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사진 박찬우, 작품 사진 제공 조현화랑
조현화랑(해운대 달맞이)
만년 청년 박서보를 기억하며
2018년 11월호 라이프&스타일 취재로 <행복>이 박서보 작가의 3대가 사는 집이자 미술관 ‘박서보 아트 기지’를 찾았다. 미수이자 결혼 60주년 기념의 해에 지은 집은 그의 가족에게 일종의 감사패 같은 것이라 했다. “기지는 여러 가지 의미로 읽히는데 군사기지의 베이스base를 뜻할 수도 있고, 기발한 재치, 곧 즉각적으로 아는 지혜를 뜻하기도 해요. 작가가 떠나고 남은 가족들이 개조해서 미술관으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은데, 만약 내가 죽으면 역시 그렇게 보존해주길 바라지요.” 올해 10월 14일 향년 92세로 별세한 박서보 작가의 기지는 그가 세상에 남긴 지혜의 저장소가 될 것이다. “이제야 철이 났구나! 지금부터 정말 그리고 싶은 작품을 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 희망이 생기더라”는, “지난한 여름도 지났으니 이제 붓을 들어야겠다”던 그의 청청한 소망이 후배들 가슴에 남았다. 김용호 사진작가가 촬영한 포트레이트 앞에서 환히 웃던 만년 청년 박서보의 사진(그가 가장 아끼던 사진이라는 후일담을 들었다)과 함께. 그의 생전 마지막 개인전이 부산 조현화랑에서 8월 31일부터 진행 중이다. 그의 묘법 대표작과 함께 2020년대를 기점으로 제작하기 시작한 후기 연필 묘법을 국내 최초로 소개하는 자리다.
전시 기간 2023년 11월 12일까지
문의 051-747-8853
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
이정배 개인전 〈문지르고 끼이고 빛이 나게〉
순금과 순은, 스테인리스 스틸로 제작한 인왕산 풍경 조각이 참으로 아름답다. 산수화 관점에서 현대사회의 풍경을 때론 비판적으로, 때론 경외의 눈으로 그려온 이정배 작가. 최근 몇 년 사이 관조적 태도를 더했고, 건물 사이로 우연히 마주한 자연의 한 조각을 날 선 시선이 아닌 고요하고 담담한 마음으로 품었다. 자연을 색면의 기하학 형태로 만드는 과정, 색을 올리고 갈아내는 수백 번의 반복 작업 끝에 남는 건 빛나는 자연의 아름다움.
전시 기간 2024년 2월 11일까지
문의 02-736-5700
페레스프로젝트
키얀 윌리엄스 〈Between Starshine and Clay: 별빛과 진흙 사이〉
베를린과 서울, 밀라노에 각각 갤러리를 운영하는 현대미술 갤러리 페레스프로젝트가 프리즈 서울 오픈과 때맞춰 시작한 키얀 윌리엄스Kiyan Williams의 국내 첫 개인전. 흙과 사암으로 파괴와 재생에 대한 탐구를 이어가는 미국 작가 키얀 윌리엄스의 대지를 활용한 설치 작품이 매혹적이다. 불그스름한 빛으로 가득한 전시장 허공에 매달린 여러 형태의 돌 조각, 그 아래 설치된 둥근 거울, 그 주위를 덮은 흙무더기…. 유적 발굴 현장을 연상시키는 장면만으로도 본디 하나이던 물체가 산산조각 난 순간, 다시 합쳐져 새로운 형태로 변화하는 파괴와 탄생의 순환을 목도할 수 있을 것이다.
전시 기간 2023년 11월 12일까지
문의 02-2233-2335
금호미술관
김근정 개인전 〈Solo Climbing〉
염색한 실크를 캔버스 삼아 그 위로 십장생을 올리는(‘그리는’ 대신 ‘올리는’) 화가 김근정. 염료가 실크에 최대한 흡수되도록 붓질을 무수히 반복하고, 어느 순간 멈춰야 하는 그 작업이 유한성과 무한함의 순환 같다는 그의 이야기는 그 눈부신 실크 캔버스를 봐야 알아챌 수 있다. 캔버스에 올린 십장생으로 말할 것 같으면 거북이는 장수의 영물이 아닌 유한성을 지닌 인간이며, 돌은 엄청난 시간을 품은 덩어리라 한다. 이 또한 유한성과 무한함의 교차다. 그 사이를 오가는 일은 전시 제목처럼 그만의 ‘Solo Climbing’이 아닐 수 없다.
전시 기간 2023년 11월 02일-11월 12일
문의 02-720-5114