한 컬러 베이스에 자연적 소재와 간결한 마감의 고급스럽고 차분한 톤온톤 컬러 배치, 유려한 라운드 처리 등으로 부드럽고 은은한 무드를 자아내는 것이다. 여기에 덧붙이는 김경희 부장의 인테리어 팁은 다음과 같다. “모던함을 기반으로 생생한 자연의 질감을 더한다면 오랜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편안한 분위기의 인테리어를 연출할 수 있습니다.”
환경과 지속 가능성에 대한 투자
제품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브랜드와 소비자의 관심은 계속 높아질 것이다. “지속 가능성과 친환경적 소재가 2024년 주요 토픽으로, 자재의 디자인과 더불어 생산공정 또한 매우 중요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두오모앤코의 최승민 대표이사의 설명이다. 이탈리아 모데나 지역을 중심으로 타일 제조 공장 수가 늘면서 대기오염이 심화됨에 따라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들이 친환경적이고 지속 가능한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생산 공장에 더욱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환경과 지속 가능성에 투자하는 브랜드가 소비자의 선택에도 영향을 미친다. 실제 친환경적이고 지속 가능성을 실천하는 브랜드는 그 가치에 대해 소바자에게 설명하면 더 유연하게 구매를 결정하기도 한다.
환경보호의 본질은 훼손을 최소화하고 불필요함을 줄이는 것. 극도로 개인화된 공간 설계는 이러한 환경 이슈에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일반 주거 포맷에 맞출 때 발생할 수 있는 불필요한 설계 공사를 최소화하고, 이를 통해 배출되는 자원의 낭비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나에게 맞춘 집은 오래 소유하고 싶은 지속 가능한 집이며, 이는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에 견디도록 시대를 초월한 고품질 디자인 제품에 투자하는 것과 맞닿아 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자원과 비용을 절약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복원한 18세기 건물과 1950년대 및 1970년대 디자인 작품의 결합. 입구는 패브릭 브랜드 데다의 짙은 갈색 직물 벽지로 강조했다. ⓒBeppe Brancato
돌아온 모던클래식
모던클래식이 돌아온다. 시대를 초월한 디자인이 고전의 우아함과 현대적 혁신의 매혹적인 융합으로 발전한 것. 유앤어스 백명주 대표는 “클래식한 디자인에 모던한 요소를, 반대로 모던한 디자인에 클래식한 장식 또는 소재를 결합하는 것이 키 포인트”라고 말한다. 클래식한 가구에 업홀스터리로 트렌디한 컬러 팔레트를 믹스하고, 화려한 대리석 느낌의 빅슬랩 타일 자체로 포인트를 만들거나 기존의 일자형 마루를 깔기보다 헤링본, 셰브런 같은 패턴의 형태로 설치하는 등 클래식 요소를 가미하는 식이다. 모던클래식 트렌드에서 타일은 질감이 더욱 확실하고, 대리석은 패턴이 화려한 디자인이 주류를 이룰 것으로 전망한다.
Part 2
사용자 중심의 공간 구성
큰 사이즈의 프리미엄 베드 바이스프링을 두어 숙면에만 집중한 침실.
테이블과 소파를 함께 연출했다. 콜렉시옹 파르티퀼리에르의 LEK 소파와 HUB 다이닝 테이블로 완성한 홈 오피스.
가구를 통한 공간 정의
한샘넥서스 김시원 팀장은 ‘공간을 어떻게 예쁘게 꾸밀까?’에서 ‘공간에서 어떻게 시간을 보낼까?’에 대한 기획으로 공간 연출에 대한 초점이 바뀐 것을 주목하며 공간을 새롭게 정의하는 가구의 활용을 소개한다. 최근 몇 년간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났고, 그중 거실과 주방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며 다이닝과 거실 공간을 결합한 솔루션으로 다양한 디자인의 이동식 바bar나 캐비닛이 등장했다. 인피니의 김태연 팀장은 더욱 자유로운 가구 배치를 예로 들며 “거실에 모듈 소파를 유연하게 배치해 라운지 같은 공간을 연출하거나, 소파와 함께 다용도 테이블을 두어 홈 오피스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반면, 본래 쓰임에 더욱 집중하는 모습도 보인다. 침실의 경우에는 사이즈가 큰 침대와 협탁 정도만 배치해 잠자는 공간으로서 침실에 집중한다. 수면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우수한 소재와 기능을 갖춘 바이스프링Vi Spring 같은 프리미엄 베드에 대한 관심과 수요도 늘어나는 추세.
11자 대면형 주방 레이아웃의 인기는 2024년에도 이어질 전망. 몰테니 키친 다다 엔지니어드의 하이-라인 6프레임 도어 제품에서 목재와 금속 소재의 트렌드도 엿보인다.
공간의 허브, 주방
주방이 홈 오피스나 학습 공간으로 활용되면서 다기능적이고 유연한 주방 공간이 중요시되고 있다. 아템포의 최우혁 대표는 “아름다운 주방 환경을 조성하려는 노력”과 함께 “홈 쿠킹의 인기에 따른 조리 공간의 효율성과 편의성에 대한 요구가 증가했다”고 말한다. 주방에서의 안전과 위생에 대한 우려가 커져 이에 따라 소독하기 쉬우면서 청결을 유지하기 편한 표면 및 소재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 그 증거. 예를 들어 스테인리스 스틸은 세균 번식을 억제하려는 목적으로 개발된 소재 중 하나다. 주방 역시 녹색, 연한 파란색 등 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컬러가 눈에 띌 예정이다. 방에서 더 다양한 색상을 수용함에 따라 올 화이트나 단순한 컬러의 주방에 대한 수요는 줄어들 것이며, 기능적(업-다운)이고 각이 없는 레이아웃(라운드)이 적용된 아일랜드를 찾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다.
한편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 11자형 대면형 주방 레이아웃은 2024년에도 계속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아일랜드에 화구와 싱크가 반영된 대면형 주방은 요리하는 사람과 거실, 다이닝 테이블에 있는 사람이 상호작용하며 음식을 준비할 수 있는 형태입니다. 음식을 매개로 소통의 중심이 되는 주방 역할과 공간의 활용을 보다 높여주는 레이아웃이기 때문이지요.” 한샘넥서스 신종우 팀장의 설명이다. 소재에서는 동양적 감성이 접목된 스트라이프 도어 및 무늬목, 브론즈 콘셉트의 활용이 많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몰테니 키친 다다 엔지니어드 역시 스트라이프 도어를 여러 제품에 적용했으며, 새롭게 선보인 하이-라인 6 프레임 도어Hi-Line 6 Frame Door의 아이리스, 브론즈, 퓨어 알루미늄 프레임에서도 이러한 트렌드가 드러난다.
프라이빗 커스터마이징 설계
우리나라는 그동안 일률적인 공간 포맷을 제공했다. 하지만 이제는 내부 공간 설계의 첫 단계부터 커스터마이징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주거 상품이 개발되고 있다. 개인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타입과 조합을 선택하던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설계 단계에서 공간 목적에 따라 구조, 가구, 조명 등 인테리어의 작은 부분까지 고객이 선택 가능한 ‘프라이빗 커스터마이징 설계’로 점점 바뀌어가고 있는 것. 이처럼 나에게 맞춘 ‘소장 가치가 있는 집’을 꾸미는 방향으로 트렌드가 흐르고 있다.
Part 3
취향의 세분화
시각적 자극이 넘쳐나는 개성적인 공간을 연출했다. 사진 제공 현대L&C.
마이크로트렌드 시대
2024년 인테리어의 가장 중심이 되는 트렌드 역시 개성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내야 했던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업무, 운동, 취미, 생활 기능과 역할을 모두 충족하는 다목적 공간(multi-purpose room)에 대한 요구가 생겨났습니다. 외부에서 하던 만남이 제한되면서 집으로 손님을 초대하며, 타인에게 보이는 집을 자신과 동일시하게 되었죠. 자신의 취향과 개성을 반영하는 고객은 ‘집은 곧 자아를 표현하는 도구’라고 여기게 되었고, 소유한 공간의 크기 안에서 취향을 표현하는 방식은 얼마든지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스튜디오 트루베 조규진 대표의 명쾌한 설명이다.
이러한 예측은 현대L&C 인테리어 트렌드 세미나 ‘인트렌드Intrend 2024·2025’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현대L&C 디자인기획팀 오미선 책임은 “자신만의 스토리를 담은 독특한 콘셉트를 설정하고 공간 안에 비주얼 요소를 배열하는 행위는 이제 상공간을 넘어 개인의 주거 공간 안에서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한다. 나를 행복하게 하고, 나에게 영감을 주는 것은 무엇인지 발견하며, 이처럼 개인에게 맞춘 디자인 수요에 따라 독특한 인테리어와 개성 강한 제품도 만날 수 있을 것.
소장하는 예술
2023년에 열린 ‘키아프 서울’과 ‘프리즈 서울’의 성공에서 알 수 있듯 국내에서 예술 작품은 감상을 넘어 소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조규진 대표는 “우리가 매일 숨 쉬며 살아가는 주거 공간에서도 예술을 접하고자 하는 추세”라고 말한다. 예술 작품과 조화로운 인테리어를 추구하는 것은 앞으로 더욱 중요시될 것으로 전망한다.
천장에 크레이터 다운라이트를 적용한 주방은 아파트멘터리의 프로젝트.
천장까지 디자인하라
바닥, 벽과 마찬가지로 천장도 디자인 영역으로 들어온다. 아파트멘터리 프리미엄 자재 브랜드 파츠의 양란 디자이너는 파츠의 다운라이트 중 크레이터 다운라이트(곡선형 디자인의 다운라이트)의 수요가 눈에 띄게 증가한 것을 예로 들며 “다운라이트 디자인을 신경 써서 계획하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것이 “천장 면도 공간의 중요한 디자인 영역에 속하게 되었다는 의미로 생각한다”고 말한다.
컬러의 과감한 믹스 매치가 돋보이는 조희선 대표의 작업들.
과감한 컬러 플레이
깊이와 따뜻함을 주는 색과 소재가 환영받는 한편, 대담하고 생동감 넘치는 컬러도 볼 수 있을 듯. 조희선 스튜디오의 조희선 대표는 사람들이 과거에 비해 “공간에 컬러를 활용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선입견이 많이 없어졌다”고 이야기한다. 벽지나 커튼 등에서 더욱 과감한 연출을 시도하는 멀티룸의 증가도 공간의 컬러 활용에 대한 벽을 낮췄다. 나의 취향에 맞는 컬러를 공간에 적용하는 것에서 좀 더 많은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으며, 컬러가 공간에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인 만큼 카펫·커튼·쿠션 등 패브릭 소재와 그림·오브제 등으로 컬러 그루핑을 해보는 것부터 컬러 플레이를 연습해봐도 좋을 것이다. 쉽게 이동할 수 있는 컬러 파티션 등으로 공간을 연출할 수도 있다.
도움말&코멘트 김태연(인피니), 김경희(한샘), 김시원·신종우(한샘넥서스), 백명주(유앤어스), 양란(아파트멘터리), 오미선(현대L&C), 조규진(스튜디오 트루베), 조희선(조희선 스튜디오), 최승민(두오모앤코), 최우혁(아템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